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위한 싸움을 시작하라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용기 3

by 바라미

죄인임을 시인하고 입으로 고백하기까지 반평생이 걸렸다. "하나님, 사랑해요. 저 좀 도와주세요." 이런 고백이야 수도 없이 했지만 문자 그대로 온 맘으로 "제가 죄인입니다."라는 고백은 출한국 후 하나님 앞에 홀로 서서야 하게 됐다.


죄인임을 깨닫고는, 아싸, 이제는 그리스도인으로 멋지게 살아야지 마음먹었지만, 일상은 뭐 하나 달라지지 않았다. 언제 울면서 죄인임을 고백했는지가 까마득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마음은 다시 정처 없이 헤맨다.


게임 그만하고 시간을 아껴 학생으로 충실하게 해 달라 기도했지만 좀 나아졌나 싶어 기대를 품으면 원래의 자리로 돌아와 있는 아이를 보면 맥이 빠졌다. '저 아이도 죄인이구나.' 하며 한숨을 쉰다.


죄인임을 자각하고 가슴을 치며 회개하고 나서도 삶이 바뀌지 않는다면 도대체 왜 그리스도인으로 살아야 하는가. 누구에게 묻기도 그랬다. 실은 어떻게, 무엇을 물어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죄인임은 알았는데, 그다음엔 어쩌라는 건가, 그리스도인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




평일 새벽에는 도시락을 준비하면서 유튜브로 새벽 예배를 드린다. 아이가 학교에 가고 나서 성경을 읽고 QT를 하고는 무의미하게 오늘을 살지 않게 해 달라고 매일 기도한다. 집안일을 하고 아이 라이드를 하고 볼일도 보고 책도 읽고, 일상은 분주히 돌아간다. 그럼에도 자기 전에 하루를 돌아보면 답답하다, 이런 일상에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러던 어느 날 아이가 아침부터 구역질을 한다. 듣기 싫을 만큼 구역질을 반복하며 힘들어한다. 왜 그러냐 물으니 속이 좋지 않다고 해서 소화제를 먹였다. 며칠이 지나도 증상이 가라앉지 않는다. 병원에 예약을 잡아두고 인터넷을 검색하니 역류성 식도염과 증상이 유사했다. '불닭볶음면을 그렇게 먹더니 몸이 버티질 못하는구나.' 아이가 한심하고 그렇게 되도록 뭐 했는지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며칠 후 병원에 가서 문진을 하는데 의사 선생님의 질문이 예상 밖이다. "잠은 잘 자니? 학교에서 친한 친구는 있어? 뭐 좋아하니?" 아이는 한두 질문에 대답하다 인상을 쓰며 입을 다물었다. 의사 선생님은 나에게 묻는다. "엄마, 얘 학교는 잘 가요? 잠은 얼마나 자나?" 어떻게 답해야 하나 고민하는데 의사 선생님이 말을 이어간다. "얘, 잘 지켜보시고 집에 가서 대화해 보세요." "네? 무슨 대화요?" "얘 몸은 건강해요. 수치가 나쁜 게 없어요. 내가 보기엔 우울증 전 단계 같아요. 이러다가 학교도 안 간다고 하고 더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꼭 대화해 보세요." "네?"


진료를 마치고 나와서 아이는 무슨 저런 의사가 있냐면서 화를 낸다. 어이가 없기는 했지만 미국은 주치의 제도가 있어 한국에서 미국으로 와서 생활하는 아이의 히스토리와 몸의 반응을 보면서 은퇴를 앞둔 노의사 선생님이 경험을 더해 하는 얘기이니, 부모로서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가 2023년 1월, 아이는 미국 고등학교에서 학업이 힘든 10학년의 중간에 있었다. 청소년 우울증에 대해 찾아보고 강의를 듣고 책도 읽었다. 알 듯 모를 듯, 맞는 듯 아닌 듯, 혼동스러웠다. 아이에게 상담을 권했지만 자기는 아무 이상 없다면서 거부하고 이 문제로 대화 자체를 싫어했다. 확실히 알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하고 싶었지만,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자 모든 시선이 나 자신에게로 집중됐다. 내가 잘못했다, 성숙하게 부모 자리를 감당 못하고, 불평불만에, 부정적인 생각에, 아이가 우울할 만도 하다. 학교에서 긴장하고 움츠려 있었을 텐데, 집에 돌아온 아이에게 눈총이나 보내면서 마음을 살펴줄 생각은 미처 못했다. 내가 그렇게 만들었다, 내 책임이다.


살얼음판을 걷는 듯 불안하고 무슨 일이 일어날까 조마조마했다. 얘를 어떡하지. 몇몇 마음을 나눌 수 있는 분들에게 상황을 말하고 기도를 부탁했지만 마음이 요동쳤다. 어찌할 바를 몰라 애타하던 그때, 유튜브 추천 영상으로 선한목자교회 김다위 목사님의 금요성령집회 설교를 우연히 들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QXUS1hzNec


2022년에 6, 7월에 시리즈로 하신 7편의 설교 중 교만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정욕, 허영'의 7가지 죄를 이기는 방법에 대한 설교를 반복해서 들었다. 2023년 봄, 이 설교 시리즈를 들으면서 눈을 뜨기 시작해, 2024년 초에 발간된 책을 읽으면서 확실히 알게 됐다.


김다위_영혼을 위한 싸움.png


죄인임을 깨달았으면, 이제 영혼을 위한 싸움을 시작할 용기를 내야 한다는 걸. 하나님을 대적하는 악한 세력은 그리스도인으로 살려 하는 사람을 결코 그냥 두지 않는다. 환경으로, 관계로, 그 무엇으로든, 욕망을 따라 죄인으로 살며 하나님 자리에 우상으로 만들어 둔, 소중한 무언가를 잡고 흔들며 고통스럽게 한다. 하나님 자리에 올려놓고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한 나의 아이가 아파하는데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


'교만, 시기, 분노, 나태, 탐욕, 정욕, 허영'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욕망에 굴복하면 예수님과 동행하는 기쁨을 누릴 수가 없다. 그리스도인으로 사는 기쁨을 맛보려면, 죄인임을 깨닫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영혼을 위한 싸움에 나서서 결국에는 승리해야 한다. 이제 나는 매일, 영혼을 위한 싸움터에 설 용기를 낸다. 홀로 그 용기를 낼 힘이 없어 용기를 주시길 매일 간구한다. 구하는 것을 주시는 그분께. 올해 6월이면 고등학교를 졸업할 아이는, 영어 CCM을 흥얼거리며 가끔 싱겁게 웃는다.



작가의 이전글왜 죄인이라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