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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시대, 디자이너는 무엇으로 살아남는가

by maus x maus

AI가 세상을 바꿨다.

정확히 말하면, “바꾸고 있다” 수준이 아니라 “이미 끝냈다”에 가깝다.


그래픽, 영상, 음악, 코드.

컴퓨터로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이제 AI가 못하는 게 거의 없다.



그럼 우리는 뭘 먹고 살아야 할까?




대부분의 직업은 시간이 쌓이면 가치가 오른다. 경력이 쌓이고, 연봉이 오르고, 노하우가 자산이 된다. 그런데 테크 업계는 정반대다. 변화 속도가 너무 빠르기 때문에, 오래 했다는 사실 자체는 거의 아무 의미가 없어지고 있다.

기술에서 중요한 건 연차가 아니라 흡수력이다




"인간이 만드는 시대”에서 “AI에게 시키는 시대"




시대를 잘못 타면, 20년 쌓은 경험이 하루아침에 무용지물이 된다.


테크 업계는 어느 순간 “리셋”이 온다. 기존 방식은 전부 폐기되고, 게임의 룰이 통째로 바뀐다.


포토샵이 그랬다.

1990년에 나온 포토샵은 오랫동안 디자인의 표준이었다. 하지만 지금 디지털 프로덕트 디자인에서 포토샵은 사실상 주력 도구가 아니다.

2010년 스케치가 나왔고, 실리콘밸리의 회사들은 빠르게 갈아탔다. 더 효율적이었고, 더 제품 개발에 맞는 도구였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디자인은 원래 포토샵으로 하는 것”이라고 너무 오래 믿어왔다는 점이다. 더 나은 대안이 있을 거라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리고 피그마가 나왔다.

이건 개선이 아니라, 세대 교체였다. 아무리 포토샵 버전이 100, 1,000이 되어도 피그마와는 비교 대상조차 되지 않는다. 게임의 규칙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이 변화를 강제로 가속했다.

“접근성” 하나로 피그마는 사실상 독점적 지위를 가져갔다.


그리고 그 다음은 AI였다.


이제 디자인 툴은 “그리는 도구”가 아니라 “만들어주는 도구”가 되고 있다.

Cursor, Claude, Figma Make, Google Stitch. 이름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방향이다. “인간이 만드는 시대”에서 “AI에게 시키는 시대”로 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 변화를 “보조 도구의 진화” 정도로 착각하고 있다. 하지만 이건 보조의 문제가 아니다. 역할 자체가 사라지는 변화다.


최근에 만난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자기 직업이 사라질 거라고 꽤 확신하고 있었다.

“AI가 내가 생각한 대로 코드를 다 짜주는데, 왜 사람이 키보드를 치고 있죠?”


지금은 아직 ‘보조 도구’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단계는 생각보다 짧을 가능성이 높다. 1~2년 뒤에도 여전히 사람이 코드를 짜고 있을 거라고 확신하는 쪽이 오히려 낙관주의에 가깝다.


머지않아 기획, 디자인, 개발, 배포를 한 사람이 다 하는 시대가 온다. 아니, “한 사람”조차 필요 없는 프로젝트도 흔해질 것이다.


그때가 되면 채용이라는 개념도 바뀐다.

사람을 뽑는 대신, 기능을 사고, API를 붙이고, 필요하면 AI 에이전트를 하나 더 붙이는 식이 된다.


그럼 디자이너는?


많은 디자이너들이 아직도 “그래도 UX는, 그래도 휴먼 터치는…” 같은 말을 한다.

솔직히 말하면, 그건 위안에 가깝다. AI가 넘지 못할 벽이라고 믿고 싶은 심리다.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직업 전체를 지켜줄 만큼의 예외”는 아닐 가능성이 높다.


곧 디자인은 “툴로 그리는 행위”가 아니라, “의도를 언어로 정의하는 행위”가 된다.

디자이너가 화면을 그리고, 개발자가 구현하는 구조는 생각보다 빨리 끝날 것이다.

AI는 이미 “그리는 속도”가 아니라 “생성하는 속도”로 일하고 있다. 그리고 그 결과물은 곧바로 코드다.


그렇다면 앞으로 살아남는 디자이너는,

피그마를 잘 쓰는 사람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어야 하는지 정의할 수 있는 사람이다.


어떤 툴이 나오든 상관없이, 문제를 구조화하고, 맥락을 설계하고, 방향을 언어로 명확히 지시할 수 있는 사람.


아이러니하게도, 디자이너는 이제 디자인을 내려놓을수록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지고 있다.


그리고 더 잔인한 이야기 하나.


지금 우리가 자랑하는 “논리적 사고”, “기획력”, “구조화 능력”조차도,

AI는 이미 상당 부분 따라오고 있고, 조만간 대부분을 대체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당분간은 “무엇을 만들 것인가”를 결정하는 책임은 인간에게 남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도, 생각보다 길지는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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