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언어촉진 상호작용법
아이는 놀이를 통해 세상을 배운다고 했다.
그런데 매번 같은 장난감으로, 같은 방식으로 노는 아이도 과연 놀이할 때 무언가를 배우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어, 다른 방식으로 놀아주고 싶은데, 어떻게 놀아야 할지 모르거나, 놀다 보니 자기도 모르게 아이를 가르치고 있어, 아이가 짜증 내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이때, 세상에서 아이와 노는 게 가장 어렵다고 느낀다면, 아이와 어떻게, 무엇을 가지고 놀아야 할지 막막하다면, 부모가 놀이에 임하는 태도를 다시금 돌아보아야 할 때다.
아마도 많은 부모들이 놀이를 시작할 때는 아이에게 맞추어 잘 놀아주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몇 분 지나지 않아, ‘오~ 이건 무슨 색?’, ‘이건 어떻게 하는 거지?’, ‘똑똑똑! 해봐, 이렇게 따라 해 봐 똑똑똑!’, ‘소방차 어디 있지?’라며 재미로 시작했던 놀이가 매번 학습으로 이어지고 있지 않은가? 이렇게 해봐도, 저렇게 해봐도 얼마 지나지 않아 자꾸 다른 데로 도망가거나 장난감을 못 만지게 한다면, 아이가 놀이에 대한 흥미가 떨어졌다는 신호다. 그럴 땐 우선 ‘어떻게 하면 하나라도 더 가르쳐줄까’에서 ‘어떻게 하면 다시 흥미를 느끼게 해 줄 수 있을까'로 생각의 전환이 필요하다.
꼭 장난감으로 놀 때가 아니어도 밥 먹을 때, 샤워할 때, 노래할 때 등 일상생활에서, 언제 어디서나 적용할 수 있고 효과적인 놀이 방법을 소개한다.
우선, 놀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자. 놀이할 때 부모의 역할은 관찰과 동기를 부여하는 것뿐이다. 아이는 놀 때 가장 잘 배우는 것도, 놀면서 한 뼘 성장하는 것도 맞다. 놀이를 통해 자연스러운 학습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무조건 아이의 관심과 흥미에서 시작하여 자발적인 동기가 생기게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 그다음에도 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아이가 관심 있는 장난감으로 어떻게 노는지 관찰하는 것이 시작이다. 그뿐만 아니라 평상시에도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면 아이가 어떤 사물에 관심을 보이고, 어떤 활동에 흥미를 보이는지 알 수 있다. 예를 들어, 밥 먹다 수저를 컵에 넣다 뺐다 하고, 빈 통에 시리얼을 쏟기 좋아하고, 구슬을 빈 통에 넣다 뺐다 하는 놀이를 즐겨한다면, ‘넣고 빼는’ 패턴에서 시작하는 것이다. 그다음 가르쳐 주고 싶은 한 개의 어휘를 강조하고 목소리 높낮이를 조절하며 반복적으로 모델링해주면 된다. ‘가가 구구' 밖에 못 하는 옹알이 단계라면 ‘한 낱말' 단계에서 자극을 주고, ‘까까'라고 표현하는 ‘한 낱말' 단계면 ‘까까 + 넣어~’와 같은 ‘두 낱말 조합' 단계로 점차 주는 자극을 늘려가면 된다.
또, 어떤 활동을 하든지 아이와 자연스럽게 눈 맞춤을 유도할 수 있는 곳에서 시작해야 한다. 만약 아이가 시리얼을 달라고 한다면 빈 통을 아이 앞에, 과자 봉지는 부모 손에 들고, 아이의 눈을 보며 과자를 하나씩 ‘쏙~’이라고 말하며 통에 넣어 주자. 아이가 통에 담긴 과자를 빼서 먹을 때 ‘빼~’ 혹은 ‘먹어~’ (타깃 어휘)를 반복하자. 타깃 어휘를 고를 때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용할 수 있는 기능적 단어 위주로, 듣기에 재미있기도 하고 따라 하기도 쉬운 의성어와 의태어를 사용하면 더욱더 효과적이다.
이러한 반복적인 모델링의 주목적은 아이가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들기 위해서다. 아이가 어느 정도 패턴에 익숙해지고 과자를 또 달라고 요청할 때, 부모는 무언가를 기대하는 반짝반짝한 눈빛으로 과자를 통에 넣을 듯 말 듯하며 살짝 멈춰줘야 한다. 여기서 멈추는 이유는 아이가 자발적으로 표현하도록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의해야 할 점은 멈춰있는 시간이 너무 짧아도 안 되고 길어도 안 된다.
시간을 너무 끌면 아이는 금세 흥미를 잃을 수 있다. 아이가 과자를 통에 더 넣어 달라고 표현하면 즉시 ‘쏙~’ 하며 넣어주고, 별 반응이 없으면 관심이 다른 곳으로 가기 전에 ‘쏙~’ 하며 관심을 다시 끌어와야 한다. 이때, 아이는 꼭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되고 눈빛, 표정, 몸짓 중 어떤 방식으로 표현해도 좋기 때문에, 아이에게 강압적으로 말을 따라 하게 만들지 않아야 한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말하는 것보다 먼저 주고받는 상호작용을 할 때 얼마나 즐거운지 느끼게 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놀이할 때도 위와 같은 방법을 적용하면 된다. 집안 곳곳 돌아다니며 수납장 문부터 방문, 열려 있는 모든 문을 닫는 것을 좋아하고, 주차장 장난감 문을 열고 닫으며 노는 걸 좋아하는 아이라면 놀이를 조금 연장하며 모델링을 해주면 된다. 예를 들면, 한 낱말 단계에서 언어 자극을 준다면 ‘똑똑~!’, ‘쿵!’, ‘열어~’, 혹은 ‘닫아~’를 반복적으로 알려주면서 주차장 문 안에 자동차를 숨겨 숨바꼭질 놀이로 연장할 수 있다. ‘꼭꼭~ 숨어라', ‘어디 있지~?’, ‘찾았다!’를 무한 반복하여 아이가 예측할 수 있는 패턴을 만들었다면, 아이가 더 하고 싶어 하는 듯할 때 잠시 놀이를 멈추며 더 해달라는 표현을 유도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