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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May 22. 2019

4. 아프가니스탄 UNDP 첫 주

목요일 저녁부터 나의 주말은 시작한다. 

화요일 아침 8시쯤 사무실에 처음 도착하였다, 토요일 저녁에 마지막으로 침대에서 자고, 일요일 오후 8시쯤 마지막으로 샤워를 하고 그리고 사무실에 화요일 아침 8시에 처음 도착하였다. 안전을 위해서 여기 근무 시간은 8시부터 4시이다, 소문으로 듣기에는 7시 30분부터 3시 30분이었는데. 리셉션에 앉아있는데, 정말 많은 사람들이 미스박이냐고 물어봤다, 나 유명인인가 봐 여기서.. 내 프로젝트의 프로그램 코디네이터를 만나고 그분의 도움으로, 내 숙소를 찾아갔다. 아 라떼를 엄청 벌컥벌컥 들이켜어도 했다. 숙소는 컨테이너 박스인데 침대와 옷장, 책상, 간이주방 그리고 화장실이 있다, 뭐 나야, 핸드폰이 충전되고 와이파이가 연결되어 있고 침대에 누워있으면, 거의 모든 전 세계가 내 방이라고 생각하니까, 별로 불편 할거 같지 않아 보였다. 


간단하게 샤워를 하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10시쯤 출근을 하였다. 내 프로젝트가 속해있는 유닛의 담당자(프로그램 오피써, 참고로 프로젝트들이 모여서 프로그램이 되고 프로그램들이 모여서 유닛이 된다) 를 만나서 프로젝트에 대한 간단한 브리핑을 듣고, 프로젝트팀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를 하고, 점심으로 아프간 요리를 먹으러 갔다. 컴파운드 안에 피자집, 아프간 집, 카페 등등 간단한 식사 시설이 있다. 아프간 음식점은 $4.5 메뉴(소), $5.5 메뉴 (대)였다, 비싸다고 느껴진다면 비싼 게 맞다. 컴파운드 밖으로 나갈 수 없으니까 독점이니까 (가격을 말해주니, 엄마가 유엔 직원은 호구냐고 했다)! 쌀밥과 고기메뉴 하나, 야채 메뉴 하나, 그리고 샐러드 수프 후식 이렇게 먹을 수 있다. 뭐 나야 또 뭐든 잘 먹으니까. 날씨는 엄청 좋았다, 떠나기 전 보스턴의 날씨는 5도 이래서 추워서 겨울 코트에 장갑, 목도리 그리고 스웨터까지 껴입었었는데, 여기는 해가 쨍쨍하고 파란 하늘이 보이고 20도 정도로 쾌적하였다. 점심을 먹고 나서 팀 멤버들의 도움을 받아 유엔 아이디카드를 만들고 (증명사진이 빵떡같이 나왔다는 건 비밀), 세큐리티 브리핑을 받고 (내 무전기, 방탄조끼, 방탄헬멧이 생겼다), 방으로 돌아와서 잤다. 우크라이나에 있을 때 사무실이랑 집이 1.5km 떨어져 있었는데 이번에는 그거보다 훨씬 더 가깝다. 한 3분? 이런 거에 익숙해지면 만약에 나중에 서울에 돌아가면 통근하는 거 엄청 힘들어질 텐데... 


수요일. 아직 얼떨떨한 마음으로 출근을 하였다. 출근하여서 내 노트북을 받고, 프로젝트 코디네이터에게 지금까지 있었던 프로젝트 상황들에 대해서 보고를 받았다. 프로젝트 코디네이터는 이 프로젝트 처음부터 같이 한 직원이어서 엄청나게 아는 것이 많았다. 나는 좋은 팀을 둔 것 같다고 생각했다! 프로젝트 관련 브리핑을 받고, 점심을 먹고, 각종 서류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우크라이나에서 근무할 때 내가 했던 일은 서류 읽고 정리하고 교정하는 일이었는데, 여기서도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직책이 달라지면 하는 일도 달라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내 착각이었나 보다. 이번 주에 카불 시내에서 평화회의 (로열 지르가)가 열려서 각 지역에서 3000명 정도의 관계자가 카불에 와있다고 한다, 그래서 많은 도로들이 통제되어서 컴파운드에서 멀리사는 현지 직원들은 집에서 일하는 것이 권장되었다.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조금 알아가면서 퇴근을 하고, 베지 마켓에 가서 야채를 조금 사고 (무려 체리가 있었다! 체리 한 박스가 단돈 $3), 헬스장에 가서 운동을 하고, 1km쯤 조깅을 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하고 (카불은 세계에서 11번째인가 높은 수도이다, 절대 내 체력이 떨어져서가 아니라, 정말 너무 숨이 차서 포기한 거다), 그렇게 수요일이 지나갔다. 써놓고 보니 한 일이 없는 거 같다. 


목요일. 여기는 금요일 토요일이 주말이라, 목요일이 금요일이다. 이번 주는 정부가 평화회의 때문에 사실상 문을 닫아서 별 상관이 없지만, 정부는 목요일 오후 1시면 다 문을 닫는다고 한다, 사실상 그러면 우리도 반만 근무하는 셈. 어제와 같은 일의 계속, 문서를 읽고 검토하고 제안하고, 그리고 수요일에 프로젝트 직원들이 멀리 살면 출근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했더니 (보통 한 시간 거리에 사는데 이번 주에는 두 시간도 넘게 걸린다고 한다), 두 명의 직원이 집에서 일하겠다고 메일을 보냈다, 좋은 징조이다! 굳이 길에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집에서 편하게 일하는 게 더 좋으니까. UNOCA에는 직원 복지 커미티가 있는데, 매일매일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운영된다, 예를 들면 요가, 킥복싱, 조깅 클럽, 살사, 프리스비, 축구, 배구, 예술 클럽 등이 있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200-300명의 사람들이 한 공간에 모여 산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리고 숨겨진 곳곳에 카페, 소셜센터, 요가실, 도서관, 주류점, 슈퍼마켓 등이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보안 때문에 컴파운드 내에는 어떤 지도도 없다, 물어물어서 찾아야 한다. 그렇게 업무와 컴파운드를 파악하면서 아프가니스탄에서의 첫 주를 마감하였다. 


- 방탄조끼는 생각보다 엄청 무겁다, 아닌가 생각에도 무거워야하나, 하지만 크리미널 마인드를 보면 다들 방탄조끼를 입고도 잘만 뛰어다니는데, 나는 걷기도 힘들다. 

- 여기 온 이래로 엄청 건전한 식생활과 건전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딱히 할 일이 없어서 헬스장에 매일 가게 된다. 

- 컴파운드 안에는 고양이들이 엄청 많다, 그리고 엄청 친근하다, 야옹야옹하면 달려와서 자기 머리를 내 다리에 부빈다, 남편은 체리 동생 생기는 거냐고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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