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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Jun 30. 2016

당신의 입학식은 안녕했나요?

입학식은 즐거워야겠죠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어 기대되기도 하고, 두려워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것이 되기도 한다. 여러가지 감정이 뒤섞인 채 처음의 것들을 맞이하곤 하지만, 그 처음이 어떤 처음이냐에 따라 다음의 처음을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생의 첫 처음이 쉬웠다면 그 다음의 또다른 처음이 좀 더 쉬워지지는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 보게 된다.

 



그 옛날 남편의 부모님은 시골에서 방앗간을 하셨다. 일이 잘 되어 돈도 많이 버시고, 땅도 사시고 하루하루 엄청 바빴다고 한다. 남편의 초등학교 입학식조차 참석할 수 없을 정도로 바쁘셨단다. 그래서 부모님 손이 아닌 옆 집 할아버지 손을 붙잡고 입학식을 갔단다. 펑펑 울면서...


아무리 바빠도 아들 입학식은 손 잡고 갔었으면 좋았을걸 친할아버지도 아닌 옆집 할아버지 손을 잡게 한 채 입학식에 보낼 건 뭐람. 그 때의 할아버지는 그 때도 할아버지였는데, 남편이 어른이 된 후에도 할아버지였다고. 몇 년 전 돌아가셨는데, 그 할머니는 아직도 살아계신다고. 


그런 옛날 이야기를 들으며 꼬맹이 남편이 그 날 입학식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안쓰럽기도 하고, 피식 웃음도 흘러나왔다. 울고 있는 그 모습이 막 상상이 되면서.


우리 부부는 초등학교 입학식에 관한 기억이 둘 다 별로였구나. 




유치원도 다녀보지 못 한 나는 입학식이 뭔지도 모른 채 아빠 손을 잡고 어딘가를 갔다. 어딘지도 모르고 정신을 차려보니 운동장에서 줄을 서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웬 머리 벗겨진 아저씨, 좀 지루했던 그 아저씨가 단상에서 뭔가를 이야기하고 나는 왜 그렇게 가만히 서 있어야 하는지도 모른 채 가만히 있으라고 하니 그저 가만히 서 있었다.


그 아저씨 즉 교장 선생님의 말씀이 끝나고 다른 아이들과 함께 어딘가로 향했다. 앞으로 공부할 교실이라는데, 갑자기 그 교실로 들어가라는 것이 아닌가. 그것도 아빠와 함께가 아닌 나 혼자서. 순간, 그 교실 앞에 선 순간, 알 수 없는 공포감이 밀려들었다. 그 안에 들어가면 마치 괴물이라도 튀어나오고 이상한 세계가 펼쳐질 것처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공포감같은 것이 쏟아졌다.


공포감이 밀려들자 눈물이 왈칵 나왔고 들어가지 않겠다며 아빠의 바짓가랑이를 잡고 늘어졌다. 예상치 못했던 나의 그런 모습이 아빠는 당황스러웠는지 나를 밀치고 때리기 시작했다. 나를 밀치면 밀칠수록 더 악착같이 아빠에게 달라붙어서 떨어지지 않으려 했다. 한번도 아빠와 떨어져본 적 없는 내게 홀로 교실로 들어가는 건 너무 무서운 일이었으니까. 아빠는 그런 나를 달래주거나 안아주지 않았다. 나를 들어 내동댕이쳤고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그 때가 아빠에게 맞은 최초의 기억이다.


실컷 얻어맞은 후에 어쩔 수 없이 교실에 들어가긴 들어갔다. 아무도 때리는 아빠를 말리지도, 맞은 나를 위로해주지도 않았다. 그 때의 입학식이, 그 교실이 왜 그렇게 낯설고 무서웠는지 모르겠다. 


나의 초등학교 생활은 그렇게 시작되었다.

지금도 낯선 환경, 낯선 장소를 좋아하지 않는다. 모험심도 부족하다. 그렇게 커 왔고 또 살아왔다. 늘 처음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은 설레기보다 두렵고 무서운 건 나의 처음이 형편없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내 년이면 아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간다. 결혼한 것이 엊그제이고, 아이를 낳은 것이 엊그제인데 내 년이면 벌써 학부형이 된다니. 요즘 아이들은 다들 유치원은 당연하게 다니니, 초등학교 들어가는 것이 그렇게 무섭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낯선 환경, 낯선 선생님, 낯선 친구들이 어색하지는 않을까. 


아빠, 엄마, 할머니 모두모두 모여 너를 지켜봐주고, 너의 뒤에 이렇게 든든한 지원군들이 있다고 말해 주고 싶다. 아빠, 엄마는 그 옛날 입학식이 너무 슬프고 외로웠지만, 너에겐 좋은 추억이 되게 해 주고 싶다. 설레는 마음으로 그 시작을 마음껏 축하해 주고 싶다.


혹시나 떨리거나 무서운 마음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꼭 안아줄게. 너의 기억에 입학식하면 따뜻한 추억으로 남을 수 있도록.


그리고 엄마는 네가 공부를 못 해도 화 안 나는, 안 내는 엄마가 제발 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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