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프롤로그
남편과 7년을 연애하며 참 많이도 다녔다.
파주, 인천, 양주, 가평, 춘천, 인제, 동해, 속초, 강릉, 삼척, 태백, 정선, 영주, 단양, 문경, 안동, 포항, 경주, 부산, 통영, 진주, 여수, 순천, 완도, 진도, 해남, 목포, 고창, 군산 등 한반도 외곽을 따라서 이름만 대면 아는 큰도시들은 거의 다 가봤다. 각 지역마다 우리만의 찐맛집도 생겼고, 관광지는 아니지만 우리만의 추억이 있어 꼭 한번 다시 가보고픈 장소도 생겼다.
지독한 집순이인 내가. 어릴 적 부모님이 외출하자고 하면 꾀병을 부리며 끙끙 앓았던 내가. 이렇게 많은 곳을 여행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내가 이렇게 여행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된 건 9할이 남편 덕이다. 야행성 인간인 나를 주말 아침마다 깨워 차에 태우고 방방곳곳을 다녀줬으니 말이다. 연애 초반부터 남편은 서울 도심에서 데이트하는 것보단 외곽으로 나가는 걸 좋아해서 원래부터 여행을 많이 다니던 사람인 줄 알았다. 나중에 알고보니 본인도 나를 만나고 나서 이렇게 여행을 자주 다닐 수 있게된 거라고 한다. 이렇게 같이 손발 맞춰 여행갈 사람이 없었다고 한다. 현대 사회에서 친구들과 날짜 맞추기가 좀 어려운가. 특히 장거리 여행은 더더욱.
'연인' 보다는 '여행 메이트'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우리의 7년 연애는 여행에 대한 추억으로 꽉 차 있다. 결혼식이 끝나면 그동안 함께 못가본 울진, 울산, 고흥, 전주, 대구 쪽을 여행하기로 했는데 코로나19 때문에 우리의 여행은 잠시 멈춤 상태이다. 부부로서 처음 가는 여행인 '허니문'마저 말이다.
여행을 못가는 아쉬움을 브런치에서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며 달래보려 한다.
다시 자유롭게 여행을 떠날 그날을 기다리며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