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강아지 분양받는 방법
동물병원 개원을 할 때, 분양업도 사업자 등록에 추가했었다. 개원 준비를 워낙 초고속으로 했기 때문에 개원일에 맞추어 등록하려면 전라도 광주까지 가서 분양업 관련 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그때가 13년 10월인가 그랬는데, 쌀쌀해지기 시작한 날씨 탓에 너무너무 가기 귀찮았다. ㅜㅠ..
암튼 그때부터 "아 이거 괜히 했다." 싶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분양업은 만만치 않다. 어린아이들을 병원으로 데려와주는 업체들이 있는데 그 업체 분들도 한 단계씩 거처서 아이들을 데려오시기 때문에 전염병 등의 질병 감염 여부가 컨펌되지 않고 오는 편이다. TV에 나왔던 것처럼 환경이 열악한 곳에서 아이들이 오기 때문에, 당연히 꼬꼬마 아이 한 마리 병원에 오면 오매불망 갓난아기 케어하듯 신경이 많이 쓰인다. 가장 큰 이유는 모든 게 내가 컨트롤해야 되는 내 성격인 듯하기도 하지만.
여하튼 개인적으로 안 좋은 경험도 있었다. 한 여자분이 병원에서 남자 친구 분에게 강아지를 선물하신다고 해서 상담해드리고 분양드렸더니, 그 남자가 유부남이었다. 남자의 아내 분이 노발대발하시며 자기는 강아지 못 키운다고 하시고, 난 그러시면 강아지 다시 병원으로 데려오시라고 말씀드리고, 남자분은 자기가 다 잘못했으니 강아지만은 자기가 키우겠다고 서로 우기는 신파극을 경험했다. 매우 웃기지만 두 번 다시 경험하고 싶진 않은 sad 스토리다.
아무튼 그래서 병원 운영 1년 차 후에는 아예 분양을 하지 않고 있다. 병원도 자리를 잡으면서는 진료 외에는 내가 신경 못쓰는 편이기도 하고 직원들도 너무 바쁜 편이라 안 하는 게 여러모로 속 편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대외적으로 분양을 하지 않아도 1년에 한 꼴로 분양을 했다. 지인들이 너무너무 부탁한 케이스라 정말 여러모로 거절했으나 결국 막대한 중압감을 가지고 분양을 해줬던 것 같다. ㅜㅠ
대학 동기의 부탁으로 최근 검정 푸들을 분양하게 되었다. 설레는 맘으로 첫 만남을 하고 케이지에 포근히 자리를 마련해주었다. 그리고 밥이랑 물 먹이고 지켜봤더니 10분 정도 있자 똥실한 응가를 했다. 굳은 변이 꼭 좋은 건 아니지만, 이런 응가는 좋다는 건강신호다. 꼬꼬마 애기의 이름은 아직 못 지었고 종합백신과 코로나 1차 접종한 후, 내외부 구충까지 했다. 상부 기관지 및 폐 질환 여부만 꼼꼼히 확인하였다. 일단 발톱이나 항문 주위에 분변 뭍은 것조차 없으니 깨끗해서 안심이다.
분양을 받을 때 중요 팁을 말씀드리면
1. 한번 보고 결정하지 말 것
2. 밥 먹는 시간에 가서 밥 먹고 10분 후 대소변 상태 확인할 것
3. 항문 주위, 발 등에 미용이 안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것
4. 발톱이 깨끗한 지 확인할 것
5. 기침, 콧물 있나 확인할 것이다.
요약하면 변상태가 좋았을 걸로 추정돼야 하고 호흡기 질환이 없어야 한다는 것인데, 어린 강아지의 전염성 질병은 장염과 호흡기 질환으로 오기 때문이다.
꼬마 아이들은 2~3주에 유치가 나기 시작한다. 이유기는 7주 정도로 이때부터 이유식을 본격적으로 한다. 3달 이전에 꼬마애기는 사진과 같이 자박하게 물에 불려주는 게 좋다. 사진처럼 적은 물로 오랜 시간 동안 불리는 게 포인트. 한 끼는 사진의 사료 양만큼 30알 내외로 하루 4번으로 시작해주고 변이 너무 단단하면 10프로 증량, 연해지면 다시 소폭 감량으로 해주면 된다.
오래간만에 애기 강아지 보니 기분이 들떴다. 하루 종일 얘랑 인사하고 정 붙이고 지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모르겠다. 암튼 건강하게만 지내다가 내 친구네 가서라도 날 잊지 말아주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