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했다, 사기꾼아!

Part 1. 그렇게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했냐!

by 유나사

결론부터 말하면, 나는 31만 원짜리 사기를 당했다.

피해 금액이 크지 않지만,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그리고 상당히 무안하고, 창피하고, 쪽팔리고 그렇다.

이 나이에 누군가에게 속았다는 기분은, 느껴본 사람만이 알 수 있을 거다.


다만 그 사기를 당하는 동안은 좋았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녀석이 사탕발린 말들을 늘어놓는 동안, 나는 천국에 있는 사람처럼, 그 녀석은 천사처럼 보였다.

웃기게도, 나는 강의 사기를 당했다.

그래서 그 강의를 듣는 동안, 행복했다.

사기를 당한 금액이 그 행복의 값어치라면,

멍청하지만 나름 나쁘지 않았다


강의실에는 나를 포함해 9명이 있었다.

20대도 있었고, 나보다 훨씬 인생 선배로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 녀석은 나에게, 아니 강의를 듣던 우리에게

월 최소 200만 원, 최대 5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약속했다.

그리고 그 상상의 나래 속에서 나는 이미 외제차를 사고, 서울에 집도 하나 사고, 마나님 가방도 하나 사주고 그랬다.


천사 가브리엘 같은 우리 강사님이

날개를 접고 살짝 지상으로 내려왔을 때가 있었다.

다음 강의를 390만 원에 팔기 시작했을 때였다.


하지만 다시 한번 천사의 날개를 활짝 펴 보였던 건,

1,500만 원 상당의 강의를 할인해서 390만 원으로,

수강 1기생이기 때문에 꼭 성공해야 한다며,

무려 70% 할인된 금액으로 평생 컨설팅을 약속했을 때였다.

그리고 꼭 성공하게 만들어주겠다고 다짐했을 때,

천사는 강당을 박차고 다시 하늘을 날고 있었다.


그리고 그 천사가 마지막 말을 전했다.


“시간제한이 있다.

여러분을 다 컨설팅하기에는 힘들기 때문에

오늘 자정까지 결제하시는 분에 한해 390만 원,

그리고 내일부터는 다시 1,500만 원으로 컨설팅하겠다.”


리미티드 에디션의 발표였다.

그 순간, 내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아~ 390만 원은 싼 거구나.

빨리 결정을 하자…


사실 이 강의는 원타임(One-time) 강의였다.

처음에는 1만 원짜리 인터넷 강의였고,

오프라인에서 더 확실한 정보를 주고 싶다는 강사의 말에 30만 원을 입금해야 들을 수 있는 1회짜리 강의였다.


지금까지 31만 원을 썼는데,

다음 고지를 위해 390만 원을 쏴야 한다.


살짝 고민, 정말 살짝 고민을 했던 건

어떻게 마누라에게 이야기하느냐였다.


하지만 그 고민도 잠깐,

이렇게 좋은 기회를 설명하면

당연히 나와 함께할 거라는 깊은 믿음이 있었다.

할렐루야~!


강의는 저녁 늦게까지 이어졌고,

나는 급한 마음에 마누라에게 문자를 보냈다.


“애들 재우고 기다려. 상의할 게 있어.”


‘상의’라고 했지만, 마음은 이미 통보였다.

오늘 자정까지는 결제를 해야 한다.


(참고로 현금 결제가 아니라는 점도 내 믿음의 한 부분이었다. 12개월 할부가 되니까,

이 컨설팅이 사기라면 신고해서 할부 철회가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캬~ 똑똑하다!

하지만 무형의 상품인 강의는,

상대방이 강의를 지속하고

“성공 못 한 건 네 탓”이라고 해버리면 그만이라는 사실을 그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강의가 끝나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마누라에게 전화를 했다.

그리고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며 열변을 토하는데,

마나님께서 찬물을 끼얹는다.


“야~ 그렇게 좋은 걸,

널 시킨다고?

자기네 형제자매,

없으면 사촌들이라도 시켜서 그 돈을 벌게 하지

생판 처음 보는 너한테 그 노다지를 캐게 한다고?”


순간 짜증이 났다.

수 시간 동안 강의를 들으며 웃고 떠들고 호응하고,

같은 목표를 갖고 호흡했던

우리 사이를 이간질하는 악마였다.


잠깐만.


여러분은,

꼭 마나님의 말씀을 경청하시고 실천하시길 권유드립니다.


결론적으로 나는 결제 버튼을 누르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마나님의 설득과 설명에도

한참 마음을 잡지 못했던 나는,

이성적으로는 확실히 이건 사기라는 판단이 들었다.


다만 감정적인 판단이 너무 힘들었다.


몇 시간 동안 천국에 있던 사람이

지상으로 내려왔다고 생각해 보라.

아니, 지옥으로 직행했다고 생각해 보라.


월 500만 원의 수입과 외제차, 집, 명품 가방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절망이었다.


다음은 상상에 맡기겠다.

마나님의 비웃음과

아직도 초딩적 생각을 못 벗어났다는 놀림을

한 달째 당하고 있다.


이미 결제한 31만 원에 대한 구박은 덤이다.


며칠 후, 날개 잃은 천사—우리 강사님에게

전화도 왔었다.

받지 못했다. 무서워서.

또 무슨 사탕을 먹일지 두려워 받지 못했다.


오늘도 나는 외제차 대신,

마나님의 눈칫밥만 겨우 얻어먹으며 출퇴근한다.

살아야 하니까! 큭.


세상의 모든 천사들,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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