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10%, 은 -30%
불과 하룻밤 새 일어난 일이다.
시장에선 케빈 워시의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지명 소식이 원인이라고 분석한다. 과열되었던 귀금속 랠리에 '매파(긴축 선호)'이자 '달러 강세론자'의 등장이 찬물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달러 가치 훼손’ 베팅의 붕괴
지난 1년간 금 강세론의 핵심 논리는 “트럼프 정부의 압박으로 연준이 독립성을 잃고 금리를 억지로 내려 달러 가치가 무너질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정통파 경제학자인 워시가 지명되자, 시장은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엄격히 관리할 것이라고 믿으며 금을 던지고 달러로 회귀했다.
캐빈 워시, 영원한 매파인가?
그는 시장에서 꽤나 강경한 이미지다. 그러나 주요 외신의 분석을 참고해 보면, 그는 훨씬 입체적인 인물이다. 워시는 2008년 금융위기 당시 초기엔 인플레이션을 우려했으나, 위기가 닥치자 빠르게 금리 인하에 동참했다. 팬데믹 초기에도 금리 인하를 적극 지지했다. 즉, 상황에 따라 ‘비둘기파’로 변신이 가능하다. 오히려 현실주의자라고 평가하는 게 맞을지도 모르겠다.
워시는 1990년대 앨런 그린스펀식 ‘생산성 주도 성장’ 모델을 선호한다는 분석도 있다. 만약 AI가 생산성을 폭증시켜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면, 워시는 얼마든지 금리를 낮게 유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워시는 트럼프 정부의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과 긴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워시가 트럼프가 원하는 ‘저금리와 성장’을 정교한 경제 논리로 뒷받침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금과 은은 어떻게 되나
귀금속 시장은 단기적으로 워시 지명에 따른 강달러 압력을 받겠지만, 중장기적 수요 동력은 여전히 견고하다는 시각도 있다.
금은 방어막이다. 각국 중앙은행(중국, 인도 등)은 달러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매년 기록적인 양의 금을 매입하고 있다. 이들의 순매수 기조가 금 가격의 강력한 하단을 형성할 거란 분석이다. 실제 중국은 2022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금 보유와 해외 금광 확보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미국의 재정 적자 우려도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구조적 리스크는 장기적으로 달러의 구매력 약화 우려를 낳고, 이는 언제든 금 수요를 다시 촉발할 수 있는 불씨가 된다.
은은 전기 전도성이 가장 뛰어난 금속으로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고성능 커넥터와 배전 설비에서 수요가 뒷받침될 거란 예측이다. 글로벌 탄소 중립 정책에 따른 태양광 패널 설치량 증가 또한 은 수요를 발생시킨다. 다만 최근 은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한 만큼, 투기 자산으로서의 성격도 강하게 지니고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
워시 쇼크 이후의 귀금속: 두 가지 시나리오
정리하자면, 캐빈 워시 지명은 "달러가 망할 것"이라는 전망을 깨부수며 귀금속 가격을 폭락시켰다. 하지만 워시가 성장론을 내세워 금리를 내리기 시작한다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가능성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