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volution vs Revolution
조금은 예민한 내용을 다루고자 합니다. UX 리서치가 제품 성공에 답을 줄 것인가?라는 주제로 개인적인 생각을 공유해봅니다.
UX 디자인이란 것은 사용자 리서치에 기반하여 전략을 수립하는 디자인이라고 하지만 과연 UX 디자인이 얼마나 UI 기반의 디지털 프로덕트에 기여하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싶습니다. 보면 업계에서도 UI 업무만 하면서 직함엔 UX라는 워딩은 빠지지 않더군요.
아마 UX를 깊게 파보셨다면 아시겠지만 UX는
Problem > Research > Analysis > Insight > prototyping > Deploy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치게 됩니다.
제일 힘든 과정이 리서치에서 경험 가치 도출까지의 과정인데 여기에는 많은 디자인 방법론들이 도입됩니다.
이러한 맥락으로 볼 때엔 UX 디자이너가 사용자 경험에 근거하여 UI 디자인을 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도출해낸 경험 가치로 UI에 핵심 키를 가지고 있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흐름을 본다면 모바일 같은 디지털 프로덕트들은 어느 정점에 이르면 서로 동일한 구조나 형태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UI라는 건 컴포넌트 덩어리들의 (task 수행) 맥락에 맞는 구성이니깐요. UI의 본질적인 역할은 사용자에게 주어진 목표(task) 수행에 집중해야 됩니다.
글로벌 테크 기업의 앱들이 왜 비슷비슷한가? 하는 포스트가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화제였는데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말로 이어지는 흐름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와 이거다!’ 이런 건 찾기 힘들지 모릅니다. 적어도 손바닥만 한 디스플레이에 필요한 건 신기방기한 인터랙션이 아닌 사용자가 원하는 테스크를 최대한 쉽고 빨리 처리해주는 것이 모든 기업들의 당연시한 기준이 되어버렸습니다.
UX 리서치를 통해 얻은 인사이트로 좀 더 의미 있는 UI로 할 수 있어!
Data 분석도 하고 A/B 테스트를 통해서 더 나은 UI를 만들 수 있어!
이러한 것이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될까요? 경우에 따라 인지 못하는 UI에 문제를 발견할 수 있다고 가정해도 근본적인 사용자 경험이란 건 서비스/디자인/개발/마케팅 등 각 분야별 채널들이 통합적으로 엮어서 사용자가 잠재적으로 가지고 있는 니즈를 제품에 녹이는 하나의 큰 틀을 만드는 전략입니다.
물론 프로덕트를 고도화하는 과정에 있어 더욱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다는 것엔 반론의 여지없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UX 리서치를 통해 UI가 개선되는 것에는 많은 의문을 가지고 있습니다.
UX는 하나의 큰 전략입니다. UX는 디자이너가 설계한 그 흐름에 사용자가 자연스레 탑승시켜 의도한 방향대로 이끌어주는 것이며 그렇게 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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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초창기 카카오톡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기 위해 고민한 건 UI보다는 전체적인 흐름일 거라 봅니다. 주소록 자동 동기화나... 빠른 시장 진입... 절대 UI 퀄리티가 우월(실은 우월하긴 했습니다)해서 시장을 선두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그냥 모바일에 최적화된 선진화된 방법을 최선을 다해 적용한 거겠죠. 대기업이 절대 하지 못할 파격적인 디자인, 개발 퍼포먼스 등.. 아주 빠르게 도입했습니다. 이러한 초석들이 오늘날의 스타트업 디자이너, 개발자를 만든 것 합니다.
UX 디자인으로 돌아와서.. 지금은 UI 경력이 몇 년만 있으면 별도의 스토리보드 없이 서비스 기획을 충족하는 사용성 높은 UI 디자인 업무가 그리 높은 벽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러한 과정에서 자연스레 UX/UI란 워딩이 탄생하지 않았나 추측해 봅니다. 그런데 진짜 사용자 콘텍스트 분석에서 리서치 그리고 FGI 데이터 분석해서 모델링하고 다양한 기법을 통해서 사용자의 잠재적 니즈를 도출하시나요? UX 디자인은 X란 알파벳이 들어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직무에 UX가 들어가면 상당히 Fancy 해 집니다. 그런데 문제는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얼렁뚱땅 무임승차하는 디자이너들이 늘고 있다는 겁니다.
지금이야 누구나 UX/UI 디자인한다고 하지만 UX는 제품을 분석하는 게 아닌 사용자를 분석(연구)하는 분야입니다. 그럼 그게 그래픽 디자이너, UI 디자이너랑 무슨 상관이 있을까요? 네 상관없습니다. 심리학, 인지과학, 철학, 문학, 인문학 등 기본적으로 이러한 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팀으로 UX 프로젝트를 시작하는데 개인적으로 가진 재능이 아니면 그래픽 툴로 시각화한 결과물을 제작하는 디자이너가 알 도리가 없지요.
설문지 문항의 문장조차도 의도한 방향의 데이터를 얻기 위해 고민하는 게 리서치입니다. 말 한마디를 해도 치밀하게 준비하는 일인데 이쪽 분야를 공부하지 않았으면 사실 쉽지 않죠..
링크드인에서 보니 몇몇 기업은 아예 리서치라고 못 박고 UX Researcher라는 직군을 따로 구인하는 사례가 종종 있습니다. 저는 굳이 UX를 어느 분야에 편입해야 한다면 서비스 기획이 맞다고 봅니다.
그래서 어떤 의미에선 비주얼 기반의 디자이너가 UX를 한다는 건 쉽지 않다고 봅니다. 애초에 태생이 다르기에...
예전에 어느 노련한 디자이너가 ‘사람들은 제품이 성공한 후에 사후적 고찰로 포장한다’ 란 얘기를 듣고 많이 공감했습니다. 성공하던 성공하지 않던 대부분의 제품은 본질이라는 뿌리가 있는 거겠죠. 배민이 UX 리서치를 해서 제품이 성공했나요? 그들은 마그네틱 찌라시를 온라인으로 빠르게 옮겼습니다. 이러한 인사이트는 굳이 UX 리서치를 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부분인 거죠.
저는 리서치 방법론이 정말 효과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유명한 기업에선 다들 그럴싸한 사탕발림만 하는 건 아닌지... UX 강연을 보면 마치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신세계를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청중들은 내가 모르는 급이 다른 미지의 영역이야.. 난 언제 저렇게 해보지? 등의 동경심을 가진 시선을 가진 태도로 경청하지만 실상 리얼 월드로 돌아와선 아무것도 못합니다 그냥 그들이 옮다고 했으니 그들의 방법론을 따라만 합니다. 그냥 한 여름밤의 달콤한 꿈을 꾼 듯... UX를 그렇게 강조하면서 정작 그들이 주도한 프로젝트는 성공적이지 않은지... 방송에 나와 쇼핑카트를 나이스 하게 만들어 홍보도 하는데 왜 그 카트는 우린 사용 못하고 있는 건지...
어쩌면 실제로 그러했는데 제가 모르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리서치나 방법론에 의지해선 안됩니다. UX 없이도 좋은 제품은 지금까지 잘 만든 사례가 많습니다. 굳이 사용자 리서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개선할 수 있는 것들이 많거든요.
디자이너의 경험과 촉도 중요하고 어쩌면 누구 한 명 뛰어난 재능 있는 사람 혼자서 큰 틀을 재구성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