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생각
0. 난 매일 무서웠고 힘들었다. 참 힘들었고 나스스로를 더 외롭게 했던 20대 초반 4년간이 전부 그랬다.
누구보다 열심히 했는데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어떻게 살아야 될지 모르겠고, 용돈을 벌어 살고 학과 소속변경과 취업을 준비하는 매일 매일이 전쟁이었다.
피나게 노력해서 얻은 건 결국 번아웃이었고, 성격이 바뀌었다.
요령없을 정도로 솔직하게 여기저기 부딪혀 본 결과 이젠 조금은 여유가 생긴 것 같다.
1. 너무너무 아팠던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았던 내 자신에게 감사한다.
뭐든 성에 안 찰정도로 욕심이 많고 그걸 다 채우려고 애써왔다.
돌아보니 알 것 같다.
세상과 부딪히고 힘든 걸 피하지 않으며 온몸으로 받아내면서 많이 울었지만
사실 그 순간 자라고 있었음을.
2. 힘든 순간이라 생각했지만 사실 자라는 순간이었듯이,
힘든 걸 힘들게만 받아들일 필요가 없었다.
근데 난 안 힘든 것도 힘들게 만들어버린 지난날이었다.
그렇게까지 힘들 필요가 없었는데 불안해서 일부러 더 불안하게 살았다.
2-1. 내가 부족한게 참 많은 것 같았고 실제로 부족한 것도 많지만
돈이든, 내 소속이든, 지금 내 영어실력이든 그런건 사실 나중 문제였다.
난 왜 이걸 못하지, 저것도 잘하고 싶고, 내가 잘하는 건 도대체 뭘까?
그렇게 질문하며 지난 5년을 보냈는데 사실 질문하고 행동할 수 있었던 것이 내 최대 장점이 아니었을까 한다.
싸우고 발버둥치고 때론 다른 방법을 강구하면서
내 삶의 키를 잡고 이끌어가는 능력이 내가 가진 가장 큰 자질이었다.
할 수 있었고, 이미 하고 있었는데 나를 참 못 믿었다.
그게 나의 제일 큰 약점이었다.
2-2. 사실 아직도 나를 백프로 믿진 못하겠지만 어쨌든...
3. 제일 좋아하는 친구 중 한 명인 상현이는 군대에서 아침 구보도 상쾌하고 나름 괜찮다고 했다.
군대를 다녀온 S오빠는 뭐 저런 애가 다 있냐고 별나 했지만
나는 상현이 같은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정신승리가 아니라 진짜로 자신만의 아우라로 세상을 정의하는 사람.
그리고 결국 주변사람들의 생각이나 인식까지 변화시키는 사람.
3-1.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세상의 생각에 연연하기 보다는 자기만의 생각으로 살고,
결국 자기 자리를 만들어서 자신의 행복한 삶에 초대하는 사람.
그런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런 친구들과 우리만의 우주를 만들었으면 좋겠다.
4. 아침 구보도 상쾌할 수 있듯, 매일매일을 무섭고 힘들게만 살 필요가 없었다.
뜻대로 되지 않아도 하루는 살아진다.
어차피 인생은 계획대로 되지 않고, 꿈꾸는건 모두 이뤄지지 않는다.
그건 아픔이기도, 처절함이기도 했지만
포기하지 않는 한 순간순간 마다 웃음이었을 이제야 안다.
5. 뜻밖의 사건사고든 행운이든, 모두 내 삶의 의미있는 충돌이기에 다 괜찮다.
난 앞으로도 계속 이루지 못할 것 같은 목표를 주입하며 이렇게 살고 싶다.
안되는 게 되는 것보다 많겠지만 할 수 있다고 믿고
내가 의지하는 사람들과 계속해서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힘들고 아픈 순간도 있겠지만, 매순간 작은 성취와 오류를 즐기면서, 그렇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