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 큰 나무가 된 지팡이 1-1

잃어버린 지팡이1

by 율도샘


나의 집은 절벽 끝에 있었다. 누가, 어떻게, 그 곳에 집을 지었는지는 몰라도 절벽 끝에 기다란 성냥갑 모양으로 지어진 집이 우리 집이다.


절벽과 집의 벽이 일직선으로 바로 연결되어 집의 벽이 절벽의 일부처럼 되어 있었다.


방에서 창문 밖 아래를 쳐다보면 까마득한 낭떠러지가 보였다. 돌과 바위들 틈으로 이끼와 풀들이 듬성듬성 나 있었다. 무섭기보다는 오히려 묘한 기분이 들었다. 세상의 끝, 가장 꼭대기에 사는 기분이었다고나 할까.


고개를 들어, 멀리 쳐다보면 낮은 지붕들이 좍 펼쳐졌다. 세상이 다 보이니 하늘 위에서 사는 것 같았다.

밤에 누워서 창문 밖을 쳐다보면 별들이 하늘에 모래알처럼 박혀 있어 반짝반짝 빛났다.


하지만 겨울에는 방 안이 너무 추웠다. 신기하게도 방 안에서 바람이 쌩쌩 불었다. 어른들은 이것을 보고 위풍이 세다고 했다. 입에서 입김이 모락모락 났다. 벽에는 얼음이 얼었다. 냉장고에 있어야 할 얼음이 벽에 붙어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언덕으로 뛰어다녔다.

왜 지팡이를 짚고 다녔냐구?

3살 때 소아마비 걸려 다리가 아파 지팡이를 짚고 다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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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고마비는 알지만 소아마비가 무슨 말인지 모른다구?

소아마비는 예전에 어린 아이들이 잘 걸리는 병이었다.


그 지팡이가 나에게는 마법의 지팡이였다. 왜 마법의 지팡이냐 하면 그 지팡이만 짚고 다니면 어디든 갈 수 있었으니까.

두 다리가 튼튼한 동생보다 더 빨리 달릴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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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다리를 지팡이에 척 감고 왼 손으로 지팡이를 쓱쓱 움직이면 사자바위도 오를 수 있었고 모래가 쌓인 공터를 마음대로 달릴 수 있었다.

그 뿐 아니라 축구공도 잘 차고 제기도 잘 차고 언덕은 가볍게 오르내릴 수 있었다.


“왜 이렇게 빨라.”


동생이 물으면 나는 웃으며 농담으로 받아쳤다.


“나는 다리가 3개니까?”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면 기차, 기차를 타고 밤하늘로 날아가는 꿈을 꾸었다.


이런 노래를 부르며 꿈을 꾸었다. 기차를 타고 밤하늘을 여행 다니는 꿈이었다.


기차가 종착역에 오면 아침이 되었고 잠에서 깨면 엄마는 떡을 팔러 나갈 준비를 하셨다. 큰 떡그릇을 머리에 이고 아랫동네로 가서 하루종일 떡을 팔고 저녁 때 오셨다.


6년 전, 아직 학교에 입학하지 않은 나는 하루종일 집 주변에서 동생과 놀았다. 잠자리도 잡고 개미 구경도 하고 흙으로 성을 쌓으며 놀았다.


어느 날 저녁, 남산이 보이는 성터에서 정신없이 놀다보니 지팡이가 없어졌다.

그 지팡이는 내가 몇 가지 사고를 저지른 후 아빠가 구해다 준 거였다.

그 이야기를 하려면 벌레를 잡다 사고당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어느 날 오전이었다. 누나들은 학교 가고 엄마는 떡 팔러 나가서 동생과 나, 단 둘이 집을 지키고 있었다.


방에서 부엌으로 내려오는 계단 아래에 집게벌레가 기어가고 있었다. 동생이 손으로 벌레를 잡으려고 했다.


“잡지 마, 내가 뛰어서 밟을게.”

이렇게 소리치며 나는 계단에서 뛰어내렸다. 집게벌레를 충분히 밟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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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계단에서 뛰어내렸으나 그만 다리가 꺾여 무릎이 땅바닥에 쾅, 찍혔다.


나는 그 때까지만 해도 내가 다리가 불편하다는 것을 크게 생각하지 않았던 거였다. 다리는 아프지만 여기 저기 뛰어다녔기에 뭐든지 다 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다.


무릎에서 피가 콸콸 쏟아졌다. 그냥 살짝 까진 것이 아니라 무릎 전체가 구멍이 뚫린 것처럼 벌어지고 덩어리 피가 쏟아졌다.


으아아아악, 으아아아악.


나는 큰 소리로 울면서 끊어질 것 같은 다리를 부여잡고 나뒹굴었다. 동생도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했으나 나이가 어려 어떻게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했다.


한참을 소리 내어 엉엉 울자 비탈 아랫집에 사는 아줌마가 올라왔다. 아줌마는 피가 바닥에 흥건히 고인 것을 보고 깜작 놀라셨다.


아줌마는 황급히 붕대를 가져와 내 다리를 감아주셨다.

벌레는 나를 놀리듯 지나가는 것 갔았다. 울고 있는 내 옆으로 유유히 지나가고 있었다. 분명 조준을 잘 했는데 벌레 하나 못 잡는 내가 바보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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