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엄지언 Feb 20. 2020

어려운 내 아이, 힘든 만큼의 특별한 재능

단점과 장점은 동전의 양면과 같은 것

세상의 중요한 법칙이 있다. 빛이 강하면 그림자가 강한 법. 거꾸로 어둠이 있으면 빛이 있는 법이다. 물리학에서 작용 반작용 법칙 기억하시려나? 작용되는 힘이 강한 만큼 반대의 힘도 가해지게 된다. 어둠이 빛이 되는 순간이 온다..! 이 법칙은 예민한 아이 양육에도 그대로 적용이 된다.  


아이의 힘든 점을 동전처럼 뒤집어보자. 숨겨져 있던 장점이 그제야 드러난다. 힘든 그만큼의 장점을 가지고 태어난 아이다. 힘듦이 없어지길 바란다면 장점도 없어지길 바라는 것이 된다. 그러니 그 힘듦, 포기하지 말자.



에너지가 열정이 된다 


남다른 울음이 어려운 양육의 제1법칙이다. 이 작은 아기 몸에서 기차 통 삶아먹은 것 같은 유난히 큰 성량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걸까?  


아이의 남다른 울음은 말을 시작하며 남다른 정신 활동이나 신체 활동으로 옮겨간다. 아기가 끝까지 포기 않고 울었다고라? 그럼 그 에너지가 남다르게 포기하지 않는 활동성으로 이사 갈 것이다. 정신 활동이냐 신체 활동이냐는 어렵지 않게 알아낼 수 있다. 정신 활동인 아이는 탐구 만들기 독서 등에 몰입한다. 신체 활동인 아이는 끊임없이 입과 몸을 움직인다. 한쪽으로 치우칠 수도 있고 둘 다를 가지고 있을 수도 있다. 덕분에 아이는 또래 아이들보다 일찍 자기가 무얼 좋아하는지 찾을 수 있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 쉽게 박식해지고 능숙해진다. 엄마가 할 일은 그걸 하게 해 주면 된다. 또한 사람들과 함께 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다.


아이의 남다른 에너지리더십으로 발휘된다. 여기서 리더십이라 함은 꼭 사람들을 이끌어서 뿐만이 아닌, 이목이 집중되는 중심인물이 된다는 뜻이다 :). 어디에 가도 어디에 내놔도 자연스레 이목이 집중된다. 강한 표현력은 신났을 때의 호들갑으로 변한다. 부모에게 매달리던 에너지는 사람들을 빨아들이는 강한 눈빛이 된다. 기가 있달까~? 문제아가 되거나 중심인물이 되거나... 그 중간은 없을 것 같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을 할 때의 반응은 마치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만난 듯하다. 가만히 쳐다보면 눈빛이 반짝반짝 열중하는 모습이 내 아이지만 너무 멋지다. 아이는 좋아하는 것을 또다시 하고 계속하고 싶어 한다. 이렇게 공부를 하면 뭐라도 할 것 같다. 잠깐 동공이 흔들리지만 정신을 다시 차리고 생각해다. 이 기질을 그대로 가지고 자라나면 자기 좋아하는 것에 열중하며 즐겁게 살아갈 거라는 생각이 든다. 주입식 교육의 세상은 가고 이제는 덕후가 성공하는 세상이란다. 4차 산업혁명의 리더가 될 거라는... 너무 앞서갔나? 뭐래도 좋다. 확실한 건, 매 순간 자신을 온전히 누리는 삶을 살 거라는 것이다.



세상을 다채롭게 느낀다 


재우고 일어날 때 엄마 무릎 뚝 하는 소리에 깨서 울어요ㅠㅠ. 밤에 화장실 물을 못 내리겠어요. 아주 작은 빛도 감지해요. 몸을 살짝만 터치해도 자지러지게 울거나 웃어요. 어쩜 이렇게 섬세할까요..?  


아이는 이 세상을 너무나 다채롭게 느낀다. 어렸을 때는 힘들기만 했다. 그런데 아이가 자라니 알겠다. 구르는 낙엽만 보아도 파도 같은 행복감을 느낀다는 것을. 아이의 감각은 천부적이다...! 이는 마치 섬세한 여자들이 핑크 립스틱의 100가지 색상을 구별해내는 것과 같다. 세상 모든 것이 매 순간 아이에겐 진풍경으로 펼쳐진다 :) 


아이는 타고난 예술가이다. 느끼는 감각을 표현하게만 해주면 된다. 미술로 음악으로 신체활동으로 아이는 자기가 느끼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표현할 것이다. 이렇게 예술적으로 승화된 아이는 사회와의 연결고리도 강해진다. 이런 아이를 볼 때 문득 예전 일이 떠오른다. 주변의 조언을 듣고 내가 억지로 이 아이의 감각을 무뎌지게 했다면, 그게 과연 옳은 것이었을까? 어쩌면 피카소 모차르트의 재능을 타고난 아이를 내가 부모의 권리로 눌러버릴 뻔한 것은 아니었을지. 본능을 따르길 잘했다 :) 


