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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빈 Mar 10. 2024

미술관에 물고기를 풀어놓으면?

필립 파레노 (Philippe-Parreno) in Leeum


리움미술관에서 ⟪필립 파레노: 보이스⟫ 전시가 진행중이다.


오픈과 동시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이 전시는 리움미술관의 전시공간 M2, 블랙박스, 그라운드갤러리, 로비, 데크를 모두 사용한 대규모 개인전이다.

관람객은 곳곳에 위치한 작품과 퍼포먼스를 보며 이 모든 공간을 자유롭게 탐험하고 작품을 경험한다.


필립 파레노는 2월 28일 오후 4시 작가와의 대화(리움미술관)에서 "미래로 나아가는 것을 선호한다. 사물이 공간과 시간 속에 어떻게 변화하는지, 어떤 이야기를 듣고자 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에 관심이 있다. 소리와 사물, 시간이 어우러지는 새로운 공간과 현상에 대한 탐구는 예술학교에 다닐 때부터 줄곧 나의 관심사이다."라고 밝혔다.¹ 

이번 전시 제목이 ⟪보이스⟫인 이유를 짐작해볼 수 있다.


여러 전문가와 작업을 많이 하는 작가답게 이번 전시 역시 그래픽 디자이너, 포토그래퍼, 뮤지션, 언어학자, 사운드 전문가, 배우 등과의 협업으로 꾸려졌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90년대 초기작을 포함한 주요 작품들과 리움미술관이 제작 지원한 대형 야외 신작을 볼 수 있다.





 전시일자: 2024.02.28. ~ 2024.07.07

운영시간: 화요일 ~ 일요일, 10:00 ~ 18:00 (월요일 휴관)

관람요금

- 성인(만 25~64세) 18,000원

- 청년(만 19~24세) 및 대학(원)생 9,000원

- 청소년(만 7~18세) 9,000원

- 시니어 (만 65세 이상) 9,000원

- 미취학 아동 (~만 6세) 무료

- 문화누리카드, 예술인패스 소지자 무료


* 홈페이지 사전예약, 현장 발권 모두 가능

* 더 자세한 사항은 홈페이지 참고

* 매주 마지막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50% 할인된 가격으로 관람 가능!



⭐ 관람포인트 ⭐


전시장의 소리와 움직임에 주목하기

시간을 내어 공간에 오래 머무르기

✓ 보고, 듣고, 향을 맡고 공감각적으로 전시 즐기기!




필립 파레노(Philippe-Parreno, France, 1964~)



Q. 필립 파레노는 어떤 작가인가?


그를 키워드로 정의하자면 공간, 시간, 관계, 협업, 연결로 정의할 수 있다.


2016년 현대 커미션 작가로 선정된 필립 파레노는 ⟪Anywhen⟫ 전시를 선보였다. 테이트 모던 터바인 홀에서 대규모 설치작품들로 전시를 꾸렸다. 전시 제목인 Anywhen은 모든 가능성을 의미하는 Any와 시간 개념을 의미하는 When 두 단어의 결합이다. 사실 이 단어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조합이다.


그러나 필립 파레노는 미래에 무엇인가 일어날 것이라는 걸 제안하는 작가이다. 무엇이 일어날 것이라고 믿어야 한다고 말한다. 미래를 지속적으로 진화하는 개념으로 본다.


Anywhen처럼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한 두 단어도 어쩌면 미래, 3차원의 어딘가에선 가능한 조합일지도 모른다. 어항을 탈출한 물고기가 미술관 공기 속을 유유히 유영하는 일처럼 꿈 같은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말이다. 미술관을 떠다니는 물고기, <내 방은 또다른 어항> 작품은 이번 ⟪보이스⟫ 전시에서도 만나볼 수 있다.





오렌지빛 전시장을 고요히 부유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자.

이 공간에 들어선 관람객들은 더이상 어항 속 물고기를 들여다보는 관찰자가 아니다. 관점이 전복된다.

물고기는 때로는 사람보다 낮게, 때로는 높게 유유히 공기 속을 헤엄친다. 어떠한 경계도 없이 한 공간에 위치한 관람객과 물고기는 새로운 관계를 맺게된다.


My Room Is Another Fish Bowl




Q. 어떤 작업을 하는 작가인가?


필립 파레노의 작품은 계속해서 변화한다.


작가는 전시의 경험을 재정의하고자 한다.

리얼리티와 픽션을 넘나들며 전시장의 넓은 공간 자체를 작품으로 만들고, 그 안에서 작품과 관람객과의 상호작용을 중요시한다.


같은 전시장 같은 작품이지만 지금 내가 보는 광경과 단 10분 뒤의 장면이 바뀐다. 사람들은 10분 뒤의 장면을 보기위해 전시장에 머무르며 시간을 보낸다. 하나의 공간에 함께 함으로써 경험을 나누고 있는 관람객들, 작품을 보며 나누는 대화. 작가는 그 지점을 매우 중요시 여기고, 그를 통해 우리의 상상력을 열어준다.


파레노는 "내게 미술은 언제나 미완성의 상태에 있는 것"이라며 "나는 그 '미완성'이라는 요소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내가 작가로서 하는 일은 어떤 색상 혹은 공간의 소리적인 특성과 같은 요소들을 통해서 전시를 구축하고 연출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 전시는 매우 연약한 구조다. 모두 몇 달이 지나고 나면 바스러지고 사라질 것이다. 전시란 그런 것"이라고 말했다.²


작품과 퍼포머(Performer), 모든 요소들이 전시장을 채웠지만 완벽하게 완성된 상태라고 할 수 없다.


