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체치약 사용기
2019년도부터 2020년의 까지의 나는 누워만 있었다. 그 대가로 살 20kg과 충치 그리고 근손실을 얻었다. 이들은 여전히 날 괴롭히지만, 그때는 도무지 날 관리할 여력이 없었다고 회상한다. 그저 숨만 쉬는데도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치과 진료비로 비상금 마저 다 써버린 탓에 엄청난 자괴감이 더하면 더해졌지 우울감의 주요 정서인 죄책감이 해결되진 않았다. 죄책감이 잔뜩 묻은 휴식, 아니 동면이었달까.
사실, 치아 관리 조차 제대로 못하고 누워만 지냈다는 건 그만큼 아팠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냉정하고, 충치치료는 대부분 사보험 처리가 되지 않으며, 그로 인해 엄청난 돈을 써야 할 때가 오기 마련이다.
정리하자면, 우울증 환자에겐 많은 돈이 필요하다. 일차적으론 병원 진료비(약값 포함)에서부터 그외에도 무기력에서 비롯된 각종 질환(가장 단적인 예로, 충치가 있다.) 치료비까지. 여기에 충동적인 과소비(이는 절제의 덕목이라 여겨질지 모르지만, 가끔은 전혀 절제되지 않는 날도 있기 마련이다.)를 감당할 비상금까지 있다면 좋겠지만.... 현실은 병원 진료비 마저 허덕이는 상황일 때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고체치약은 우울증 환자에게 좋은 선물이 될 수 있다. 적어도 내겐 효과가 있다. 고체치약은 일단 사탕 같아서 그 시작이 가볍다. 그리고 아작아작 깨물어 거품을 내야 양치를 시작할 수 있다. 달콤함과 공격력 흡수 기능을 동시에 갖췄다.
우울증의 특징 중 하나는 공격성이다. 그리고 그 공격성은 대부분 '나'로 향한다. 타인을 향한 공격성은 물론이거니와 '나'를 향한 공격성 역시 썩 좋은 것만은 아니다. 아니 꼭 완충재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고체치약은 도움이 된다. 아작아작 치약을 씹어먹으며 오늘 하루의 허탈함을 마무리할 수 있다.
물론 이 글은 요즘 내 최대 관심사인 환경 이슈를 조금이나마 알리고자 하는 목적도 다분하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다들 고체치약 한 번씩 써보시라는 것... 양치가 즐거워질 수도 있는, 놀라운 경험을 하실 수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