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2.7
회사의 운명이 걸린 다음 주 제주 출장 일정을 확정하고 항공, 숙박, 렌트 예약하느라 오전 시간을 다 써버렸습니다. 쇼핑을 포함한 무엇인가를 사고 예약하는 것이 저에겐 여전히 힘든 일입니다.
덕분에 오전 산책 루틴이 깨졌습니다. 오후의 산은 비교적 조용합니다.
겨울이 되니 이 틈을 이용해 시설 정비가 한창입니다. 돌과 흙으로 되어있던 자연 계단은 어느새 나무 계단으로 바뀌고 있고 흙바닥에는 야자매트가 깔립니다. 돌과 흙을 밟으며 걷고 싶은데 점점 공원화되어가는 도심의 뒷산은 이를 허락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기계소리가 온 산에 가득합니다. 새들은 얼마나 시끄러울까요.
얼마 전 강원도에 계신 아는 농민께서 서울의 뒷산 산새들 겨울 먹이 하라고 해바라기 씨를 갈무리해서 보내주신덕에 이번 주부터 산책을 갈 때마다 새들에게 먹이를 주고 있습니다. 해바라기 씨는 박새, 쇠박새, 곤줄박이, 동고비 등이 좋아한다고 합니다.
먹이 덕분이었을까요? 먹이를 주는 곳 중에서 정상 부근에 있는 바위 인근의 나무에서 동고비 선생님을 또 만났습니다. 제가 놓은 해바라기 씨를 먹으러 근처로 온건 아니었을지 행복한 상상을 해봅니다. 거꾸로 매달려서 나무를 타고 내려오는 동고비는 오늘도 아름답습니다. 사람을 그리 경계하지 않는 동고비는 한참을 나무 위를 오르락내리락 먹이를 먹습니다. 떠나가는 동고비가 아쉬운 저는 동고비의 풀 네임을 Don't go baby 동고(베이)비라고 우겨봅니다.
최소 여섯에서 최대 열 농가를 방문해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지만(참고로 제 본업은 과일장수) 제주에 가서 볼 새들은 무엇이 있는지 리스트를 뽑고 있는 저란 넘. 카메라 메모리카드에 감귤밭 사진보다 새 사진이 더 많이 담겨있지는 않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