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5.18
반백수기인 4월과 스스로 안식월이라 명명한 5월. 2달간 일주일에 책 2권 읽기를 결심했고 나름 잘 지켰습니다. 그리고 여름 과일을 맞이하기 전 마지막으로 선택한 책은 이 책입니다. 학교에서 2년째 농인(청각장애인) 문제에 관심을 갖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제 첫째 아들을 응원하는 저만의 방식이라고 해두겠습니다.
CODA(Chidren of Deaf Adults)인 작가는 본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책 1부의 몇 개 문장을 인용합니다.
미국의 장애역사를 서술한 책 '장애의 역사'를 인용하며 "돌봄을 중심으로 살아왔던 토착민은 다른 몸과 정신을 '장애'로 규정하지 않았다. 유럽인이 북아메리카를 식민자화하면서 '정상적인 몸'에 대한 기준이 생겼다."
"농인 부모에게서 청인으로 태어난 나에게 부모는 장애인이 아니었다. 부모는 나에게 수어를 가르쳤고, 나는 눈을 마주치며 사랑하는 법을 배웠다. 그것이 '장애'가 된 건 입으로 말하는 사람들을 만나면서부터다. 비장애인 중심 사회는 농인부모의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고개를 돌려 표정을 찌푸렸다."
제가 되게 속 터지고 불쾌할 때가 있는데 저희 가게가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곳으로 매체에 소개가 될 때입니다. 그러면 못난이 농산물 관련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데 자문을 좀 구하고 싶다고, 인터뷰를 하고 싶다는 매체에서 연락이 오곤 합니다.
왜 사람들은 내가 하는 일을 그렇게 생각할까?를 돌이켜 보면 비장애인이 '장애'를 대하는 방식과 닮아있음을 발견합니다. 저는 대한민국에 만연해 있는 농산물의 외모지상주의를 전면으로 비판합니다. 장애를 보는 이 사회의 구조와 완벽하게 닮아있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이 일의 본질은 '못난이'라는 워딩을 걷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끊임없이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못난이'라는 워딩으로 그것을 명명하는 순간부터 농산물 유통의 구조적 모순은 절대 해결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저는 저와 같은 일을 하는 농산물 유통인들이 B급, 못난이와 같은 워딩을 사용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더 나아가 구분 짓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요즘 '못난이' 농산물 판을 키워보려는 시장의 움직임이 포착됩니다. 대형유통업체에서 손을 대고 기사화가 몇 번 되면 일이 벌어지죠. 그것의 본질이 뒤틀린 농산물 유통구조를 바로 잡기 위함이 아닌 오직 마케팅의 수단으로 매출을 올리려는 꼼수가 아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저희는 시장에서 소위 A급, B급이라고 구분 짓는 방식을 전면으로 거부하며 과일의 크기나 외형의 선별 없이 모든 과일을 혼합과로 판매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제가 말하는 상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