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에 글을 올리기까지
유튜브 채널을 준비 중이었다.
처음에는 내가 좋아하는 정치 채널을 보면서, 내가 이것들보다 더 잘 쓰고, 더 정리 잘하고, 더 이해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이었다.
뻔한 이야기를 재미있고, 쉽게, 모든 사람을 계몽시키겠다는 거창한 계획은 아니라고 해두자. (사실 조금 있지만...)
대본을 쓰고 읽어 나가다 보니, 조금 욕심이 생겼다. 내 글을 써보고 싶다는 욕망 말이다.
정치 이야기도 좋지만, 내 이야기가 더 재미있지 않을까? 그놈의 뻔한 정치인보단 내 이야기가 좀 더 독창적이고, 유니크하지 않을까?
계획은 순식간에 변해버렸고, 목표는 저기 안드로메다로 향하고 있었다.
아마추어 글쟁이가 그렇듯 글은 술술 써 내려갔다. 불혹이니 지천명이니, 잘 알지도 못하면서 모든 세상 이치를 깨달아 가는 양 자판을 두드렸다.
그리고 현실의 벽에 부딪히는 건 금방이었다.
녹음을 하자, 뭔지 모를 이질감이 느껴졌다. 다시 했다. 2차, 3차, 녹음을 이어갈수록 그 이질감은 커져만 갔다. 이유는 얼마 지나지 않아 알 수 있었다. 정치 채널은 정보 전달이었다. 그리고 내가 쓰는 에세이는 감정을 전달해야 하는데, 딱딱한 내 목소리로는 감정을 전달할 수 없었다.
누군가 말했다. 포기는 배추를 셀 때 쓰는 말이라고. 그랬다 나는 포기하지 않았다. 하루 이틀 내 목소리에 감정을 전달하려 배우 한석규도 다녀가고, 성우 배한성도, 배우 이선균도 다녀가 봤지만 어설픈 내 성량은 그들의 발끝에도 닿지 않았다.
계획은 수정되었다. 일단 글만 올려보자. 에세이를 읽는 건 천천히 시도해 보리라 다짐하고, 텍스트를 받아줄 공간을 찾아본다. 인스타그램처럼 대중적인 공간을 기웃거린다. 한두 번 다시 검색을 하는데 검색창 한 곳에서 브런치를 본다. 뭐지? 먹는 건가?
설명란을 보고서야 브런치 먹듯 글을 쓰는 공간이라 해석했다. 급히 들어가 본다. 서정적인 글들, 편안함을 주는 글들, 삶의 한 귀퉁이를 가감 없이 펼쳐 보이는 글들.
내가 왜 이런 공간을 아직도 알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 정도로 따뜻했다. 이 따스함 속에 나도 들어가 보리라, 마음이 급해졌다.
가입하고 처음 썼던 글을 올린다. 하지만 생각보다 녹록지 않은 장소라는 걸 금방 알 수 있었다. 나같이 이 장 저 장을 떠도는 장돌뱅이 글쟁이에게 쉽사리 자리를 내어주는 장소가 아니라며, 심사라는 놈을 수문장처럼 앞에 세워 두었다.
더욱더 마음에 든다.
더욱더 조바심이 난다.
17살 고백했다 차였던 첫사랑 같았다.
부지불식간 별똥별 떨어지듯 또다시 짝사랑이 찾아왔다.
48세.
남자.
수도권 안 살음, 지방 살음.
글 쓰는 거 배운 적 없음.
그래서 기본도 근본도 없음.
그래서 쓸데없는 열정만 가득함.
그래서 앞뒤 안 보고 글 쓰고, 가끔 떼도 부림.
아니 자주 부림.
내 소개는 이 정도로 해본다.
글을 쓴다는 게, 내 마음을 세상에 내보낸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잘 알고 있다. 그 어려움은 내가 아니라 읽어주는 독자가 나보다 배로 힘들다는 걸 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어떻게 쉽게 내 글이 읽힐까 고민을 하고 문자와 문장을 얽어본다.
그렇다고 힘들게 살고 싶지는 않다.
어렵다 생각하면 한없이 어려워지는 게 세상이다. 마찬가지로 쉽다 생각하면 한없이 쉬워지는 게 세상 이치다. 난 조금 쉬운 길을 가고 싶다.
고민하지 않고 쉽게 글을 나르고 싶다. 그게 내 소망이다. 브런치 먹듯 쉽게 세상을 살아보는 거.
난 글 쓰는 게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