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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물의사권선생 Mar 28. 2017

E07. 각막천공, 그리고 반려동물의 안과질환

눈에 구멍이 난 코코

날이 좋았다. 유난히..

아침 겨울날에 기다리는 중앙선 열차가 때마침 승강장에 들어올 때만 해도 그 날은 그저 내게 운수 좋은 날이었다.


허나 유독 중증 이상의 동물들과 노령동물들만 그 날 내원하였다. 하나같이 돌돌돌 담요에 말려와서 눈만 빼콤뜨는 모습이 애잔했다. 살만큼 산 나이라는 게 있을까. 매일매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접하는 직업만큼 멘탈적으로 힘든 것도 또 없을 거다. 설상가상으로 노령도 아닌 급성 골수암이 의심되는 2살 배기 강아지를 보니 정말 한 없는 무력감을 느꼈다.

한가할 법도 한 비수기 시즌에 나는, 아니 우리 병원 직원들은 풀 근무로 일했고 정말 직원이라도 더 채용해야 하나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픈 동물들이 끊이질 않으니 멘탈까지 Burn Out 되었다. 옷깃을 여미고 원서 몇 권을 더 주문했고 다시 초심으로 책장을 넘기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것으로 생각했다.

아무튼 그래도 웃는 날이 더 많기 마련이다. 여러 중환 케이스 때문에 맘고생도 했지만 완쾌가 된 아이들도 있어 위안을 삼기도 했다.


이번 겨울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아이는 3살 여자 요크셔 '코코'의 각막천공(뚫림)이다. 케이스가 중한 것보다는 보호자님께서 걱정을 너무 많이 하셔서 신경을 많이 썼던 케이스다. 평소에도 내가 키우는 요크셔 '아또'한테 코코를 시집보내신 다고 해서 유독 인상 깊었고, 또 우리 병원 직원분들한테도 잘해주시기도 했다.


눈 병의 시작은 이렇다. 코코가 작년 추석쯤 좌측 눈에 타박상을 입고 왔다. 산책 중에 옆을 지나던 자동차에서 튄 돌을 맞았다고 했는데 형광염색 상 각막 손상이 확인되었다.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거의 완치가 되었다고 판단되어 치료를 종결하였는데, 이후 4개월 정도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각막 손상이 회복되지 못해 염증이 재발하면서 결국 각막이 천공(뚫림)된 것이다.


상태가 안 좋아서 금식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때까지 케이지 입원하고, 바로 수면 마취하고 정밀검사를 하였다.

각막 천공, 각막이 뚫려있으며, 안구 내부에 염증 물질이 떠다니고 있었다.


생각보다 상태가 좋지 않았다. 아예 각막에 구멍이 뻥~하고 뚫려 있었다. 그 사이로 고름 성상의 염증성 물질이 새어 나오고 있었고, 안구 내부인 전안방에도 관련 성상의 물질들이 두둥실 떠다니고 있었다.


보호자님께서는 하루아침에 이렇게 많이 나빠졌다고 말씀하셔서 일단 경과가 많이 지난 상태에서 내원한 것이 아니니, 치료만 잘하면 어렵지 않게 나을 것으로 생각했다.


우선적으로 깨끗하게 창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하루 경과시키고 병변을 다시 살핀 후 이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혈관이 많은 제 3 안검을 끌어 댕겨서 구멍이 뚫린 각막을 덮어버렸다.


제 3안검은 3번째 눈꺼풀이라는 의미이다. 눈이 아플 때 보통 튀어나와 눈을 보호한다.


코코는 이렇게 제 3안검을 견인해서 각막을 덮는 시술을 받았다.


그리고 눈을 2주간 덮어버렸다.


수술이 끝나고 해맑은 코코
늘 쾌활하다. 귀엽긴


완치된 모습 1
완치된 모습 2


수술 자체는 간단하였다. 아마 보호자님께서 결막봉합 유지기간 동안 간호를 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을 것이다. 맘도 많이 애타셨을 터이고..


그런 마음이 전달되었는지 코코는 빠르게 완치되었다. 비록 각막의 회복된 모습이 완전히 투명한 조직은 아니지만, 안내염까지 있었던 케이스 치고는 상당히 호전된 경과였다.


다행이었다. ^^


여담으로 동물병원에 가장 많이 오는 안과 질환은 유루증이다. 눈물자국으로 보통 불리는데, 원인은 아래의 사진과 같다. 아래의 그림은 수의내과학로 쓰이는 교과서의 본문 내용이다.



유루증의 원인은 대부분 눈 주위의 털이 문제가 되며, 황색 포도상구균 등의 일반세균의 감염이 세부적인 원인이 된다. 가끔 진균(곰팡이) 감염도 의심되는 사례도 있다. 유루증이 되면 지속적인 눈물이 나오면서 상태가 더 악화가 된다.


보호자님께서는 보통 사료를 바꿔주신다건가, 눈물 지우개라는 의약외품을 사서 눈 주위를 닦아주신다. 하지만 병원 원장으로서 조언을 드리고 싶은 점은 우선적으로 기본적인 항생 안약을 처방받으시길 권장드린다. 눈물은 500가지가 넘는 단백질 성분으로 되어 있기에 사료를 바꾼다고 해서 실제적으로 눈물 성상이 변화가 된다는 건 절대적으로 미비하다. 오히려 사료 성분 내의 잔류 항생제 성분이 많을 경우가 반려동물의 유루증에 미치는 영향이 클 것으로 생각된다. 소의 간 등을 먹임으로써 유루증의 개선 효과를 본 경우도 사실, 소의 간에 잔류된 타이로신 류의 항생제 등이 간접적으로 작용될 가능성이 크다.


눈 주위는 늘 깨끗하고 청결하게 유지해주시고, 눈 주위를 만질 때는 반드시 깨끗한 손으로 만져주시길 권장드린다. 황색 포도상 구균 등은 사람 손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만성적인 눈의 염증은 백내장이나, 녹내장 등의 질환으로 연계가 된다. 따라서 시추, 페키니즈의 품종을 키우시는 보호자께는 반드시 7세 이전부터 눈 건강 관리를 해주시길 당부드린다.





- 반려동물 눈 건강 관리 방법 by 동물의사권선생


1. 눈은 가급적 만지지 마세요.

2. 눈꼽을 떼어주시기 전에는 보호자님의 손을 깨끗이 씻어주세요.

3. 안약은 반드시 처방받아 사용해주세요.

4. 안약은 1회 1방울만 점안을 해주셔야 합니다. 안약이 넘치면 오히려 눈물을 머금고 떨어져 눈이 건조해져요.

5. 반려동물 눈에 털이 들어갔을 경우에는 동물의 위,아래 눈꺼풀을 각각 보호자님 검지와 엄지 손가락 끝으로 잡고 깜빡깜빡 거려주세요. 눈의 안쪽(코 쪽)으로 털을 몰아서 제거하는 것이 비교적 수월합니다.

6. 노령성 백내장은 7세부터 관리가 필요하고, 안약으로 관리가 가능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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