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아이들이 고전을 좋아하면 좋겠다
[9] 고전은 '옛것'이 아닌 '끊임없이 새로워지는 것'
고전(classic)이라는 단어는 흔히 ‘오래된 책’ 혹은 ‘고리타분한 지식’을 떠올리게 한다. 그러나 진정한 고전은 시간의 풍화를 견디며 여전히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다. 단테의 『신곡』, 셰익스피어의 희곡, 플라톤의 『국가』, 동양의 『논어』나 『손자병법』 등은 시대가 달라져도 인간의 근본적인 욕망과 사회의 본질을 꿰뚫고 있다. 이러한 보편성은 고전이 단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는 원천으로 작용하게 한다. 오늘날 영화, 문학, 기업의 비전, 국가 프로젝트까지도 고전에서 영감을 얻는다. 이는 고전이 인간과 세계에 대한 깊은 통찰의 저장소이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고전이 어떻게 사람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주는지를 문화, 예술, 기업, 국가적 차원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고전은 수많은 예술가들에게 상상력의 밑거름이 되어왔다. 예를 들어, 셰익스피어의 『햄릿』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라 인간의 내면적 갈등을 탐구한 대표적 작품이다. 이 모티브는 현대 영화에서도 끊임없이 변주된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라이언 킹>**은 바로 『햄릿』의 구조를 차용하여 ‘왕권과 책임’이라는 주제를 새롭게 재해석한 사례다. 또한, 『오디세이아』는 수천 년이 지난 지금도 수많은 현대 예술가들에게 “귀향”과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영감을 준다. 코엔 형제의 영화 **<오, 브라더! Where Art Thou?>**는 이 그리스 서사를 20세기 미국 남부의 시대상 속으로 옮겨놓았다. 이런 사례들은 고전이 단지 ‘모방’의 대상이 아니라, 시대와 매체를 바꿔가며 재해석의 여지를 주는 살아 있는 유기체임을 보여준다.
고전은 단지 예술에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현대의 기업과 경영자들도 고전에서 중요한 아이디어를 얻는다. 예컨대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인문학적 통찰과 단순미를 중시했는데, 이는 도교의 ‘무위(無爲)’와 불교의 ‘공(空)’ 사상과 맞닿아 있다. ‘단순함이 곧 궁극의 정교함이다’라는 그의 철학은, 동서양의 고전적 사고로부터 비롯된 통찰이다. 또한 『손자병법』은 오늘날까지도 기업 전략 교재로 읽히며,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은 비즈니스 세계의 경쟁 전략에 직접 응용된다. 현대의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 역시 “고전적 사고를 이해하지 못한 경영은 방향을 잃는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고전은 단순한 윤리적 교훈이 아니라, 사람과 조직이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깊은 틀을 제공한다.
국가의 정책과 문명적 방향성 또한 고전의 영향을 받는다. 미국 건국의 이념은 고대 그리스·로마의 정치철학에 깊이 뿌리를 두고 있다. 『정치학』에서 아리스토텔레스가 제시한 ‘공화주의’ 개념은 미국 헌법의 핵심 원리로 재해석되었고, 플라톤의 이상국가론은 ‘공공선’이라는 현대 민주주의의 정신에 기초를 놓았다.
동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조선의 성리학은 단순한 학문 체계가 아니라, 국가 운영과 교육의 철학적 근간이 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고전의 원리를 현대 행정과 윤리 교육에 접목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결국, 고전이 국가적 창의성의 뿌리이자 문명적 자산임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고전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낳는가? 그 핵심은 ‘정답을 주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데’ 있다. 고전은 시대를 초월한 물음을 던지고, 그 질문을 읽는 사람은 각자의 시대적 언어로 대답한다. 예를 들어, 『논어』의 “군자는 의(義)를 생각하고 소인은 이(利)를 생각한다”는 말은, 오늘날의 기업윤리, 정치 리더십, 사회 정의 논의 속에서 다시 읽히며 새로운 의미를 부여받는다. 즉, 고전은 아이디어를 직접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에게 사고의 여백을 남김으로써 창조적 사유의 공간을 만들어 준다. 고전은 ‘답’이 아니라 ‘영감의 촉매제’이며, 그것이 바로 창작과 혁신의 원천이다.
오늘날 우리는 인공지능, 가상현실, 우주 탐사와 같은 초현대적 기술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이 모든 혁신의 바탕에는 언제나 인간의 사고, 즉 ‘고전에서 비롯된 사유의 틀’이 존재한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과거를 회상하는 것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기 위한 대화의 준비다. 과거의 지혜와 현재의 문제의식을 연결할 때, 완전히 새로운 아이디어가 탄생한다. 결국 고전은 과거의 박제가 아니라, 미래를 여는 열쇠다. 고전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이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고, 새로운 세계를 창조하는 가장 인간적인 행위이기 때문이다.
[motivation]
이지성, 『리딩으로 리드하라』, 문학동네, 2010
[reference]
해럴드 블룸, 『서구의 위대한 전통(The Western Canon)』, 열린책들, 2018
김진영, 『인문학적 상상력』, 문학과지성사, 2011
존 맥스웰, 『리더십의 법칙』, 두란노, 2019
김상근, 『플라톤의 커피』, 21세기북스, 2019
마사 누스바움, 『시민적 상상력(Cultivating Humanity)』, 돌베개, 2018
하워드 가드너, 『창의적 리더는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김영사, 20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