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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세스 박 Jun 09. 2024

행복했던 순간들의 가치

행복했던 순간들은 얼마의 대가를 지불해야 살 수 있을까?


행복했던 순간들을 돈으로 다시 살 수만 있다면, 얼마의 대가를 지불해야 할 것인가?


머무르지 않고 쉼 없이 흘러가는 물을 바라보며 생각해 보았다.


몇 번의 순간들을 나는 사고 싶을까?


농촌에 가서 고구마도 캐고, 소달구지도 타고, 밤에는 인디언 분장을 하고 물에 조각배를 띄어 보내기도 했었던 유치원 소풍?


밤에 탄천을 걸을 때마다 나는 그 시절이 떠오른다.


물소리, 밤공기, 정적, 어둠, 눈만 감으면 지금과 별로 다르지 않다.


엄마와 한 발씩 묶고 학교 운동회 달리기를 했던?


희망했던 고등학교에 들어가서 교복을 맞추던 때?


좋아했던 선생님께서 고등학교 3학년 담임이 되었을 때?


재수를 하고 가장 가고 싶었던 대학에 합격했을 때?


계약기간을 거쳐 현재의 회사에 공채로 들어왔을 때?


결혼식날? 아이들을 낳고 품에 안았던?


휴직 첫날 오랜만에 일상의 자유를 느꼈던?


언제이고, 몇 번이고, 얼마일까?


순간마다의 가치는? 돌아갈 수 있다면 과연 나는 언제로?


아니다. 그냥 두는 것이 행복할 것 같다.


원하던 순간부터 다시 살게 되는 것도 아니고, 잠시 다녀온다면 그 순간과 현재의 온도차가 극명해서 적응하는 데에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적응을 못하게 될 수도 있다.


행여나 다시 살게 된다고 해도 그렇다면 지금까지 누린 것들은 모르는 일이겠지만 아쉬울 것이다.


그래서 물도 계속 흘러가나 보다. 머무를 이유도 아쉬워할 것도 없으니 말이다.


지금도 충분히 소중하고, 행복하고, 아름다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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