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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술램프 예미 Jul 06. 2016

나도 챙김을 받고 싶다

인간관계에서 화가 날 때

문득, 아이에게 화가 날 때가 있었다. 뭘 그렇게 요구하는 게 많은지, 엄마 엄마 부를 때마다 갑자기 짜증이 확 밀려들었다. 


짜증의 근원이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내 인생엔 챙겨야 할 사람만 한가득이다. 어렸을 땐 엄마의 하소연을 늘 들어주어야 했고, 지금은 아이들을 챙겨야 한다. 어디를 가면 늘 언니이고 누나이기까지 하다. 대한민국에서 언니와 누나는 누군가를 챙겨줘야하는 위치에 놓일 때가 많다. 하다못해 친구들도 나한테 기대려고 하고 더 나아가 언니라는 사람들도 마치 내 동생처럼 내가 더 챙겨야하는 언니들이 많았다.


나는 조금 더 강한 사람이니 다들 그렇게 기대고 싶은가보다 생각했고, 어쩌면 나는 그렇게 챙겨야하는 저주같은 것을 타고난 걸까 생각도 하게 된다. 


왜 이렇게 나는 늘 누군가를 챙겨야하는 건지 문득 짜증과 화가 스멀스멀 밀려들었다.


하다못해, 양을 챙겨야하는 목자라는 사람도 늘 바빠서 양인 나를 챙겨주지 않았었다. 우리 교회에는 1대 1 제자양육이라는 것이 있는데, 목자와 양을 1대 1로 연결해서 성경공부도 하고 관계도 맺게 하는 아주 좋은 제도이다. 나의 목자는 지금 어디에 있는지도 모른 채 교회를 떠나기도 했지만, 그 옛날에도 허구헌 날 바쁘고 다른 일이 생겼다는 이유로 성경공부 약속을 펑크내며 목자에게 순종하기로 했으니, 너는 내 말을 따라야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식으로 늘 혼자 결정해 혼자 통보하곤 끝이었다.


나는 양에게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 다짐했고, 1대 1 성경공부 중에도 끝난 후에도 잘 챙겨줘야지 생각했었다. 사실, 목자와 양의 관계가 그리 긴밀하지도 않고 인간 대 인간으로서 관계를 깊이 맺지도 않는다. 그래서 양들은 늘 외롭다.


그런데, 내 생활엔 나를 챙기는 이는 엄마를 비롯해서 단 한명도 없었던 것 같고, 죄다 다 내가 챙기고 관심가져야 하는 상대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며 문득 짜증이 밀려온다. 나는 부모로부터 그런 관심과 애정을 어렸을 때부터 받아보지 못했는데 자식을 챙겨야 하고, 나는 목자로부터 그런 챙김을 받지 못했는데 정작 지금 목자가 되어 양을 챙겨야 하고, 또 아는 언니들도 내가 더 챙겨야 했는데 이제 언니가 되어 또 누군가를 챙겨야 하고...


화가 나고 그런 관계들이 신물이 난다.


챙기고, 챙기고, 챙기고... 이제 그런 거 안 할란다.

챙겨줘도 사실 상대는 챙겨준 건지도 잘 모르더라.


혹자는 주는 게 더 기쁘고 행복하다고 하지만, 진정 그러한지 묻고 싶다. 받지는 못하면서 주기만 하는 것이 그렇게 행복한지 묻고 싶다. 그런 경험을 해 보기는 한 것인지, 그런 경험을 해 보고도 주기만 하는 게 그렇게 좋더냐고 묻고 싶다.


고등학교 때부터 내가 밥을 사는 게 당연헀던 친구, 나에게 기대고만 싶었던 친구, 선물을 주기는 했어도 받아보지는 못했던 관계들 그런 일방적인 챙김같은 거 이제 안 할란다. 나에게 기대고, 의지하고 싶은 그 마음들도 사양하고 싶다. 


사실, 나는 좀 더 이기적이고 싶다. 

다른 사람들처럼 자기만 알고, 결혼하고 나서는 자기 가족만 알고... 나도 그리 되고 싶다.

그리 되지 않는 내 자신이 정말 너무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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