저 정말 열심히 그리고 재밌게 살았어요
"쿠키야 너는 왜 계속 일하려고 해?"
주변 지인들은 내가 결혼을 하고 직장을 관둔 뒤 다른 나라로 거처를 옮긴 후에는 자연스레 일을 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내 주변 또래 친구들도 결혼한 후에는 기존에 다니던 직장에서의 일보다는 적성에 더 맞는 다른 일을 찾고 싶어 하고, 주변 어르신들도 결혼 후에는 자연스레 2세 계획을 하고, 가정을 꾸리는 일에 더욱 집중하리라 기대하시기도 한다. 내가 런던에서의 길고 지독하리만큼 외로웠던 취준 생활의 어려움을 주변 친한 지인들에게 토로하면 대게 위로를 해주시기도 하셨지만, 대부분은 커리어보다는 사교모임이나 취미생활에 집중해보길 조언해주곤 하셨다.
하지만 내가 결혼을 결심한 남편의 생각은 달랐다. "너무 아까워요"
우스갯소리로 이야기 하지만 그의 가까운 장래희망은 "Stay at home dad"이고, 실제로 아내 되는 사람이 집안의 'Bread Winner' (돈 벌어다 주는 사람?)가 되는데 전혀 반감이 없는 사람이다. 그리고 참 알맞게도 (?) 나는 내 커리어에 대한 욕심이 상당하고, 가정과 동시에 커리어의 양립을 원하는 사람이다. 우리는 서로 호감을 갖고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서로의 가치관을 공유하게 되었고,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장래에 대한 계획이 상당히 맞물려 이 덕분에 실제로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는 데에 둘 다 동의했다.
난 정말 일을 사랑했다.
전기를 발명한 에디슨이 설립한 회사 '제네럴 일렉트릭 (GE)'의 항공산업인 GE Aviation에서 (주로 민수/ 군수 항공기 엔진을 제조한다) F-15K 전투기 엔진 계약 관리 일과, C130J 수송기 엔진에 달린 프로펠러 수명연장 계약 체결일을 서포트했었다. GE에서는 1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끝내주는 업무환경과 성별을 떠나 업무 성취도로 인정받는 시스템, 그리고 일을 하면서 처음으로 가질 수 있었던 자율성으로 인한 기쁨이 매우 컸다.
난 정말 일을 사랑했다, 그리고 일 욕심이 엄청났다 (!!!).
GE에서 일하기 전에는 국내 군수품 무역대리업체에서 일을 했었다. 소위 '무기중개업체', '에이전시'라고들 이야기한다. 미국의 군수업체들의 에이전트로서 그들의 MRO 사업, 정부 계약 협상, 계약관리, 그리고 세일즈 마케팅을 아우르는 처음 해보는 이 일들을 하며 하루하루가 새로웠고 즐거웠다. 이 곳에서 일한 경험이 나를 GE 같은 큰 회사에서 일할 수 있게끔 디딤돌이 되어줬는데, 그만큼 많이 배울 수 있어 감사했던 이 회사에 들어올 수 있었던 계기와 이 곳에서 배운 일들을 다음 기회에 글로 풀어보도록 하겠다.
업체 미팅, 정부 기관 방문, 군부대 방문, 에어쇼 활동.. 한국에서 이렇게 열심히 뛰어다니던 나는, 이 기세로라면 런던에서 일자리를 찾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말도 안 되는 '근자감'에 사로 잡히고 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