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을 보며 인셉션을 꿈꾼다

돌팔이 글쟁이가 주워들은 영화 vol.1

by 유나사

소설 《트와일라잇》은 뱀파이어와 인간 소녀의 사랑을 그린 이야기다. 영화 역시 소설 시리즈만큼이나 흥행한 유명한 이야기로, 혹시 이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면, 본인이 간첩은 아니었는지 진지하게 되돌아보라.


각설하고, 이 이야기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적인 뱀파이어가 현대 사회 어딘가에 숨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는 기본 플롯을 가지고 있다.

늑대인간 이야기도 나오지만, 그것까지 설명하면 이야기가 산으로 갈 것 같으니 궁금하다면 직접 읽어보라 추천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이자 주된 내용인 인간소녀와 뱀파이어의 사랑은 작가가 어느 날 꾸었던 꿈에서 시작되었다. 작가는 꿈속에서 인간 소녀를 갈망하면서도 피의 갈증에 시달리는 뱀파이어를 만났다고 한다. 마치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1994)의 한 장면을 훔쳐본 것 같은 느낌이 아니었을까 상상해 본다.


꿈속 장면을 이야기로 빚어낸 걸작은 생각보다 많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프랑켄슈타인》도 그중 하나다. 작가 메리 셸리는 기괴한 형상의 한 남자가 침대 옆에 서서 자신을 지켜보는 꿈을 꾸고 난 뒤 펜을 들었다.
이렇듯 꿈에서 얻은 영감, 혹은 꿈 자체를 소재로 한 서사는 우리 주변에 널려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고전 소설 《구운몽》을 보라. 꿈과 현실을 유려하게 오가는 이 이야기는 조선시대 소설가 김만중이 유배 생활 중 홀로 계신 어머니의 외로움을 달래 드리기 위해지었다고 전해진다.

나의 '인생작'인 영화 <인셉션>을 볼 때면 가끔 이런 상상을 한다. '혹시 놀란 감독이 《구운몽》을 읽어본 건 아닐까?' 물론 근거 없는 사견일 뿐이니 가볍게 넘겨주시길.


실제 이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 <파프리카>에서 많은 영감을 받아 제작되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 애니메이션은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타인의 꿈속에 들어가 병을 치료하거나 잠재의식을 현실로 끌어올린다는 주제를 다루는데, 자칫 어둡고 몽환적일 수 있는 꿈의 세계를 애니메이션 특유의 깔끔한 이미지로 구현해 낸 전형적인 수작이다.


영화 <인셉션> 또한 꿈속 사건을 현실과 연계하고, 그 안에 숨겨진 의도를 심어 사람의 감정을 조종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그린다. <인셉션>이 <파프리카>의 장면을 차용한 유명한 씬도 있다. 꿈속에서 주인공을 가로막는 거대한 거울 벽이 주인공을 비추는 장면이다. 현실과 환상을 가로막고 있지만, 결국 깨어지면 같은 공간일 뿐이며 그조차 꿈의 일부라는 해석을 덧붙이게 만드는 묘한 장면이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라면 이제 <인셉션>의 줄거리가 나오길 기다릴 것이다. 하지만 이 글에 줄거리 요약은 없다. 나에게는 재미있는 영화였지만 취향에 따라 누군가에게는 맛없는 영화일 수도 있다.

재미를 강요하며 개개인의 평가를 유도하고 싶지는 않다.

그저 못 본 이라면 한 번쯤 보기를, 이미 본 이라면 다시 한번 곱씹어 보기를 슬쩍 추천할 뿐이다.


이 영화가 특별하게 다가오는 이유는 '꿈속에서 꿈을 꾼다'는 독특한 설정에 있다. 영화의 '킥(Kick)'이 되는 이 설정 안에서 인물들은 다차원적으로 겹쳐진 꿈의 층위로 파고든다.

그곳에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 심연에 빠지기도 하고, 끝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하기도 한다. 꿈속의 일이 현실에 반영되는 구체적인 묘사들은 꿈과 현실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영화의 핵심 축이 된다.
결국 <인셉션>은 꿈으로 시작하여 꿈으로 결말지어진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대체 꿈이란 무엇일까.
왜 이런 소재들은 고전부터 현대까지 끊임없이 변주되어 왔을까.
꿈이라는 소재가 주는 특별함 때문일까, 현실에서 가질 수 없는 것들에 대한 보상심리 일까.
보통 꿈은 현실의 반영이라 한다. 그날의 기분과 컨디션에 따라 우리는 꿈을 꾼다. 그래서 대부분의 꿈은 투박하게나마 주인의 희망을 내포한다. 진급을 바라던 자는 꿈속에서 이미 몇 번이나 승진을 했을 것이고, 합격을 바라는 자는 이미 합격증을 손에 쥐었을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몽정이라는 부분도 있겠다.
아주 혈기 왕성하고 강력한 욕망이라 별도 설명하지 않겠다. 민망하니까...

꿈은 인간 내면 깊은 곳에 잠재된 욕망의 표출구 일 것이다. 매일 밤 사람들은 그 통로를 통해 꿈을 꾸고, 다시 현실의 꿈을 이룰 동력을 얻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자, 이제 당신은 오늘 어떤 꿈을 꾸었는가 생각해 보시라. 그 꿈이 당신의 미래에 어떤 기대를 가져다줄지 상상해 보시라. 흥미진진하지 않은가?

나에게도 꿈이 있고, 모두에게도 꿈이 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 간직한 비밀스러운 꿈 하나쯤은 다들 있을 것이다. 오늘 밤 나는 그 꿈을 기원하며 다시 잠이 들 것이다. 만약 현실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이라면, <인셉션>처럼 그 꿈에 갇혀 영원히 잠드는 것 또한 나쁘지 않으리라 희망해 본다.




[출사표]
필자의 사심이 듬뿍 담긴 영화 평론을 연재해 볼까 합니다. 가뭄에 콩 나듯 쓰일지, 단비에 우거지는 숲이 될지는 전적으로 여러분의 반응에 달려있습니다.(협박임!)

어디까지나 전지적인 ‘돌팔이 글쟁이’ 시점이니, 본인의 뜻과 맞지 않더라도 돌을 던지는 행위는 용납하지 않겠습니다.(이것도 협박임!)

강매하듯 협박을 일삼는 것은 초보 글쟁이의 비겁한 속내이니, 부디 예쁘게 봐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