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지난 내 시간 찾기
[1] 20살
20살이 되면 하고 싶었던 모든 일을 하려고 했다. 대학에 입학과 동시에 사람들을 정말 많이 만나기도 했고, 전공 공부도 열심히 했지만 모든 대학생 1학년은 캠퍼스 라이프 적응을 어려워하듯 나도 너무 어려웠다. 이공계 공부는 왜 그렇게 어려웠고, 분량도 많았었는지 지금 돌아보면 대학생 1학년에게 너무했다. 심지어 실험 과목들이 1학년부터 기초 실험들에 잡혀 살며 연강의 연속이었다. 책으로 이론으로 접했던 모든 기초실험을 눈으로 직접 보고 실험 보고서를 작성하는 법을 배워야했기 때문이다.
고등학생 때 자존감이 너무 낮고, 처음 겪어보는 감정과의 싸움이 너무 많았기 때문에 조용히 대학생활을 하려고 했지만 자존감이 낮았던 나를 있는 그대로의 나를 좋아해주고 친구하는 동기들이 많아서 너무 즐거웠다. 학번 동기이지만 형, 누나들이 많았기 때문에 가만히 있어도 좋아해주는 형 누나들 덕분에 1학년은 너무 재미있었다.
하루들을 살아내기 위해 나는 과외, 알바, 연구실, 스타트업으로 돈을 열심히 벌기도 했지만 자연스럽게 공부와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1년간 해외 선교를 다녀오느라 동기들과의 소식을 나눌 기회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선교를 마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모두가 각자의 삶을 살아내느라 꽤나 많이 흩어져있었다. 분명 각자의 스토리가 있었기 때문에 모두가 힘들었겠지만 힘들어하지 않으면서 자주 모임을 가졌던 대학 첫 학기였다.
왜 그때는 사진을 더 많이 남기지 못했을까 아쉬운 마음이 정말 많고, 후회도 있었다.
[2] 지금 보니까 엄청 어렸네
남자는 군대를 가야 정신을 차린다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었다. 그저 분위기만 올리려 했던 지난 나의 20살이었지만 동기 형, 누나들 덕분에 혼란스러웠던 20살을 무게감 있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형, 누나들 덕분에 과외, 알바, 스타트업을 시작해볼 수 있지 않았을까 돌아본다. 나의 10대는 즐거웠던 순간이 적었기 때문에 지난 10대를 돌아보면 우울하기만 해서 그 과거를 잊기 위해 가면을 쓰고 철 없이 생활했었던 것 같다. 위에 사진은 대학생 1학년 때 유일하게 남아있는 사진인데 살만 많이 빠져있었지 지금 보니 너무 철이 없고 어린 모습과 품생품사가 여전히 보인다. ㅋㅋㅋㅋㅋㅋ
[3] 10년 만에
연락처와 페이스북을 남기지 못하고 돌아다녀서 많이 아쉬웠다. 내가 맡은 일에 대해서 열심히만 살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함께 했던 사람들을 남기지 못한 것 같아서 마음 속에 항상 응얼이가 져있었다. 어디 있을지 대충 알 것 같아서 열심히 찾아다녔지만 시기가 아니었는지 만날 기회가 전혀 없었고, 군대와 대학 편입, 그리고 직장으로 인해 더 이상 만날 수 없을거라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꾸준히 만나야만 했던 사람들이었을까 10년만에 연락처를 알 수 있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연락이 되었던 동기들 마저 잘 모르겠다고 했었지만 정말 궁금했던 사람들의 연락이 닿기 시작했다. 어떻게 지내는지 너무 궁금하다. 성공했냐, 성공하지 않았냐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지난 시간들이 어땠는지 너무 궁금해 미치는줄 알았다
한 사람씩 만나고 있는데 정말 궁금했던 사람을 드디어 만났다. 1시간도 안되는 시간을 만나기 위해 시간을 만들어서 왔는데 진짜 연예인 보는 것 같았다..ㅋㅋㅋㅋㅋㅋ 짧았지만 지난 시간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계속 엇갈릴 수 밖에 없었던 지난 시간들이 괜히 밉기도 했었다. 모습은 분명 그대로인데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서로의 모습을 보니 재미있기도 했다. 더 깊은 이야기를 나누기에 너무 짧은 시간이었지만 난 너무 재미있었다.
[4] 어디서 만났느냐가 아닌 누구와 함께 있었냐
만나는 모든 사람들이 10년 전에 모두가 재미있었다고 말한다. 각자 열심히 사느라 계속 엇갈려서 만나지 못하다가 드디어 만났다. 지난 나의 10년 전을 사진도 남기지 못하고, 영상도 남기지 못해서 추억으로만 간직하는가 했지만 만남 속에서 개인적으로 많은 의미를 찾을 수 있었다.
지나고 돌아보니 재미있었던 것이 아니라 그때 그 사람들이 서로에게 있었기 때문에 재미있었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