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꿈꾸는 라이언 Jul 12. 2021

이제는 인연의 양(量)보다 질(質)을 생각할 때

위기가 왔을 때 내 주변의 사람이 확실하게 구분된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인연을 만나게 된다.


태어나면서는 가족을

학창 시절에는 친구, 선후배들을

군대에서는 동기들과 선임, 후임, 직속상관들을

사회에서는 직장 동료, 선후배들을


그 외에도 동호회나 기타 다양한 니즈를 가진 모음을 통해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만들어 가고 있다.


어느 날 문득, 내 휴대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몇 개나 되는지 궁금해졌다.

평소에 휴대폰을 끼고 살고 살면서도 이건 신경 쓰지 못했는데, 생각이 난 김에 연락처를 확인해보니 무려 2천 개가 넘는 것이었다.


직장 생활을 무려 18년 정도 했고 동호회다 뭐다 여기저기 몸을 담근 곳이 많기에 어느 정도 연락처가 많겠다 싶었지만 이 정도로 많은지 이제야 알게 되었다.


그런데 과연 이 수많은 연락처 중에서 내가 자주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아쉽게도 한 달에 한 번 이상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는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부분 회사일로 만난 사람들이기에 '나'라는 사람보다는 '업무' 때문에 연결된 인연들이기에 그 '업무'가 해결되면 자연스럽게 인연의 연결고리가 끊어지게 되는 것이다. 물론 '업무'는 끝이 나도 지금까지 인간적인 인연을 이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한때,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 자랑스럽고 뭔가 대단한 보험을 든 것 같은 생각을 한 적이 있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인연을 쌓아가면 뭔가 내 인생에 도움이 될 것 같고 내가 구원의 손 길을 내밀면 흔쾌히 받아줄 것 같은 그런 느낌 아닌 느낌이랄까?


최근 1년 간 난 참 힘든 시간을 겪었다.

그 전에도 내 인생에는 수많은 시련들이 있었지만 지난 1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고 지치는 시간들이었다.


소위 인생의 바닥을 쳤다고나 할까?

아직 다 정리가 되지 않았지만, 지난 1년의 시간을 통해 난 고통보다는 정말 중요한 교훈을 하나 얻었다. 바로 인연의 양(量)보다 질(質)이 중요하다는 것!


문득 몇 년 전에 보았던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의 한 장면이 생각났다.

배우로서 최고의 인기를 끌던 주인공인 천송이(전지현)가 구설수에 올라 한 순간에 무너지게 되자 그녀의 친구인 유세미(유인다)가 본색을 보이는 장면이다.



“내가 이번에 바닥을 치면서 기분 참 더러울 때가 많았는데 한 가지 좋은 점이 있다. 사람이 딱 걸러져. 진짜 내 편과 내 편을 가장한 적. 인생에서 가끔 큰 시련이 오는 것, 한 번씩 진짜와 가짜를 걸러내라는 하늘이 주신 큰 기회가 아닌가 싶다.”


(아래 영상 3:05부터 이 대사가 나온다)



작년에 내가 바닥을 치던 순간, 난 내 주변의 여러 사람들의 모습을 확실하게 볼 수 있었다.


불과 만난 지 1~2년 남짓 안 되는 사람인데도 날 위해 걱정하고 뭐라도 도와주기 위해 애쓰는 사람이 있었던 반면, 정말 긴 세월 친하게 지냈던 인연들 중에는 나 때문에 자신에게 피해가 갈까 봐 노심초사하면서 단칼에 인연을 단절하는 그런 인간들도 있었다.


사실 작년에 나에게 큰 위기가 닥쳤을 때는 정말 죽을 만큼 괴로웠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 보니 위 드라마 대사처럼 주변에 사람이 확연하게 구분되는 것 같았다,


올해 나이 46세.

인생의 절반을 산 이 시점에 나에게 이런 시련과 고통이 온 것은 아마도 남은 인생의 절반을 함께 갈 사람을 정리하고 가라는 신의 계시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그런지 이제는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에 대단히 신중하게 접근하는 버릇이 생겼다.

혹시나 나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 새로운 인연을 맺으려는 얄팍한 노림수보다는 나에게 힘이 되고 항상 내편이 되어준 과거의 인연들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를 찾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난 비로소 깨달았다.


만일 당신에게 위기가 닥쳤다면, 힘들겠지만 내 주변을 잘 살펴보고 누가 진정 내 편인지를 봐라. 그들이 당신의 남은 인생에 큰 재산이 될 테니.  


@pixabay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