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키우키 영업
동물병원에서 일하며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확신이 생겼습니다. 이제 팔아야 할 때였어요. 그 무렵 쿠팡이 전투적으로 상당히 커지고 있었습니다. 롯데마트와 이마트도 새로 지을 때마다 반려동물 매장을 입점시키기 시작했고요. 하지만 저는 어디에 판매를 하는게 좋을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트에서 제품을 파는 것 같은 느낌. 우키우키는 그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최고급 원재료로, 정성껏 만든 프리미엄 제품이었으니까요. 백화점 같은 곳에서 팔려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백화점보다 더 좋은 곳이 있었어요. 바로 동물병원이었습니다. 반려인이 가장 자주 가는 곳, 가장 신뢰하는 곳. 그곳이 바로 동물병원이었으니까요.
강남, 압구정, 도산대로
그래서 우리나라에서 우키우키 제품을 구입할 만한 곳은 어딜까 고민하다가 강남과 압구정을 떠올리게 되었고, 도산대로까지. 프리미엄 제품이니 프리미엄 지역부터 시작하자고 생각했어요.
납품가를 출력하고 하나의 POP배너와 샘플을 준비했습니다. 영업의 첫날은 사무실에서 오전에 작업하다가 오후 시간대에 맞춰 출발했습니다. 아침부터 찾아가면 원장님들이 불편하실 수 있으니까요. 완포장된12개 짜리 한 박스, 그리고 보여주기용으로 오픈한 샘플 한 박스. 두 박스를 마티즈에 실었습니다. 용인에서 강남까지. 작은 차에 큰 꿈을 싣고 달렸어요.
압구정 쪽의 병원 앞에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내리면서, 그리고 문 앞까지 가는 길에 숨을 몇 번이나 쉬었는지 모릅니다. 깊은 숨을 들이쉬고, 또 내쉬고. 해본 적 없는 일이었으니까요. 최악의 상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어요.
원장님이 쫓아내면 어떡하지? 문전박대를 당하면? 아... 괜찮을까. 나 괜찮을까?
깊은 숨을 한 번 더 쉬고, 당당하게 문을 열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최대한 솔톤으로 인사드렸습니다. 그런데 수간호사 선생님들이 원장님이 아직 안 오셨다고 안내해주셨습니다. 그렇게 첫 방문은 허탈하게 끝났습니다. 인사와 리플릿 한 장만 드리고 나왔어요. 병원 앞에 서서 지도를 켰습니다. 그럼 다음은 어디로 가야 하지?
지도에서 본 두 번째 병원을 찾아갔습니다. 주차를 다시 하고, 또다시 깊은 숨을 쉬고 문을 열었어요. 또 다른 용기를 내어 들어갔고, 간호사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원장님 계시냐고 여쭤봤어요.
원장님을 기다리는 동안이 또 무서웠어요. 정말 쫓아내시면 어떡하지? 라는 걱정이 앞섰습니다.
다행히 원장님은 친절하셨습니다.
오픈한 샘플 박스를 보여드리고, 우키우키의 닭 동결건조에 대해 설명했어요. 문전박대를 당하진 않았습니다. 그러자 한 제품을 보여주시며 원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해외 유명 브랜드보다 더 비싸네요?"
그래서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이거 국민이 다 아는... 그 닭으로 만든 거예요. 지금 해외 건 어느 나라 닭인지도 모르잖아요. 국내산으로 만든 건데요."
"네, 알지만 너무 비싸요. 그리고 여기 보시면 다 그 회사 로고가 붙어 있습니다. 근데 여긴 그런 것도 없잖아요. 그 회사 로고를 이렇게 인쇄해서 패키지를 만드셨어야죠."
아, 순간 든 생각은 이거였어요. 어찌 보면 저희 제품의 영업사원이 바로 이 수의사 선생님인데, 좋은 의견을 주셨는데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로고를 쓰는 건 어찌 보면 상표권 위반이라.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원장님이 고개를 끄덕이셨어요. 하지만 망설이시는 게 보였습니다.
그때 생각했어요. 가격이 문제가 아니라, 우키우키 제품에 대한 확신이 없는 거구나. 미리 준비한 말은 아니었는데 그 순간 입에서 나온 거였어요.
"그렇다면 혹시 여기 디피해서 팔아보시고, 추후에 입금해주시는 건 어떨까요?"
원장님이 조금 놀란 표정을 지으셨어요. "후불로요?"
"네, 먼저 팔아보시고 판매된 만큼만 입금해주시면 됩니다. 안팔리면 연락주시면 회수해 갈께요!"
완포장된 한 박스를 그 자리에 두고 왔습니다. 두 번째 병원까지 다녀오니 하루가 거의 다 갔어요. 용인에서 서울까지 왔다 갔다 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빠듯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어떻게든 해내야 한다. 그 생각뿐이었습니다.
그 병원에서 연락이 왔어요.
1박스. 12개. 정말일까? 너무너무 기뻤습니다.
우키우키가 인정받은 것 같았어요. 마티즈에 샘플 두 박스 싣고 강남까지 달려갔던 그날, 병원 문 앞에서 숨을 몇 번이나 쉬었던 그 순간들이 떠올랐습니다.
첫 주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건, 우키우키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리고 확신했습니다. 아 팔리겠구나.
글은 매주 일요일 1회 연재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