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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 수 없어 분노하는 사람들

by 요술램프 예미

세상이 이토록 분노로 가득한 적이 있었을까? 아니면, 원래 세상은 분노로 가득했는데, 미디어가 발달한 오늘날 분노한 사람들에 관한 소식을 실시간으로 더 많이 접하게 된 것 뿐일까? 분노에 차서 욕을 하고, 분노에 차서 싸움을 하고 급기야 그 분노로 인해 누군가를 해치고, 그러한 뉴스와 소식들을 접한 사람들은 그 분노한 사람들에게 다시 분노하는 세상. 분노의 급류에 휩쓸리기 전에 우리의 말을 누군가 찬찬히 들어주었더라면, 급류가 모든 것을 쓸어버리기 전에 내가 나의 것을 잘 꺼내놓았더라면 극단의 결말들은 모두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예전에 떠돌던 영상에서 한 아저씨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의 분노를 자기조차 어찌할 수 없어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고, 사람들을 위협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에 출동했고, 그는 경찰들에게까지 소리를 지르고 위협했다. 경찰 중 한 명은 계속되는 위협과 위험한 행동을 멈추지 않으면 잡아가겠노라 엄포를 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런데 나머지 한 명의 경찰이 멈추지 않는 그의 몸을 잡으며 그를 껴안았다. 처음엔 뿌리치던 그가 이내 경찰의 품에 얼굴을 묻고 엉엉 울었다. 사실 그는 울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울음을 잃어버리고 그 울음을 분노로 표현해왔던 것이다. 자기가 울고 싶었다는 것도 모르 채.


자기심리학자인 하인즈 코헛은 이런 식의 분노를 격분으로 설명하는데, 그에 따르면, 자기애적 손상에 대한 반응으로 나타나는 과도하고 격렬한 분노 반응을 자기애적 격분(narcissistic rage)이라고 한다. 어린 시절에 무시당하고, 존중받지 못하고, 감정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으며, 자신의 존재가 부정되거나 수치심을 자주 경험했다면, 그 아이는 “나는 소중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내면화한다. 하지만 이런 감정은 감당하기 너무 고통스럽기 때문에, 일부 아이들은 거꾸로 ‘과장된 자기 이미지(grandiose self)'를 만들어내고, 성인이 될 때까지 그것에 의존하게 된다. 이런 사람은 겉으로는 자신감 있고 특별해 보이며 자신의 힘을 과시하고 때로는 그 힘으로 타인을 위협하고 누르려고 하지만, 내면에는 극심한 취약성과 불안정한 자존감이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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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조우관. "상처의 흔적들을 유배시키기 위해, 무용이 유용이 될 때까지 쓰고 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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