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무서운 사람들

by 요술램프 예미

어렸을 때는 귀신이 가장 무섭다가 크면서 점점 사람이 더 무서워진다는 이야기가 있다. 여전히 귀신도 무섭지만, 무섭지 않았던 사람들이 무서워진다는 것은 유형의 존재에 대한 인식이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동시에 사람으로 인해 받은 상처가 그만큼 크다는 뜻이기도 하겠다. 한꺼번에 많은 귀신이 나에게 영향을 끼칠 확률은 지극히 낮지만, 만나야하는 사람들은 귀신보다 훨씬 많을테고 파이값이 큰 만큼 사람에 대한 두려움이나 실망을 느낄 확률도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 중 어떤 사람은 마치 사고를 겪듯 한순간에 나에게 해를 끼칠 수도 있고, 어떤 사람과는 경계 조절의 실패로 화를 자초하는 경우도 있다. 친밀하다고 믿었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배신자가 되기도 하고, 한쪽에서만 친밀하다고 생각해서 나머지 한쪽이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어찌되었든, 고립되지만 않으면, 최소한의 친밀한 관계만 있다면 인간은 실존의 삶, 즉 존재감을 증명하고 확인하면서 살 수 있다.


문제는 가장 가까운 사람, 가족과 관계를 끊는 경우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가족과 관계를 끊는다는 것은 관계에 대해 마지막 남은 희망과 소망, 기대감조차도 없어졌다는 의미이다. 유배된 삶이자, 절망적인 상황이다. 어떤 가정에서는 고립과 단절이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여러 사람에게 일어나기도 한다. 이는 비슷한 환경을 공유한 사람들이 비슷한 증상이나 모습을 보이게 되고, 결국은 비슷한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서이다. 보웬(Bowen)이라는 학자는 이를 '가족 분화'라는 개념으로 설명한 바 있다. 그에 의하면, 인간관계는 서로에게 의존하려는 동시에 독립성을 추구하는 개별성과 연합성의 두 세력에 의해 움직여 나가게 된다. 이러한 양극단의 인간 본성이 얼마나 성공적으로 조화를 이루는가 하는 문제는 친밀한 관계에서의 감정조절, 즉 ‘자기분화’ 의 수준에 달려 있다. 자기분화는 전 생애에 걸친 커다란 과제로서 원가족으로부터 심리적인 독립을 이루면서 그들과의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능력을 뜻한다. 자기분화가 잘 된 사람은 사고와 감정에 있어서 균형을 이루며 다른 사람들과의 친밀한 관계에서도 자신의 개체성을 유지할 수 있다.


그의 관점에 따르면 가족 내에서 일어나는 문제는 자기분화 수준이 낮은 사람들끼리 결혼하는 데서 주로 발생한다. 어린 시절부터 가족 안에서 독립과 유대를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 부모의 눈치를 보면서 복종하거나 혹은 반발심으로 적대감을 갖는 사람, 어른이 되어서도 부모와 독립된 관계를 맺지 못하고 계속해서 의존적 상태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분화 수준이 낮은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사람들끼리 결혼을 하게 되면 낮은 자기분화가 세대에 걸쳐서 전수되고, 자녀와 그 자녀의 자녀들의 자기분화 수준은 더 낮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그래서 보웬은 한 사람이 보여주는 심리적 문제는 그 가족 전체의 문제를 대변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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