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우키 제품개발(수의사 쌤 자문)
교수님이 함께 계셔주신 덕분에 업체 태도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교수님이 옆에 서 계신 것만으로도, 이 상황이 그냥 민원이 아니라는 걸 업체가 알아차린 듯했어요.
드디어 업체는 결국 현장 점검을 오셨습니다. 방문 당일, 다행히 교수님도 오셔서 지켜봐주셨습니다. 나이 많은 어르신이 자리를 지키고 있으니 기사님들이 더 꼼꼼히 보는 느낌이었고요. 정중하게 문제를 해결해주신 끝에, 드디어 기계가 '위이잉-' 소리를 내며 작동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냉장고보다 훨씬 큰 소리가 나는구나. 촬영은 어떻게든 해도, 장비를 돌리는 시간에는 음성이 깔끔하게 들어가긴 어렵겠다는 현실도 함께요. 테스트는 가능해졌지만, 문제는 따로 있었습니다. 당장 먹고살아야 했어요. 장비를 샀다고 바로 매출이 생기는 건 아니었습니다. 제품을 만들고, 테스트하고, 패키징을 고민하고, 포장재를 준비하고, 실제로 팔리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니까요. 그 시간을 버틸 돈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알바를 구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다 그날 책을 보았는데, 그 분야에서 1등이 되어 보라는 내용이었어요. 고양이 간식을 만든다면, 고양이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알아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발견한 게 집 근처에 새로 문을 연 동물병원의 수의테크니션 모집이었습니다.
수의테크니션 공고를 봤을 때, 제일 먼저 확인한 건 거리였습니다. 집에서 지하철 한 정거장. 걸어서도 갈 수 있는 거리였고, 사무실에서 퇴근하기도 가까웠어요. 사무실과 집 사이에 있어서, 낮에는 사업자로 활동하고 저녁엔 병원에서 일하면 한 달이면 집 월세가 빠지는 거니 나쁘지 않아 보였습니다.
지원은 온라인으로 했고, 며칠 후 면접 연락이 왔습니다. 원장님이 직접 면접을 보시는데 첫마디가 이거였습니다.
"나이가 좀 있으시네요? 그리고 사업을 진행하고 계시는데, 저희는 이제 막 오픈해서 급여도 높지 않은데 괜찮으신가요?"
면접 보러 온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습니다. 동물병원 수의테크니션은 대부분 20대 초중반이었으니까요. 이력서에 솔직하게 썼습니다. 우키우키라는 브랜드를 준비하고 있고, 고양이 용품으로 온라인 쇼핑몰을 한 지 2년째라고요. 또한 동결건조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요. 숨길 이유가 없었어요.
"고양이 쪽을 한다고 하셨죠?" 원장님은 그동안 어떤 제품들을 판매했는지, 제품은 왜 만들게 됐는지 꽤 자세히 물으셨습니다. 생각보다 긴 대화가 이어졌고요.
면접이 끝나고 나왔을 때는 '괜찮은걸까? 떨어진걸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이가 많다는 말을 두 번이나 들었고, 사업 중이라는 사실은 금방 그만둘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연락이 왔습니다. 합격이었어요. 이거야.
합격 통보를 받고, 저는 저녁마다 동물병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5시부터 8시까지, 그리고 주말엔 토요일도 나갔어요.
일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했어요. 청소와 소독, 진료 보조, 차트 정리까지. '수간호사(수의테크니션의 이전이름)'라는 이름은 깔끔했지만, 실제로는 병원 안에서 굴러가는 거의 모든 일을 조금씩 맡아야 했습니다. 낮에는 장비를 사고 제품을 만들겠다고 머리를 굴리던 사람이, 저녁엔 동물병원 바닥을 쓸고 닦고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오는 강아지와 고양이들을 보면서 몸무게도 재고 보호자분들과 이야기 하다보니 재미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생활이 이상하게도 저를 무너뜨리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곧 깨달았어요. 이곳이야말로 내가 원하던 공부를 돈받으면서 가장 빠르게 할 수 있는 자리라는 걸요.
보호자들은 어떤 질문을 던지는지, 같은 질문에도 어떤 말이 안심이 되는지, 원장님은 어떤 순서로 설명하는지. 고양이들은 어떤 증상으로 병원에 오고, 보호자들은 어디에서 가장 불안해하는지. 매일 저녁 보고 듣는 것들이 그대로 교과서가 됐습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제 머릿속엔 한 가지 기준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내가 만들 제품은 '좋아 보이는 것'이 아니라, 병원에서 실제로 반복되는 질문과 걱정을 줄여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기준요.
어느 날 저녁, 진료가 끝나고 원장님께 조심스럽게 물어봤습니다.
"원장님, 제가 만들고 있는 동결건조 제품이요... 혹시 자문과 조언 좀 들을 수 있을까요?"
원장님은 흔쾌히 응해주셨어요.
원장님 : "닭고기만 생각하고 계세요?"
우키우키 : "네, 일단은..."
원장님 : "오리도 좋아요. 연어도 괜찮고, 참치도요. 고양이들은 단백질이 풍부한 게 좋죠. 어차피 장비가 있으시니까 다양하게 시도해보세요. 고양이마다 선호하는 단백질이 다르니까요."
원장님은 원재료뿐만 아니라 급여 방법까지 세심하게 알려주셨습니다.
원장님 : "동결건조는 수분 함량이 낮아서 보관은 쉽고 좋죠."
진료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수의학적 관점에서, 저는 제조자 관점에서 의견을 주고받았어요. 수의테크니션 알바비보다 훨씬 큰 것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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