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어, 러시아어, 영어, 한국어를 하는 척하는 고양이
그렇다, 내 브런치 프로필 사진은 우리 집 고양이 체리버찌물칙이다. 물칙은 우크라이나어 이름, 체리는 영어 이름, 버찌는 한국어 이름이다. 무르무르무르가 고양이들이 골골골 하는 소리라고 우크라이나 사람들이 생각해서, 처음에 구조한 모녀가 이름을 붙였다, 참고로 골골골 소리가 엄청 크다. 체리와 버찌는, 내가 체리를 먹을 때마다 체리를 훔쳐 도망가서 체리 도둑, 버찌 도둑!이라 부르다가 그게 그렇게 이름이 되었다. 참고로 우크라이나의 체리는 체리 시즌에 1kg에 천 원쯤 한다, 그래서 다섯 개쯤 가지고 도망쳐도 괜찮다, 하지만 한국이었다면 다섯 개 가지고 도망치면 어디 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라고 소리쳤을 것이다)
17년 4월에 엄마가 키예프에 놀러 왔다, 엄마가 처음 그 고양이를 발견했는데, 엄마는 안경을 안 끼고 있어서 고양이가 눈 주변에 특이한 무늬를 가지고 있네 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건 특이한 무늬가 아니라 고양이 허피스로 인해서 고양이 눈 주변에 고름이 잔뜩 끼어 있던 것이었다. 그 당시 생각해보면 태어난 지 한 달도 안된 아기 고양이였다. 동네에 항상 선글라스를 끼고 다니는 아줌마와 그녀의 딸(영어를 할 수 있었다)이 있었는데, 동네 고양이들을 돌보는 캣맘이었다. 우리 엄마가 발견했던 그 아이는 어느 순간 너무 상황이 안 좋아져서, 캣맘이 동네 동물병원에 데려가서 치료 중이었다. 나도 고양이를 좋아하니까, 동네 고양이들에게 마음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 쪼그만 하얀 고양이는 다른 애들보다 작고, 눈에 상처도 나고 해서 더 신경이 쓰였었다. 그 캣맘에게, 내가 그 고양이를 임시 보호하겠다고 말을 하고 6월 첫 주에 아빠가 키예프에 놀러 온 날 남편과 동물병원에서 입원비를 치르고 (한 200불 정도 했던 거 같다) 고양이를 집으로 데리고 왔다. 분명 시작은 임시보호였다.
400그램짜리 고양이를 데리고 오니, 갑자기 막막했다. 얘는 길에서 온 아이라서 피부병이 있을 수도 있고, 아직 건강도 좋지 않았고, 눈에 상처도 아직 아물지 않은 상태였다. 난생처음 입양당해온 새 집에서 고양이는 낯설어했고, 밤에 냐옹냐옹 울어댔으며 우리는 서로를 힘들게 했다. 그렇게 입양을 하고 난 이주일 뒤에, 아빠도 한국으로 돌아가고 남편도 미국으로 돌아가고, 나와 고양이만 둘이 남게 되었다. 워킹맘의 딜레마를 나는 그때부터 깨닫게 되었다, 점심시간에 집에 와서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히고, 건강검진 결과를 기다리고, 매일 아침저녁으로 눈에 약을 넣어주고, 밥을 주고 화장실을 치워주고, 저녁에 퇴근 후에는 집에 일찍 와서 놀아줘야 했다. 하루 종일 혼자 집에서 심심해했을 테니까. 고양이의 상태는 다행히도 빨리 회복되었다, 밖에서 비둘기를 잡아먹던 고양이가 (사진이 있지만 혐이어서 첨부하지 않겠다), 집에서 창문 밖을 바라보며 비둘기를 무서워하게 되는데 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집 주변에 있는 동물병원에는 어느 누구도 영어를 하지 못해서, 강 건너편에 있는 (보통 택시를 타면 $6 정도 나오는 곳)에 있는 동물 병원에 다니게 되었다. 수의사는 엄청 친절했고, 어느 순간에는 물칙이가 너무 뚱뚱하다고 나를 탓하기 시작했다. 원래 고양이는 쑥쑥 커지는 거 아닌가요, 고양이 확대가 제일 쉬었어요.
400그람짜리 고양이는 그해 9월쯤에는 3킬로가 되었다 (2019년 5월 현재는 5.5킬로이다). 집에서 뛰어다니며 잘 놀고, 잘 먹고, 끊임없이 내가 체리를 먹을 때마다 체리를 훔쳐갔으며, 내가 우유를 마시려고 따라놓으면 자기 머리를 먼저 컵에 집어넣었고, 버터를 자주 습격하였으며, 치즈를 자르면 치즈를 달라고 이이잉? 거렸으며, 각종 풀들을 엄청 좋아하는 고양이가 되어있었다. 난생처음 고양이가 상추와 배추를 좋아한 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느 날은 소시지, 치즈, 햄, 베이컨, 상추를 사서 집에 왔는데 내가 집에 와서 장바구니를 내려놓자마자, 장바구니의 상추를 늘 그렇듯 상추 한 가운에 데 머리를 박고 상추를 먹기 시작하였다. 각중 풀을 어찌나 좋아하는지, 고양이가 우리 집에 살기 시작한 이래로 나는 더 이상 꽃을 살 수없었다 (참고로, 우크라이나의 꽃은 참 저렴했다, 봄에는 튤립, 라일락 한 다발에 보통 천 원쯤 한다, 릴리 오브 더 벨리: 송혜교가 부케로 들었다는 이천만 원 정도 줬다는 그 릴리 오브 더 벨리가 200원 300원이면 산다, 여름에는 수국, 해바라기, 겨울에는 국화 장미 각종 꽃이 계절별로 엄청 저렴하게 판다). 튤립을 사서 오면 튤립을 먹으려고 했는데, 구글에 물어보니 대부분의 꽃은 독성이 있어서 고양이가 먹으면 안 된다고 한다. 그래서 늘 생각한다 채식주의 고양이 인스타그램이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임시보호로 시작했던 고양이와의 동거는 어느새 3년째, 우크라이나에서 미국으로 이사할 때 고양이를 데리고 가는 지경에 이르렀다. 고양이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 쓸 예정이다.
- 내가 미국집을 떠나고 난 뒤 일주일 동안은 혼자서 잤다고 하는데, 이제 남편이랑 잔다고 한다. 나를 배신한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