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갔다!

3년 만의 복귀

by 유나사

​‘익숙하다’와 ‘새롭다’의 어중간한 어딘가, 그 어색함 속에 서 있다.


​3년 전 떠났던 부서로 다시 복귀하게 되었다. 승진과 함께 내 의지와 상관없이 떠나야 했던 곳이었다. 조직의 시스템에 의해 밀려났고, 다시 그 시스템에 의해 돌아왔다.


​이곳은 조직의 참모 부서다. 권한이나 이권은 적고 일은 넘쳐나서 모두가 기피하는 곳. 대개 3년 주기로 인사이동이 이루어지는 이곳은, 보람은 차치하더라도 승진이 목표라면 한 번쯤 거쳐 가야 하는 ‘독이 든 성배’ 같은 자리였다.


​불과 3년이라는 짧은 시간이었지만 부서원들은 모두 바뀌어 있었다. 격무에 시달리던 1~2년 차 후배들은 '경력직 신입'인 나를 격하게 환영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나는 감개무량함 따위를 느낄 겨를이 없다. 지난 3년간의 평화로웠던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다시 전쟁 같은 일상을 시작해야 한다는 서늘한 직감뿐이다.


​복귀 첫날의 기분은 딱 첫 줄과 같았다. 모든 게 익숙했다. 책상, 칸막이, 심지어 손때 묻은 자잘한 비품까지도 3년 전 그대로였다.

동시에 모든 게 새로웠다. 자리마다 낯선 얼굴들이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익숙해지고 싶지 않았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속으로 짧게 외쳐본다. ‘아, 이거 ㅈ 됐는걸’


​숫자로 복귀 소감을 말해본다.

지난 3년간 내가 생산한 문서는 1년에 채 20건이 되지 않았다. 접수된 문서도 그 정도였다.

그런데 기억 저편에서 무서운 사실이 떠올랐다. 3년 전 이 부서를 떠나기 직전, 내가 한 달에 생산했던 문서만 4~50건이었다는 사실을.

​혹시나 싶어 문서함에 내 이름 석 자를 검색해 보았다. 지난 1년 치 문서 제목만 50페이지가 넘어간다. 잊고 있었던 '업무 지옥'의 기억이 서서히 되살아나고 있다.


​출근 시간은 1시간 정도 빨라졌다.

누가 시킨 것도, 정해진 규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만 그렇게 해야만 하루의 일정을 간신히 소화할 수 있다는 걸 몸이 먼저 반응한 결과다.

아침의 여유로운 커피 한 잔은 이제 사치다. 밤새 뻑뻑해진 머리를 억지로 굴려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무감에 마시는 '생존 보약'에 가깝다.


​객관적으로 판단하자면, 이곳은 결코 되돌아와서는 안 될 곳이었다. 그럼에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돌아온 이유는 명확하다. 다음 승진 때문이다. '딱 1년만 고생하자.' 1년만 버티면 다음 자리는 분명 편한 곳에서 쉴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다음 자리가 특별히 편해서라기보다, 이곳을 벗어나는 순간 어디를 가든 천국처럼 느껴지는 마법이 일어날 테니까.


​몇 주, 아니 몇 달간 제대로 글을 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글을 쓰고 싶어도 그럴 만한 마음의 여유가 허락될지 의문이다. 그럼에도 노력해 보겠다는 다짐을 남기며, 오늘의 치열한 생활 전선으로 다시 발을 내디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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