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확장되는 그들의 놀이터
어느날 평소 즐겨보던 문명특급 채널에 플레이브 영상이 올라왔다.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마치 웹툰 캐릭터가 살아움직이는 듯 화려한 멤버들의 비주얼과 그 뒤로 판타지 영화 속 같은 배경, 아스테룸이었다.
그룹 이름은 종종 들었지만 영상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플레이브는 ‘버추얼 아이돌’로 가상세계를 바탕으로 활동한다. 멤버들이 직접 작사, 작곡, 안무 짜는 능력을 가진 자체제작돌이며 리더 예준을 시작으로 멤버 서로가 서로를 불러모아 5명이 플레이브로 함께하게 되었다.
일찍이 K-POP을 좋아해 집착돌, 남친돌, 소년 성장서사를 지나 엑소의 초능력, 에스파의 광야 등 거대하고 낯선 세계관을 접해왔다고 생각했다. 헌데 '카엘룸'이라는 행성에서 온 외계인, 현재는 '아스테룸'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언어로 '테라'라 부르는 지구에서 활동하는 아이돌이라니... 이제 범우주적인 스케일로 커져가는 세계관을 보며 불쑥 호기심이 생겼다.
유튜브에 '플레이브'를 검색해본다. 유튜브 라이브를 따다 만든 팬 영상이 우수수 쏟아진다. 스크롤을 넘기다 플레이브 오류 모음집을 보게 되었다.
이 영상은 데뷔초, 멤버들의 팔 또는 목이 꺾이거나 손가락이 6개가 되는 등 기술적 결함으로 일어난 다양한 오류들이 담겨있다. 상황 인지 후 당황해하거나 나름의 방법으로 해결해보려 노력하고, 최후에 방송반을 찾아가는 멤버들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기술적 결함은 돌발적으로 발생해 멤버와 시청자를 당황시킨다. 그리고 이를 대처하는 멤버들의 모습에서 개인의 성격이 드러난다.
그 순간, 보이는 화면은 그대로지만 이들이 인간적으로 느껴진다. 지금은 아쉽게도(?) 화면상의 멤버들의 움직임이 꽤 매끄럽게 연결되게 기술이 발전했다. 데뷔 초에만 볼 수 있는 신선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라 대중들에게 입문영상으로 추천할 만한 콘텐츠라고 생각한다.
https://youtu.be/srlbue3glVs?si=6x0rJji-18W9RzaF
종종 덕질하는 사람들, 팬 브이로그를 본다. 10년 전과 달라진 팬덤 문화를 접하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들의 긍정적인 기운을 보며 나 역시 에너지를 받는다. 좋아하는 가수에 따라 팬들의 성향이 달라 캐릭터를 보는 재미도 있다.
요즘은 팬 브이로그라는 콘텐츠가 활발하게 양산된다.콘텐츠가 되는 오프라인 이벤트(콘서트, 팬미팅, 티켓팅, 생일카페, 럭키드로우, 앨범깡, 팝업, 콜라보 굿즈 구매 등)가 다양한 덕분이다.
팬 브이로그는 팬들이 온라인에서 공감대를 공유하며 만나는 하나의 장소가 되었다. 팬들은 영상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댓글과 이벤트로 소통한다. 공통 관심사로 모인 이들이 온라인 상에서 조금 더 밀접하게 연결된다.
또한 이들은 덕질을 하는 모든 공간 즉, 콘서트장, 교보문고나 알라딘 같은 앨범 구매처, 생일카페 등 팬들이 모이는 공간에서 우연히 마주칠 수 있다.
심리적으로나 물리적으로나 연예인보다 가까우며 재미와 공감 요소가 많은 덕에 특정 채널을 좋아하는 팬의 팬도 생겨나는 요즘이다.
플레이브라는 그룹을 조금 더 알아보고 싶어 팬 브이로그를 보게 되었다. 플레이브의 팬덤명은 '플리'이다. 눈에 띄는 특징은 팬층 연령대가 MZ 중에서도 Z세대&알파세대의 비율이 높고 친구든 직장 동료든 함께 덕질을 하는 경우가 많아 보인다.
플리로그(플리 브이로그)에 뮤비 리액션 영상이 있어 <WAY 4 LUV> MV를 보게 되었다. 버츄얼의 특성을 잘 나타나는, 다채롭게 아름다운 화면에 한번 더 놀랐다. 세계관의 배경이 되는 화면 구성 비주얼이 너무 좋았다. 이정도 퀄리티의 영상미라면 충분히 대중의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리액션 영상에서 좋아하는 멤버의 장면을 돌려보기도 하고, 소리를 지르고 감탄하는 모습이 아주 익숙하다. 콘서트를 가고, 앨범과 포토카드를 사 모으고, 라이브를 챙겨보는 등 덕질의 모든 요소가 다른 팬덤 문화와 다를 것이 없다.
사람대 사람으로 만나는 그 사이에 온라인이라는 특수성이 덧입혀진 아주 보통의 가수와 팬덤이었다. 그들의 실제 모습은 화면 뒤에 존재하지만 팬들은 캐릭터를 넘어 함께 이 세계관을 만들어가고 있는 멤버들 그 자체, 성격과 말투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좋아한다. 멤버들이 '아이돌'이라는 꿈을 위해 달려온 시간과 노력, 진심을 보고 응원한다.
플레이브와 플리,
기술의 발전 거기에 진심이 더해져
‘플레이브'라는 팀의 성취를 만들어 가는 여정에 있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이제는 '버추얼 아이돌'이 21세기 하나의 현상으로 보이지 않게 된 것 같다.
플레이브와 플리가 공유하는 세상이 기존 아이돌 산업에서 보다 더 확장된 형태로 느껴진다. 화면 너머로 존재하는 무언가를 보는 게 아닌 그 안에 있지만 그 자체가 실체인, 오히려 온라인이라는 환경이 가수와 팬에게 보다 더 가깝고 직접적으로 상호작용이 가능한 공간이 되었다.
다수의 아이돌에게 온라인이 팬들과 소통하는 하나의 통로라면 그들에게 온라인이라는 매개체는 커다란 놀이터 같달까. 실제로 플레이브는 주에 2-3번 2시간씩 라이브 방송을 하며 팬들과 소통한다. 최신 근황, 챌린지, 곡 작업 과정 등 멤버 조합을 바꿔가며 팬들이 심심할 틈 없이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한다.
또한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며 콘서트와 같은 유형의 공간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팬들이 실제로 한 공간에서 모이고, 서로 마주보고 같은 감정을 공유한다. 좋아한다는 행위에 커뮤니케이션과 공간, 경험의 공유는 훨씬 깊이를 더해준다.
5세대 아이돌 그룹 그 사이에서 플레이브와 플리가 많이 언급되는만큼 그들의 행보가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이 관계성이 어떻게 성장하고 얼마나 다양한 활동을 꾸려나갈지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