이 뿐만이 아니다. 사람들에게 반응할 때 작은 것도 놓치지 않는다. 눈치가 빠르다고도 말할 수 있다. 가끔은 너무 힘들었다. 내가 조금만 잘못해도 아이는 즉각 반응으로 게 죄책감을 절절히 느끼게 해 주었으니까. 그런데 마음의 갑옷인 회복탄력성을 입고 나자, 아이는 타고난 반응성으로 높은 정서 능력을 갖게 되었다. 주변을 센스 있게 캐치하고 사람들을 살핀다. 그러면서도 섬세한 자신 돌보기를 잊지 않는다 ;) 


*

감각 자극에 대한 부정적 반응이 크면 섬세한 감각은 축제가 아닌 문제의 원인이 된다. 이럴 땐 감각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하나하나 일일이 긍정적 경험과 연결시켜 주어야 한다. 부정적 반응을 할 때는 긍정적 경험을 할 좋은 기회를 드러내는 것이다. 하나하나 부정적으로 받아들인다는 건 그만큼 하나하나 느낀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를 그냥 무뎌지게 하는 것이 아닌 긍정적 경험으로 연결시켜주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를 넘어 긍정적 역할을 제대로 해줄 사람은 엄마밖에 없다. 혼자 하긴 힘들다. 전문가와 커뮤니티와 함께 하자. 그 결과는 놀라울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넌다 


모든 걸 두려워하던 아이예요. 한 사람 한 장소에 적응하는 데만도 엄청난 노력이 들어요. 수많은 꼬리표가 아이를 따라다녀요. 내성적이다. 쫄보다. 겁이 많다.. 어쩜 이렇게 하나도 긍정적인 표현이 없을까요?  


아이가 그렇게 반응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타고나기를 새로운 것에 조심성이 많은 아이이다. 원시시대에는 자신을 지키는 탁월한 무기였을 것이다. 자신을 보호하는 우수한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다. 부모 걱정을 많이 시키지 않을 것이다. 


적응할 때마다 손이 그렇게 많이 갔는데, 좀 자라니 엄마가 별로 할 일이 없다. 기본적으로 무언갈 할 때 준비성이 철저하다. 계획을 열심히 짜기도 한다. 즉흥성 대신 한번 하면 확실하게 한다. 내 아이가 움직이기 시작하는 때는 모든 대안이 머릿속에 나와있는 때이다. 때를 아는 사람이 멋진 거라지 않나. 인생 2 회차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은 신중한 아이다. 진심으로 아이를 믿을 수 있다 :) 


즉흥적인 말이나 행동보단 글과 그림에 소질이 있을 수 있다. 아이의 재능을 알아봐 주자. 아이는 충분한 시간만 주어지면 누구보다 풍부하게 표현해 낼 것이다. 


낯선 것에 거부가 강한 대신 친숙한 것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왜 사람들은 거부 반응만 알아볼까? 이 아이는 이렇게나 친숙한 것을 좋아하고 즐기는데. 이 기질의 장점을 끌어내는 건 어렵지 않다. 친숙하게 만들어주면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학교를 다닌다면 예습을 생활화하게 해 보자. 수업시간에 낯선 것이 나오면 집중력이 많이 떨어지지만, 예습을 해간 이 아이는 아는 것이 나오면 펄펄 난다. 발표도 적극적이고 한마디로 나댐 주의보 발령이다. 공부에서 뿐만이 아니다. 새로운 사람이나 장소를 접할 때도 미리 알고 가면 "아 이거다!" 라며 눈빛이 더더 반짝인다.  양면을 다 가지고 있다면 사회에서 반응이 좋은 한쪽을 적극 활용하면 되는 거 아니겠는가? 이 사실을 깨닫지 못했으면 큰일 날 뻔했다. 


이런 아이가 맺는 인간관계는 특별할 것이다. 많은 친구를 사귀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서로를 믿고 만족감을 주고받는 질 높은 관계를 가질 것이다. 먼저 말하기보다는 들어줄 것이다. 고민을 자주 상담받을 수도 있다. 배려심 높은 행동을 자연스럽게 주변에서 알게 될 것이다. 이 세상 리더의 반 이상이 이렇게 조심스러운 성향의 사람이란다. 워렌버핏 빌게이츠 안철수 등 익숙한 이름들이 많이 보인다. 수직적이지 않은 수평적 리더십을 갖는다고 한다. 요즘 세상에 필요한 인재란다. 아이의 성향을 믿고 지지해주길 참 잘했다 :)



호기심 만땅, 사는 게 재미지다 


이 세상 산만은 내 아이가 다 가지고 태어난 것 같아요. 문화센터에 갔는데 울 애만 따로 놀아요ㅜ.  


