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예민한 변호사를 위한 변명

약간 까칠한 변호사들의 속사정

by 엄건용 변호사


변호사는 전문직이지만 "서비스업"을 영위하는 사람이다. 서비스업은 고객에게 어떤 사무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돈을 받는 직업이므로, 친절은 큰 강점이 된다.



그러나 모든 변호사들이 친절한 것은 아니다. 흥미로운 점은, 유능한 변호사 중에는 친절한 사람이 더 드물다는 것이다. 나의 경험으로는, 약간 까칠하고 예민한 변호사들이 대게 특출나게 유능한 경우가 많았다. 물론 친절한 변호사가 무능하다는 것은 아니고, 다만 개인적인 경험상 그렇다는 것이다.



KakaoTalk_20251130_210941882.jpg 법무법인 청목


과거에 어쏘 변호사로 일했던 로펌에는 소송을 잘하기로 유명한 선배 변호사가 계셨다. 판사 전관 출신도 아닌데 송무판을 휘젓는 것으로 이름을 날리고 계셨다. 나는 어쩌다보니 그 분을 모시고 몇 개의 부동산 소송을 하게 되었다.



한 번은 문서제출명령 신청서를 제출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민사재판에서는 소송의 상대방 또는 이해관계자에게 특정한 문서를 제출할 것을 명령할 것을 재판부에 신청할 수 있다. 우리에게 유리한 증거인 어떤 문서(계약서 등)를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면, 법원의 힘을 빌려 상대방이 이를 제출하도록 강제하는 제도이다.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할 때는 대부분 변론기일에 재판부께 그 필요성을 먼저 말씀드리고 신청서를 제출한다. 그래서 신청서 그 자체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내가 모셨던 상사는 그 신청서를 쓰는 것에도 상당한 공을 들이셨는데, 간단한 문장, 표현에도 신중을 기했다. 덕분에 나는 몇 회에 걸쳐 수정본을 제출해야 했고,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야근 시간은 더 길어지고는 했다. 그 결과 통상적으로 얻어낼 수 있는 증거들을 넘어서는, 넓은 범위의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으며, 승소하는데 결정적인 도움이 되었다.



문서에 들어간 표현들을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변호사로서 큰 강점이다. "겨우 그런 작은 표현들이 사건의 결론에 영향을 미치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문서에 있는 어느 작은 표현이 재판부의 마음 속에 결론을 형성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가 분명히 존재한다. 그러므로 변호사로서는 언어적인 표현을 구사할 때 그 표현이 재판부의 마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섬세하게 계산하여야 한다. 유능한 변호사들이 언어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습관이 있기 때문에 예민한 것이다.



언어에 예민한 사람은 생활 속에서 받는 자극에도 다소 예민하다. 그래서 의뢰인들의 어떤 표현이나 질문에는 약간 까칠하게 반응하는 경우들이 있다. 일은 예민하게 하고, 의뢰인들과 소통할 때에는 무던하면 되지 않느냐고 질문하면 할 말은 없다만, 그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최근 어떤 형사 사건의 수사 입회에 들어갔다가, 수사관과 약간의 논쟁을 했다. "손익 정산"과 "수익 정산"은 다른 표현이고, "점유 및 관리를 넘기다"와 "점유 및 관리를 위임하다"는 민사적으로 천지차이다. 수사관은 "그게 그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게 그렇지" 않다.손익 정산은 이익과 손실 모두를 포괄하는 것이어서 '수익 정산'과 다르다. 점유를 '넘긴다'는 표현은 점유를 이전하였다는 표현이 되어서, 점유 상실을 인정하는 표현이 될 수 있어서 위험하다. 점유권이 필요한 상황이라면 건물의 관리를 "위임"했다는 표현을 사용해야 한다.



경찰 조서에 민사소송에서 불리한 증거로 쓰일 수 있는 표현을 남겼다가, 그 조서가 어떤 경위를 거쳐 관련된 민사소송에 증거로 등장하면 낭패를 볼 수 있다(실제로, 나는 과거에 어느 민사소송에서 관련된 형사 기록을 증거로 확보하였는데, 그 민사소송에 관한 결정적인 증거의 대부분이 그 형사 기록에서 도출되었다).



수사관께서 나의 예민한 지적에 대해 '그렇게까지 하셔야 하냐'고 물어보실 때면, 내가 일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는 확신이 든다. 수사관의 기분은 약간 상했겠지만 조서는 우리가 원하는대로 깔끔하게 꾸며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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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근처 어느 떡갈비 음식점


경찰조사를 마치고 대전지방법원 인근으로 이동하여 떡갈비를 먹었다. 아쉽게도 맛은 없었다. 떡갈비는 고기가 입 안에서 알알이 움직이는 식감이 중요하다. 그런데 이 집은 고기가 다 부스러진 상태여서 특유의 식감이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간이 맞지 않았다. 또한 솥밥은 너무 질어서 죽 같았다. 이 정도면 음식의 기본기가 충분히 숙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가게를 오픈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



식당 서빙은 친절했고, 플레이팅은 예뻤다. 그런데 정작 음식의 맛이 부족하니 아쉬웠다. 법무법인이나 음식점이나, 본인이 제공하는 가장 본질적인 상품의 질을 제1순위로 두어야 한다. 친절은 '플러스 알파'와 같은 것이지, 본질적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러니, 어느 변호사가 약간 예민하다고 하여 너무 미워하시지 말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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