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흰색 위에 흰색 그리기.
초등학생이어도 그들만의 방법으로 고전문학을 이해하고 있다. - 이지성 작가 / 리딩으로 리드하라
고전문학을 초등학생들에게 읽게 하겠다던 이지성 작가의 이야기가 <리딩으로 리드하라>에 적혀있다. 이 책은 마치 생텍쥐베리의 <어린왕자>와 같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와 두번 째로 읽었을 때의 느낌과 영감이 다르고 지금 다시 읽어봐도 새로운 느낌의 책이다.
초등학생이 어떻게 톨스토이, 셰익스피어, 파우스트와 같은 책을 이해할 수 있을까 의문이었다. 어른들이 읽어도 어려운 책을 이지성 작가는 감히 초등학생에게 읽게 하였다.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도록 교육을 준비했다고 말하지만 이해하기 어려운 교육 스타일이었다. 하지만 초등학생이라고 이해를 못하는 것이 아닌 그들만의 방법으로 이해하기 위해 글을 읽었다고 책은 말한다.
너무 큰 충격이었다. 초등학생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톨스토이를 이해하고 있었고, 셰익스피어의 감정을 느끼고 있었고, 파우스트를 만나고 있었다.
책을 읽는 것은 그 책을 지은 선생님을 만나는 것이다.
이지성 작가 / 리딩으로 리드하라
흰 도화지 위에 과학 그리기
초딩 때부터 고딩 때까지 5월 과학의 날 행사가 될 때면 고무동력기, 글라이더, 물로켓, 과학 글쓰기, 과학 골든벨 각 항목별로 상장을 싹쓸이 했었다. 그 중 가장 즐거웠던 시간이 고무동력기를 만드는 시간이었는데 우리 아이들에게도 고무동력기를 날리도록 하고 싶었다. 비행기가 날아가는 원리, 꼬리 날개는 어떤 원리로 존재하는지, 무게 중심 등 비행기에 대해서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전 날 고무동력기를 모아서 다른 선생님들과 뼈대를 미리 만들어놨다. 정말... 쓰러지는줄 알았다. 한 선생님은 "한은 쌤! 다음에는 고무동력기 말고 다 만들어진 비행기 날려요."라고 말하기도 했었다.
초등학생이면 고무동력기를 학교에서 한번씩 날리는줄 알았지만 우리가 흔히 아는 고무동력기를 날리지 않았고 시대에 맞게 고무동력기는 스티리폼으로 만들어져 더 멀리 날아가는 비행기로 변해있었다. 다시말해.. 우리 아이들은 고무동력기를 처음 보는 것이었다.
커피를 마시려고 믹스커피를 숟가락으로 젓는 순간 숟가락 둥근 모양을 따라 안쪽으로 회전하는 커피 흐름을 보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비행기가 뜨는 양력의 원리를 이렇게 보여주면 되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칠판에 비행기 날개 모양과 숟가락 모양을 그려서 원리를 알려주고 커피를 보여주었다. 다행히 신기해 하고 있었다..ㅋㅋㅋㅋ
우리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려고 했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들만의 방법으로 비행기를 이해하려고 했다. 그리고 이해하고 있었다. 커피가 숟가락을 따라 회전하는 흐름을 보는 순간 우리 아이들은 이해완료가 되었던 것이다. 하나님 감사합니다...ㅋㅋㅋㅋ
스스로 생각하도록 내가 잘 가르친 것이 아니었고 아이들이 과학을 이해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으로 과학을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흰 도화지 같은 우리 아이들이 그들만의 방법으로 과학을 그려나가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 수학적으로 딱 떨어지는 수식과 공식을 보여주는 것보다 비행기를 보는 것만으로 즐거워하는 우리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더 재미있는 과학을 그려나가고 싶어졌다.
흰 도화지 위에 흰색을 색칠해도 색깔이 예쁘다 말하는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선생님이 더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