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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한은 Apr 09. 2024

어른이 되어야만 하는 3

[Essay] 아버지가 사오셨던 아이스크림

쌤들도 너희처럼 학생이란 시간을 보냈어.


 가르치는 모든 아이들에게 항상 이 말을 한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지금 겪고 있는 어려움과 과정들, 그리고 환경과 상황들에 대해서 동일하게 혹은 비슷하게 경험을 하면서 100% 같은 그 감정을 느끼거나 공감할 수 없겠지만 어떻게 헤쳐나가야 하는지 마음을 굳게 먹는 방법을 아는 것이다. 한 2년쯤 지났을까? 아이들도 조금씩 학년이 높아지면서 쌤들에게 찾아온다.


쌤은 학생 때 어떤 학생이었어요?


사실... 나는 엄청난 사고뭉치였다. 하지만 고등학교 당시 "공부 잘하는 날라리"라는 타이틀이 너무 멋져보여서 날라리까지는 아니지만 사고를 정말 많이 치고 하루에 교무실 5번은 불려갔던 공부를 열심히 하는 사고뭉치였다. ㅋㅋㅋㅋㅋ


어렸을 때 아버지가 사오셨던 아이스크림

 많은 사람들이 힘든 일을 왜 하냐고 물어보지만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너무 좋고 남학생 친구들과는 축구하는 것이 너무 웃기고 여학생 친구들과 수다를 떨면서 서로 부딪히면서 노는 것이 이제는 나의 삶이 되어버렸다. 이 일이 너무 재미있다. 내가 인생을 조금은 더 살아보니..(사실 띠동갑 이상 넘어간다.) 의미 있는 일들이 너무 많이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고 아이들 인생 속에 무의미한 것이 없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 때문에 나 혼자 혹은 쌤들과 일정을 보내다가 맛있는걸 먹게 되면 가장 먼저 우리 쌤들과 아이들이 생각난다. 아이들 중에서 한 주가 너무 힘들어 보였던 친구들이 있으면 고기 먹으러 가자고 하고 맛있는 후식을 가지고 와서 같이 먹는다.


 나는 내가 먹는 것보다, 나를 위해서 돈을 사용하는 것보다 남들을 위해 더 먹이고 돈을 사용했었다. 상대방이 즐거워했을 때 나도 똑같이 즐거워하는 것을 일찍 알고 그러한 삶을 살기 위해 열심히 살았고 하나님께서 그러한 나의 그릇을 더욱 넓혀주셨다.


 문득 생각이 났다. 어렸을 때 우리 아버지가 베스킨라빈스를 자주 사오셨다. 나는 아몬드봉봉, 동생은 체리쥬빌레만 먹었었는데 아버지는 꼭 그 두개는 넣어오셨고 아이스크림이 아니더라도 족발, 치킨이라도 항상 사오셨다. 그리고 방에 들어가셔서 쉬시거나 주무시는 모습을 많이 봤었다. 어렸을 때는 몰랐는데 돈이 있고 없고를 떠나서 아버지가 퇴근 후에 사오시는 그 간식이 가장 맛있는 간식이었다는걸 이제서야 돌아본다. 닭다리를 싫어하셔서 동생하고 나에게 주시는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 내가 우리 학생들에게 닭다리를 계속 주고 나는 목이랑 가슴살만 먹고 있다. (사실 퍽살을 좋아한다....ㅋㅋㅋㅋ)


 우리 아이들을 통해서 아버지의 마음을 배운다.

배려하는게 아니라 정말 먹는걸 보기만 해도 배부르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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