⟪필립 파레노: 보이스⟫ 전시의 마지막 퍼즐 조각은 관람객이다. 그들이 공간 안에 들어와 거닐고 작품과 상호작용을 맺음으로서 의미가 생긴다. 이처럼 작가의 작업은 관객과 활발하게 상호작용하며 수평적 관계를 맺는 예술 경향‘관계 미학(relational aesthetics)’을 추구한다.





전시장은 이벤트와 쇼가 펼쳐질 공간이다. 관람객들은 작품 사이사이에서 움직이는 관람방식으로 주어진 감각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다. '움직임'을 통해 공간을 스스로 전개하고, 기존에 주어진 화이트 큐브 내에 위치한 작품, 그 단순한 볼륨보다 더 폭넓게 온 감각을 동원하여 작품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그의 전시는 하나의 전시로 막이 내리는 게 아니라 다음 전시 작품들과 이어진다.

그래서인지 ⟪필립 파레노: 보이스⟫에서도 작가의 이전 전시에서 보았던 익숙한 작업들이 눈에 띈다.


전시장 안에 진열된 눈사람이 녹아내리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시각적, 청각적 자극 <Iceman in Reality Park(2022)>, 전시장 공중을 떠다니는 수많은 물고기들이 만들어내는 움직임과 그림자 <My Room is Another Fish Bowl(2018)>, 전시장 한 가운데 1년 내내 존재하지만 12월이 되면 작품보다 크리스마스 트리 그 자체로 인식되는 <Fraught Times: For Eleven Months of the Year it’s an Artwork and in December it’s Christmas (October) (2008)>


작품 이미지만 봐도 공간과 시간, 작품과 관람객이 얼마나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지 알 수 있다.  

눈사람이 녹아 사라지는 모습, 전시장 한모퉁이 모르는 척 서있는 트리, 천장에 잔뜩 매달린 소리없는 말풍선들 그 모든 것이 과거와 현재를 이어 지금 여기 위치한다.


필립 파레노 《보이스(VOICES)》 전시 전경, ⓒPhilippe Parreno, 제공: 리움미술관, 촬영: 홍철기
Fraught Times: For Eleven Months of the Year it’s an Artwork and in December it’s Christmas 연작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신작 역시 만나볼 수 있다.


1) 블랙박스와 그라운드 갤러리를 연결하는 에스컬레이터에서 퍼포머를 만나도 당황하지 말자.


독일 작가 티노 세갈이 의뢰를 받아 제작된 이번 신작은 작가의 대리인, 해석자들이 연출된 몸짓을 반복하며 짧은 이동시간을 채운다. 즉흥적인 퍼포먼스가 아닌 철저하고 완벽한 코칭으로 만들어진 움직임을 있는 그대로 감각하고 감상해보자.


2) 야외 데크에 있는 <막> 작품은 실시간으로 수집한 데이터로 작품을 활성화시킨다. 


"전시 때는 항상 외부에 마이크나 기상 측정 도구 같은 센서를 배치해 외부의 데이터가 내부에 있는 작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해 왔다"/"미술관이라는 곳은 항상 닫힌 공간, 말하자면 외부 세계에 등을 돌리고 있는 곳이죠. 내부에 아주 비싼 작품들이 진열돼야 하기 때문에 필터를 걸어 빛을 들인다든지, 온습도를 조절해야 하는 일종의 버블 같은 곳이죠. 그런 버블에 틈을 내고 싶어 센서를 사용했습니다."³


미술관 안과 밖을 연결하는 이 작품은 미술관 공간이 숨을 쉬게 만든다. 외부의 에너지 데이터가 내부로 들어온다. 입을 벌려 공기가 몸 안으로 들어왔다 빠져나가듯 상호작용이 일어난다. 작품을 보호하기 위해 일정한 규칙을 지켜오던 미술관으로 작가에 의해 새로운 공기가 유입된다. 새로운 호흡법이 공간에 새겨진다.





⟪필립 파레노: 보이스⟫ 전시는 미술이 어려웠던 이들에게도 공간을 감각하고 체험하는 것 만으로 색다른 영감을 줄 수 있는 전시라 생각된다. 눈을 사로잡는 이미지와 규모, 다양한 감각으로 즐길 수 있는 필립 파레노의 전시는 사진으로 보는 것 보다 그 공간에 풍덩 빠져들어 그 속에서 즐기는 경험이 100배 더 재미있을 것이다.


시간이 된다면,

혹은 시간을 내어서라도 방문해보길 추천합니다!




<참고자료>


https://youtu.be/KjVUoE7CDiU

[HYUNDAI Meets] 현대커미션 2016: 필립 파레노/Youtube/2017. 1. 13/4:22


¹컬처램프, [아티스트토크] 필립 파레노의 리움미술관 전시 'Voices'를 감상하는 법, 함혜리 기자

 https://www.culturelamp.kr/news/articleView.html?idxno=1327


²중앙일보, "전시 하나가 거대한 설치" 리움이 또 선보이는 새로운 경험, 이은주 기자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231295#home


³연합뉴스, AI가 조율하는 전시…새로운 관람 경험 제안하는 필립 파레노展, 황희경 기자

https://www.yna.co.kr/view/AKR20240226139700005


* 필립 파레노(Philippe parreno) 작가의 더 많은 작품을 보고싶다면?

https://www.pilarcorrias.com/artists/30-philippe-parre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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