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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찬 Jul 30. 2021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지만

루시드폴,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매일매일이 처음 사는 날이라서, 오늘의 나는 어제의 나보다 지혜롭고 강하겠지만 내게 와 부딪히는 모든 것들이 매번 새로워서, 같은 일이 반복되더라도 동일한 실수를 저지르곤 해서.


아마 평생을 깨닫고 후회하고 반성하고 고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나를 다듬고 또 다듬다가, 그 끝없는 반복이 버거워지는 어느 날 문득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산다는 건 그럼에도 도망치거나 주저앉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만 하는 이유를 찾아 헤매는 일이구나.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 같아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루시드폴, <바람, 어디에서 부는지>)


좋은 마음으로 살고 싶지만, 말로 마음으로 죄를 짓는다. 내가 뱉은 말은 소중한 누군가의 등 뒤에 보이지 않는 상처를 내고 결국 나의 약점이 되어 돌아온다. 내가 말하기 전에 상대가 먼저 알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은 불필요한 감정의 싹을 키운다. 상대를 위해서 그랬다고 생각하지만 ‘누군가에게 미안하기는 싫은 나’를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모른 척했을 뿐이다. 속마음이란 대체로 잔인하다.


1-2절의 맥락은 떼어내고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 같아/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드네" 이 후렴구를 품고 살며 이 구절이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날들을 무수히 지나왔다. 내 잘못과 결점을 부끄러워하는 마음과 그것을 인정하기 싫은 마음, 미움받을까 두려운 마음이 어지럽게 얽히고 뒤틀릴 때마다 세상 밖으로 도망치려고만 했던 시절도 이제 조금씩 멀어져간다.


어떻게 사람들은 무언가를 쉽게 포기하지 않는지, 왜 나는 포기하지도 못하고 도망치고 싶은 순간들을 참고 견뎌야 하는 것인지. 그런 나와 내 삶을 나 혼자 온전히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이 형벌처럼 느껴지는 날에는 분노와 외로움이 뒤섞인 감정이 여전히 불쑥불쑥 올라온다. 다만 이제는 그렇게 화내고 외로워하되 아주 조금 꿋꿋할 뿐이다. 그럼에도 포기하지 않고 나를 바로잡아 나가야만 한다는 생각, 그게 옳다고 믿는 마음을 굳게 믿는 것이다. 최대한 흔들리지 않는 자세로 눈앞의 할일에 집중하는 것이다.


혼자라는 게 때론 지울 수 없는 낙인 같지만, 살아가는 게 나를 죄인으로 만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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