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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청설> : 네 말과 눈

[영화리뷰]

by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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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달하고 간질간질한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상하게 오늘 그 간질간질함을 느끼고 싶은 마음에 <말할수없는비밀> 리메이크를 예매했었지만 쿠팡 플레이에 새로 올라온 콘텐츠로 <청설>이 보여 바로 예매취소하고 <청설>을 결정했다. 예고편에서부터 너무 따뜻한 색감의 영화라는 것이 느껴져서 꼭 보러 가야지 했는데 너무 바쁘게 지냈기에 놓쳐서 아쉬운 마음이 있었다. 사실 웃을 때 예쁜 사람을 정말 좋아하는데 <청설>은 모든 배우가 웃을 때 너무 예쁜 사람들로 스크린을 더 예쁘게 만들었다.


각자에게 이름이 있듯 표정이름이라는 것이 있다는걸 처음 알았다. 인물들의 이름을 수어로 표현하는데 모음과 자음으로 이름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 그 사람의 가장 예쁜 표정을 이름으로 만드는 것이 너무 예뻤다..�



[1] 겨울에 노란 여름


2024년 11월에 개봉한 이 영화... 2025년 3월이 되어서 드디어 봤다. 영화가 끝날 때까지 입꼬리가 내려오지 않아서 광대뼈가 엄청 아프기도 했다. 원작을 먼저 찾아보지 않아서 나중에 기회가 되면 원작을 봐야겠다. 마음이 너무 따뜻해지는 영화를 간만에 봐서 너무 즐거웠다.


인물들에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이 개인에서 가족으로 확장되어져 가는 것이 영화 시작부터 보였기 때문에 큰 주제와 영화의 맥락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그래서 영화의 전개가 굉장히 빠르기도 했고, 100분이라는 러닝타임에서 빠르게 전개하다보니 조금 부족한 설명들과 뻔한 전개들로 아쉬울 뻔 하였으나... 장면들이 너무 예뻤으니까 그냥 모든 것을 용서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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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대부분 노란 빛과 채광으로 가득 채우기 때문에 모든 장면이 따뜻한 느낌으로 가득하다. 그리고 "청각장애"라는 조금 특별함을 영화를 보는 모든 이에게 오감으로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음악과 장면들로 체험하도록 도와준다. 무음으로 이를 알려주기 보다는 촉감으로 와닿게 만들어주는 이 영화는 많은 배려들을 느낄 수 있었다.


소리를 듣는 일들을 정말 많이 했었다보니 오른쪽 청각이 많이 약해져서 사람들의 이야기들을 자세히 들을 때면 왼쪽 귀를 더 가까이 하는 습관이 있다. 잘 못듣는 경우가 너무 많아서 언제부터인가 눈으로 보는 것에 더 집중을 하며 만지는 버릇이 많아졌었는데 <청설>은 대사가 적은 만큼 영화를 보는 이들에게 보는 것에 대해 더 집중 할 수 있도록 하는 포인트가 있다.


영화 중반쯤 남주인공이 스트레스를 함께 풀기 위해 클럽으로 가서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이유가 나오는 순간 너무 감동이었고 어떻게 저런 배려와 생각을 할 수 있는지 놀랍기도 했었다. 보고 만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농인들에게 그 한 장면으로 영화의 엄청난 배려를 느낄 수 있었다.


[2] 표정


대사가 적어서 분명 한국 영화이지만 자막이 많이 있다. 그래서 혹시나 더 예뻤던 장면들을 놓치지 않았을까 자막에 집중 한번, 장면에 집중해서 한번 총 두번을 봤다. 두번 봤을 때, 전체적인 장면보다 배우들의 표정에 더 집중되었는데 "장애"라는 생각이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나는 평소에 말을 열심히 듣는다 해도 내 마음대로 생각하는 경우가 정말 많은데 수화를 통해서 말을 보는 것이 얼마나 섬세히 잘 살펴보아야 하는지 알게 되어 왠지 모를 감동과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미안함이 있었다.


<청설>을 통해 약간의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될줄 생각도 못했다. 듣지 못하는 사람들의 상황을 고려해서 영화 속에서 많은 장치들, 가구 배치, 행동들을 영화가 잘 옮겨준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인물들이 가까이 수어로 대화하는 것보다 멀리서 대화하는 장면을 여러번 보여주면서 영화의 큰 장면들이 펼쳐지는데 그 장면들이 너무 예뻐서 배경화면으로 설정하고 싶은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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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네가 정말 하고 싶은게 뭐야?


개인의 시점에서 둘이라는 시점으로 가다가 결국 하나를 이룬다. 각자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지만 가족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각자의 시간들이 모여서 새로운 가족이라는 큰 줄기를 만들어 가는 전개와 장면들을 볼 수 있어서 더 따뜻하게 느낀 영화이다.

여주인공의 가족, 남주인공의 가족들의 모습이 마치 뿌리를 내린 나무가 점점 자라가며 가지를 뻗어나가는 모습이 느껴졌다. 영화가 따뜻한 이유 중 하나가 인물들의 부딪힘과 고뇌마저 단단하게 붙어있는 나무를 느낄 수 있었기 때문에 인물들이 금방 해결해 갈 것이라는 푸근함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 그리고 여주인공에게 진실된 마음을 표현하는 남주인공의 방법과 시기가 너무 지혜로웠고, 타이밍도 좋아서 영화 보는 내내 기분 좋기만 했다. 특히 남주인공, 여주인공 부모님들의 웃음이 얼마나 자식된 나에게 더 따뜻하고 안정적인 느낌을 주던지...ㅠㅠ


드라마틱하게 큰 성장을 이루는 영화는 아니었다. 100분 안에 많은 스토리를 보여주지도 않는다. 하지만 26살의 주인공들이 단단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진심을 다 하고 있기 때문이다. 편견, 편애, 이기심, 낮은 자존감, 분노 등 부정적인 감정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긍정적으로 상황을 헤쳐나가는 장면도 많이 보이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의 사람들을 대하는 모습으로 따뜻하게 이미 영화를 보는 나의 마음을 녹여버렸다.


(스포)


그리고 여주인공의 한마디를 듣는 순간 내 마음이 얼마나 남주인공 같던지…………�



[4] 마무리 : 가장 아름다운 때의 너와 나


26살이 남녀 모두가 가장 예쁜 나이인 것 같다. 나는 26살 때 너무 철이 없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그때를 돌아보면 가장 순수하게 세상을 바라보고, 사람들을 생각하고 있었던 시간이었다. 가끔 거울을 보면 깔끔하게 꾸민다고 꾸몄지만 마음으로 보는 나의 모습은 너무 때가 많이 묻어있는 모습을 자주 보기도 했다. 분명 깔끔하고 괜찮은데 칙칙해 보이고, 왜 어두운지 모르겠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보이는 것도 있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의 사람들을 바라보기 보다는 나만 생각하고 있는 내면의 나를 보게 되는 경우도 있고, 세상을 현실적으로 바라보는 내가 너무 싫을 때도 있었다. 나는 그대로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내 모습을 보면 너무 변해서 놀랐을 때도 몇번 있었다.


배우들의 웃는 장면들이 정말 예뻤던 <청설>을 많은 사람들이 더 보면 좋겠다. 요즘 웃음이 특히나 더 필요한 시기에 서로의 길이를 제어보는 사회, 공동체, 사람들이 아닌 서로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 할줄 알고, 자세히 보고, 듣고, 말 할 수 있는 지혜로운 사람들이 많아져서 여름처럼 푸른 별들이 풍성해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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