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나에게 필요했던 시간
2023년 12월초 밤 10시에 일을 마무리 하다가 유리에 손등이 깊게 베였다.
어른이 되면서 이렇게 심각하도록 다쳐본 일이 처음이어서 당황스러웠지만 동시에 큰 수술이 아니길 바랬다.
정말 다치지 않는 나였기 때문에 실비보험도 없었다. 그래서 응급실 가면서 제발 꿰매는 정도로 끝나길 속으로 수천, 수억번을 이야기하면서 응급실 도착했는데..
환자분~ 인대 완전파열로 보이네요.
어쩐지.. 손가락 움직일 때마다 손등이 미친듯이 아팠고 검지손가락 구부리는 것조차 불가능이었다.
자정이 되어서 다른 수지접합전문 병원에 가서 입원 후 다음날 오후에 수술을 바로 할 수 있었다.
너무 억울하게 다쳐서 왜 다쳤을까라는 말을 속으로 계속하다가 갑자기 스쳐지나간 생각이 있었다. 어디 과학 전공자 아니랄까 수술대에 오를 때 갑자기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생각이 났다.
상대성이론은 속도와 시간이라는 사건에 관측하는 방향과 위치에 따라 시간이 다르게 측정될 수 있는 것을 말하는데 쉽게 말해 시간이라는 것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라 중력이라는 힘을 받는 상태에서 측정하기 위한 위치에 따라서 상대적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100세 시대라 이야기하지만 사람마다 건강상태와 공통적으로 흐르는 시간이 아닌 각 개인의 시간 속에서 100세를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70세까지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10대, 20대 때까지 꽃을 피우는 사람이 있다. 그 각자의 시간 속에서 내게 손을 다치는게 나의 시간 속에 필요한 시간이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손을 다치면서 내게도 유익한 시간, 내 생각이 더 단단해지는 시간이 있었지만 내가 다치는 그 순간에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들에게도 여러 생각들을 가지게 되었던 사건이었다.
다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겠지만 내 인생에 있어서 새로운 전진을 하기 위한 하나의 시발점이 되어줬던 것이다. 사실 수술할 때 아무리 신경마취도 하고 부분마취를 강하게 해서 감각이 없다고 하더라도 너무 무서워서 다른 생각이라도 하고 있다가 갑자기 떠오른 것이었는데 오히려 내 마음이 더 평안했다.
하나님, 하나님이 저 격려해주신거죠?
이제 내 시간은 확실한 카이로스!
손 다친 이후의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