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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비 Feb 29. 2024

욜로하다 골로 간다.

포르쉐를 타긴 뭘 포르쉐를 타.

인스타에 "지금 당장 포르쉐를 타라"라는 책의 광고를 봤다. 뭐 대충, 부자들의 노하우를 배우려면 일단 부자들과 어울려야 하고, 그러려면 일단 겉모습이라도 부자처럼 보여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게시글에는 악플들이 달렸다. 그따위 허황된 생각이나 하니까 20대 카푸어들이 생기는 거다, 달콤한 거짓말로 아무것도 모르는 젊은 애들 꼬여 내려는 사기꾼들은 걸러야 한다, 하는 댓글들이었다.



내 생각도 저들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포르쉐 같은 소리하고 자빠졌네. 포르쉐가 1억4천이면 60개월 할부를 해도 월에 200만원이 넘는다. 세후 월 300만원을 받는 직장인이 200만원을 차 할부로 쓰면 남는 건 100만원, 한 달 생활비로 쓰기에도 빠듯한 돈이다. 거기에 차량 유지비, 보험, 기름값까지 포함한다면 통장 잔고는 매달 마이너스가 될 것이다. 그렇게 5년을 보내고 나면 남는 건 5년된 중고 포르쉐와 마이너스 통장뿐일 것이다. 그 돈으로 저축을 했다면 지금쯤 경기도 외곽에 아파트 전세를 구할 돈이 모였을텐데 말이다.


하지만 지금 당장 포르쉐를 타라고 하는 저 책의 메시지가 100% 개소리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어차피 직장 생활은 답이 없다. 한 달에 300만 원을 받아서 200만 원씩, 연 2,400만 원을 저축해봐야 서울에 10억짜리 아파트를 사려면 40년이 걸린다. 일반적인 직장인들의 정년은 40대 후반. 임원을 달지 않는 한 20년을 다니기도 어렵다. 월급 모아서 서울에 집을 사는 건 결국 불가능하다. 그러니 사업이나 재테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사업이나 재테크로 돈을 많이 번 사람에게 노하우를 배워야 한다. 그러려면 그들과 어울려야 하고, 그들의 수준에 맞춰야 한다. 돈을 써야 한단 말이다. 포르쉐를 사건, 명품백을 들건.



그럼 뭐가 맞는 걸까? 해외 여행을 가고, 20만원 짜리 오마카세를 먹고, 외제차를 타야 하는 걸까? 그렇게 해서 낯선 문화를 체험하고, 상류층의 기호와 취향에 익숙해져야 하는 걸까? 아니면 허황된 생각말고 새마을금고 가서 적금이나 부어야 하는 걸까?


중요한 건 확장성이라 생각한다. 돈을 쓰는 게 그냥 일회적인 소비로 끝나는지, 아니면 생산적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하는 것 말이다. 가령 500만 원을 주고 책쓰기에 대한 강의를 듣는다고 생각해보자. 강의를 듣고 책을 출간한다면 나는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강연이나 비즈니스의 기회들이 생겨나게 될 것이다. 그러면 강의료 500만 원은 훗날 더 큰 돈을 벌기 위한 투자가 된다. 반면 한 끼에 20만 원하는 오마카세를 먹는다면 어떨까? 그냥 맛있게 먹고 사진 몇 장 찍어 인스타에 올리고 나면 끝일 것이다. 남은 건 인스타에 태그된 #FLEX와 좋아요 몇 개뿐일 것이다.


단순히 오마카세를 먹는데 쓰는 돈은 아깝고, 책 쓰기 강의를 듣는데 쓰는 돈은 아깝지 않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다. 오마카세인지, 강의인지보다 중요한 건 그것을 위해 돈을 쓰는 자기 자신이다. 요식업에 종사하고 있거나 사업을 시작할 계획을 갖고 있는 사람의 눈에는 오마카세가 그냥 비싼 음식으로만 보이지는 않을 것이다. 가게의 입지, 인테리어, 메뉴의 구성, 직원들의 복장, 그 모든 것들로부터 사업의 인사이트를 얻어낼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책을 낼 정도로 한 분야에 대해 정통한 사람이 아니라면 책쓰기 강의를 듣는다고 해도 남는 게 없을 것이다. 책쓰기 강의에서 알려줄 수 있는 건 내가 갖고 있는 전문적 지식을 어떻게 책의 형태로 가공해낼 수 있는지이지, 전문적 지식 자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결국 중요한 건 나를 아는 것이다. 내가 뭘 좋아하고 뭘 잘하는지를 알아야 거기에 집중적인 투자를 하고, 그로부터 많은 것들을 얻어낼 수 있다. 그게 바람직한 의미의 YOLO다.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이니 온 힘을 다해서 세상에 부딪혀보는 것 거다. 제일 좋아하고 제일 잘하는 것에 최대한의 노력을 집중해서 말이다.


그러려면 결핍이 있어야 한다. 학자가 되려면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있어야 하고, 챔피언이 되려면 패배의 쓴 맛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부자가 되려면 돈이 없어서 서러웠던 경험이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지식을 얻기 위해, 스스로를 단련하기 위해, 돈을 벌기 위해 분투할 수 있다.


그런데 작금의 YOLO는 그런 거와는 거리가 멀다. 생산적 활동으로 이어지기 위한 YOLO가 아니라 소비적 차원의 YOLO에 그치고 있다. You Only Live Once. 한 번뿐인 인생이니 좋은 거 먹고 좋은 데 놀러다니고 좋은 옷 사입어라. 그러니까 욜로충은 안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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