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우키 제조 시작
2편에서 우키우키 브랜드가 탄생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제품을 만들어야 할 차례였죠.
사실 '몇억짜리'라는 표현은 약간의 과장입니다. 제약회사나 대형 식품업체에서 쓰는 산업용 동결건조기는 정말 몇억 원에 달하지만, 저는 연구용 장비를 알아봤습니다. 그래도 개인이 감당하기엔 결코 만만치 않은 금액이었어요.
동결건조란 영하 40도 이하에서 수분을 승화시켜 식품을 건조하는 방식입니다. 동결건조는 높은 열로 익히는 방식이 아니라 낮은 온도에서 수분을 제거하는 공정이라, 영양 성분이 크게 변하지 않고 원재료의 형태도 잘 유지됩니다. 닭고기면 닭고기,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는 방식이죠.
저는 그게 중요했습니다. 보호자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었어요. "아, 이게 닭고기구나. 내가 아는 닭고기랑 똑같네." 이 한 문장이 성분표 한 장보다 더 정확하게 느껴졌습니다.
일반 사료나 간식은 성분표를 봐도 결국 상상이 필요했습니다. '가금류 부산물', '육분', '동물성 지방' 같은 말들은 법적으로 문제는 없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너무 넓고 애매했습니다. 무엇이 어떻게 들어갔는지는 끝까지 선명해지지 않았죠.
동결건조는 반대였습니다. 설명을 하지 않아도 원재료가 보였고, 보이는 만큼 신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비싸 보였고, 실제로도 비쌌습니다.
당시 많은 업체들이 집에서 쓰는 식품 건조기 수준으로 시작하던 때였습니다. 하지만 고양이는 단단한 걸 오래 씹기보다는, 앞니로 잘라낸 뒤 혀로 위치를 정리해 삼키는 쪽에 더 가깝습니다. 그래서 단순 건조로 만든 간식은 쉽게 딱딱해질 수 있었고, 제가 생각하는 뜨비씨에게 좋은 것만 먹임의 기준과도 맞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그냥 비싸지만 어려운 길을 택했습니다. 원재료를 숨기지 않는 방식이 필요했고, 보여주는 게 곧 신뢰가 되는 방식. 그게 제가 동결건조를 고집한 이유였습니다.
사료 봉투를 뒤집어 성분표를 볼 때마다 마음이 어려운 것들은 '가금류 부산물', '육분', '동물성 지방' 등 사료 업계에서 흔히 쓰이던 표준 표기였죠. 문제는 그 단어들만으로는 무엇이 들어갔는지 끝까지 선명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가금류 부산물'이라고 쓰여 있으면 닭 가슴살이 들어간 걸까요, 아니면 내장이나 뼈가 주재료인 걸까요? '육분'은 고기를 고온으로 가공해 만든 분말이라고 하는데, 어떤 동물인지 어떤 부위였는지는 알 수 없고, '동물성 지방'은 더 막연했습니다. 소인지, 돼지인지, 닭인지조차 명시되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저는 그 점이 계속 불편했던 것 같아요.
사람이 먹는 음식은 원재료를 꼼꼼히 따지는데, 우리 가족인 고양이에게 먹이는 건 이렇게 불분명해도 되는 걸까.
'동결건조기'라고 검색하니 검색광고에 딱 한 곳이 보였는데, 들어가 보니 제가 가진 비용으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가격이었습니다. 국내 식품회사나 제약회사에 납품하는 장비였고, 용량도 컸어요. 딱 봐도 우리가 아는 대기업들에서 쓰는 기계였습니다. 저는 묻지도 못하고 화면을 닫았습니다.
그러다 겨우 한 카페를 찾았습니다. 누가 봐도 중간에 카페를 인수해 방향을 바꾼 듯, 예전 글과 최근 글의 분위기가 뒤섞여 있는 곳이었어요. 다만 최근 글들은 온통 동결건조기 이야기로 가득했습니다.
이상하게도 그곳에 제가 찾던 정보들이 있었습니다. 동결건조기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사진으로 올라와 있었고, 재료를 넣으면 어떤 모습으로 나오는지까지 선명하게 보였죠. '이거다'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 문의를 드렸고, 다행히 제가 구입할 수 있는 가격대의 제품이 있었습니다. 다만 용량은 작았어요. 그래도 감사했지만, 동시에 더 나은 선택지는 없을까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그해에는 반려동물 관련 법이 바뀌면서 장비가 없으면 공장 등록 자체가 되지 않는 곳이 많았습니다. 장비를 갖춰야 한다는 압박도 있었고, 그래서 더 서둘러야 했습니다.
그렇게 고민하던 어느 날, 업체에서 먼저 연락이 왔습니다. 어떤 분이 최소 수량으로 주문해두었던 기계를 더 큰 수량으로 바꾸면서, 그 기계를 제가 가져가면 원래 가격의 반값에 주겠다는 제안이었어요. 저에게는 정말 감사한 기회였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희망이 반값으로 온 느낌이었죠.
그런데, 작동하지 않았다
기계는 도착했고 사용법 설명도 들었습니다. 이제 남은 건 원재료를 고르는 일이었죠. 어떤 걸 넣을지 며칠을 고민하다가, 드디어 재료를 사서 꺼내놓고 조심스럽게 넣었습니다. '이제 시작이다' 싶었습니다.
그
런
데
작동이 되지 않았습니다.
원재료는 결국 상한 채로 버렸고, 저는 몇 번이나 전화를 걸어 왜 안 되는지 물었습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알아듣기 어려운 말뿐이었어요. 상대는 바쁜 사람처럼 통화를 서둘러 끊었습니다.
그 순간에는 딱 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주변 여자 대표님과 차를 마시면서 지금 제가 겪고 있는 상황을 이야기했습니다. "세상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데 여자 혼자 그렇게 고가 장비를 덥썩 구입했냐?"고 겁도 없다고 뭐라 하시더라고요. 그리고는 조심스럽게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가능하면 장비 쪽에 말이 통하는 남자 어른이 있으면 함께 연락해보라고요. 그 시절 아직 그런 분위기가 남아 있던 때였습니다.
다행히 창업보육센터에 자리하고 있어 맞은편에서 인사만 나누던 남자 어르신 대표님과 이사님께 음료를 들고 가서 상황을 말씀드렸어요. 마침 그곳 이사님이 경희대 공학 쪽 교수님이셔서, 본인이 직접 전화를 해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그회사 회의실에서 제가 업체에 전화를 걸어 바꿨습니다. 그러자 분위기가 바로 달라졌습니다. 바쁘다는 말만 하던 사람이 갑자기 상냥해지더니, 장비 상태를 직접 보러 오겠다고 했고 방문 일정도 구체적으로 잡기 시작했어요.
그업체 방문 시에도 혹시 이사님이 함께 계셔주실 수 있냐고 여쭤봤습니다. 시간 약속을 잡고 나오면서 생각했습니다. 문제는 기계만이 아니었다는 걸요. 그날 저는, 세상이 움직이는 방식에 대해 또 하나를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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