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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경어터 Nov 07. 2019

암이 아니었다는 ‘희망’의 메시지

일생 동안 한 기도가 ‘감사합니다’ 한 마디였다고 해도, 그것으로 충분할 것이다.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피곤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강연 스케줄이 많았지만 충분히 쉴 수 있는 날도 있었다. 휴일에는 하루 종일 잠을 자도 피로가 잘 회복되지 않았다. 아내는 이런 남편의 모습을 교회 모임에서 나누었다. 이야기를 전해 들은 집사님이 남편 병원에 한 번 검사받아보라고 권했다. 교회 집사님의 말 덕분에 오랜만에 병원을 찾아 피검사와 초음파 검사를 받았다. 다행히 피검사는 정상으로 나왔다. 문제는 수술한 부위 위쪽에 위치한 임파선 쪽에 모양이 의심스러운 종양이 발견되었다. 집사님은 사진을 찍어 다른 의사에게 한 번 가서 정밀검사를 해보라고 권했다.     


정밀검사를 받으라는 말을 듣고도 피검사는 좋게 나왔기에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하고 있었다. 13년 전에 암수술을 하고 나서는 5년 동안은 꾸준히 정기검사를 받았다. 문제가 없었기에 그 뒤로는 검사를 받으러 2~3년에 한 번 꼴로 갔다. 피검사나 새침 검사에서 결과가 좋게 나와 괜히 돈만 쓰는 것 같았다. 5년이나 지났으니 별문제 없겠지라는 생각도 있었다.

2주나 지나서 집사님이 추천한 병원에 방문했다. 아내랑 여름휴가도 다녀오고, 강연 스케줄을 다 치르고 난 뒤에나 방문했다. 스케줄이 우선순위보다 별문제가 없겠지라는 마음이 더 컸다. 나중에 집사님은 병원에 안 갈 줄 알았다고 한다. 너무 여유롭게 있어서...     


집사님이 추천한 병원에 가서 세침검사를 받았다. 세침검사는 목에 주삿바늘을 찔러 조직을 떼어내서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다. 매번 검사를 받을 때마다 잊고 있던 아픔의 추억이 떠오른다. 암수술 후에도 정기검진을 통해 몇 번이고 했기 때문에 통상적인 검사라고 생각했다. “1주일 뒤에 검사 결과가 나옵니다.” 의사는 검사 결과과 좋게 나오면 전화로 결과를 알려주고 방문을 안 하셔도 된다고 설명하였다. 이 말은 악성, 즉 암으로 판정이 되면 방문을 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이 젊은 나이에 벌써 2번째 암 수술이라니...?   

  

34살의 나이에 5권의 책을 출간하고 한참 활동하고 있는 시기였다. 출판사와 계약된 원고도 있고, 연말까지 잡혀있는 강연 스케줄이 있었다. 책도, 강연도, 비즈니스도 뭔가 되려고 하는 시점에 정치계 연설문도 한 번 써봤다. 이 시기에 활동을 접고 수술한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암수술을 경함하고 13년 동안 몇 번이고 해왔던 일이라 1주일 동안 별생각 없이 이전과 같은 일상을 보냈다. 

그럼에도 내 마음은 몇 번씩 바뀌었다. ‘만약에 암이면 또 수술을 해야 하는 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도대체 이 젊은 나이에 벌써 2번째 암 수술하는 게 어디 있냐’는 생각도 들었다. 나에게 찾아오는 불운보다 훨씬 많은 행운이 있다는 생각을 가졌다.      


‘앞으로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사를 받으세요’라는 결과를 통보받았다. 1주일이 딱 지나 병원에서 걸려온 전화로 방황을 끝냈다. 매번 이런 결과가 나오면 검사를 왜 받은 거야라는 허무감과 함께 안도의 한숨을 내뱉었다. 운동장에 넘어져서 흙이 묻은 바지를 털어내듯이 1주일간 걱정거리를 털어내고 다시 본업으로 돌아갔다. 물론 이전보다 한결 가벼워진 발걸음이다. 검사 결과는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한 것 같다. 보너스처럼 나에게 기적을 선물하였다.

여기까지가 암이 아니었다는 해피엔딩의 글이다.      


물론 이것은 ‘거짓말’이다. 1주일 뒤에 조직 검사 결과가 나온다고 했지만, 병원에서는 사흘 뒤에 전화가 왔다. 조직 검사 결과 임파선 악성종양 판정이 되어 대학병원에 가서 수술을 해야 한다는 진단을 받았다. 13년 만에 암이 재발하여 다시 암 환자가 되었다.

처음 암 판정이 되고,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알려야 할지 몰랐다. 가까운 가족들과 아내에게도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마냥 슬프게만 말할 수가 없었다. 감사하게도 아내와 교회 목사님, 그리고 주변 사람들이 내 아픔을 자신들의 아픔처럼 위로해주었다.      


“세상은 고통으로 가득하지만, 한편 그것을 극복하는 일로도 가득 차 있다.”
- 헬렌 켈러     

앞서 좋은 검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거짓말이기보다 나의 바람이었다. 수술 역시도 나에게 새로운 인생을 선물하였고, 보너스처럼 내 인생에 기적을 선물하였다. 그러기에 수술한 것도 감사하다.

피곤하다는, 바쁘다는 말들을 입에 달고 살았던 기성준이 어느 날 암 수술을 하고 한가롭게 인생을 보내고 있다. 병을 통해 인생을 뒤돌아보고, 조금 더 겸손해진 기성준이 치료도 무사히 끝내고 병을 훌훌 털고 일어나는 날을 꿈 꾼다.

한동안 무기력하게 살았지만, 다시 최선을 다해 살아보리라는 희망을 갖고, 가능성 있는 삶을 도전해본다.      

“희망만 있으면 행복의 싹은 그곳에서 움튼다.” - 괴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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