이 아이는 호기심이 탁월하다. 뭐 하나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다. 다 가서 알아보고 만져보고 반응해야 직성이 풀린다. 진짜 미치는 줄 알았다. 정상인가 아닌가 인터넷 검색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그런데 아이는 정말 궁금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다. 이 세상이 모두 궁금하고 다 알고 싶댄다. 범상치 않다 싶었는데 일명 다빈치 유전자라고 한다. 다빈치는 예술가이면서도 과학자 철학자였다. 다방면에 능통한 팔방미인이다. 다 배우려 하니 어쩌면 진득하게 하나를 하는 건 비효율일지도 모르겠다. 적절히 버티는 능력을 가르쳐야도 하지만, 세상을 향한 이 반짝이는 호기심을 잃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두뇌 회전이 남다르게 빠른 것 같다. 행동도 그만큼 빠르다. 충동적이라는 선입견을 떼고 가만히 바라본다. 아이의 시간은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앞서 가는 것 같다. 마치 아인슈타인 상대성 이론의 대표 케이스 같달까. 혹시 다른 사람들이 느린 건지도 모른다. 이렇게 빠른 두뇌를 통제하도록 좋아하는 걸 실컷 하며 많이 놀이하게 해 주길 잘했다. 


너무나 창의적이다. 창의력 교육이 요즘 핫하지 않나. 이 아이는 원래 그걸 타고난 것 같다. 그냥 둬도 알아서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니 창의성은 알아서 따라온다. 좋아서 진득하게 파고드는 하나가 있으면 더더욱 이 성향은 새롭고 멋진 아이디어로 빛을 발한다. 


보상은 아이를 춤추게 한다. 아이는 칭찬을 너무너무 좋아한다. 사실은 항상 그것을 갈구하고 있다. 보상을 잘 주면 아이는 정말 날아다닌다. 누가 동기부여 어렵다고 하나? 이 아이는 동기부여 하나는 정말 쉽다. 이렇게 당근은 통하는데 채찍은 잘 안 통한다. 잘이 아닌 아예라고 바꾸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곰곰이 생각해보면 의외로 다루기 쉬운 건지도 모른다. 칭찬 하나만 잘하면 되니까. 


특별한 능력을 발견했다. 이 아이는 멀티 플레이어다. 하나만 꽂혀서 하는 아이들도 매력 있지만 내 아이는 정말 동시에 여러 가지를 한다. 여러 개의 뇌를 가진 것 같다. 동시에 모두 다 잘 처리해 낸다. 이 시스템이 안정되기까지 조금 시간이 걸렸지만. 이렇게 되기까지 가장 중요한 것은 긍정적인 시선이었던 것 같다 :).



부모에게 매달린만큼

사람에게 힘을 얻는다 


부모에게만 매달리고 다 해결해주길 바라던 아이예요. 스스로 한다는 건 너무나 힘든 것이었어요. 혼자 노는걸 지독하게 싫어했어요. 한마디로 피를 말렸죠. 쿨하지 못해 보이기도 해요. 항상 사람들에게 애정을 갈구하는 듯하고요.  


내 아이는 힘들 때마다 사람들과 함께이다. 혼자서 삭히고 동굴 속에서 푸는 것도 좋다. 하지만 내 아이의 경우는 힘들면 사람을 만나 이야기하고 웃고 돕고 방법을 찾아나가는 그림이 그려진다.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가득할 거라는 희망도 생긴다♡. 내 아이가 그만큼 사람을 좋아하고 챙길 거니까.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보는 눈도 자라날 것이다. 


절대 외롭게는 살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다. 항상 사람들과 함께할 거니까. 사람들과 적절한 관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의 평균 수명이 높단다. 내 아이도 장수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 피식 웃음이 난다. 그걸 싫어하는 부모가 어디 있을까? 내 아이는 누구보다 사회적인 아이이다. 내가 좀 부족해도 아이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옳은 길을 찾아갈 것이라는 믿음이 생긴다. 마음이 이제야 좀 편해진다 :) 


큰 비밀 하나 알려드다. 사람을 통해 힘을 얻는 아이라면 카멜레온의 장점을 가졌다. 아이는 어떤 사람을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크게 바뀔 것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을 닮아간다. 장점들을 배우려고 노력하고 흡수해 내면화할 것이다. 단점은 안 좋은 사람을 만나면 그것도 닮을 것이라는 거지만, 내 아이가 긍정적 방향으로 갈 것임을 믿. 부모가 할 일은, 아이의 자존감을 챙겨주는 것이다.  또한 좋은 사람들을 만나도록 환경을 조성하면 된다. 그런 사람들을 알아보는 방법을 알려주면 된다. 무엇보다 부모가 롤 모델이 되면 좋을 것 같다. 그럼 자연스럽게 배우고 또한 그런 사람들과 어울릴 테니까. 자기 고유의 색도 잃지 않을 것이다. 성장의 매 단계 백번 잔소리하는 것보다 이것이 효과가 좋을 수도 있음을 잊지 말자 ;).




참고문헌 :

<성격의 발견> 제롬 케이건

<우리 아이 성격의 비밀> EBS 성격의 비밀 다큐프라임 제작팀

<까다롭고 예민한 내 아이, 어떻게 키울까?> 일레인 N. 아론

<까다로운 내 아이 육아백과> 윌리엄 시어즈, 외 1

<다빈치 유전자> 개럿 로포토

<육아 고민? 기질 육아가 답이다!> 최은정

<에디슨 유전자를 가진 아이들> 톰 하드만

<콰이어트> 수전 케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