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발 한 켤레, 그리고 넘어야 할 벽
최근 두 번의 주말 동안 20km 이상의 장거리 훈련(LSD)을 소화했다.
지난주는 20km를 5분 38초 페이스로, 어제는 22km를 5분 14초 페이스로 밀어붙였다.
러닝화도 달리 챙겼다.
지난주에는 평소에 대회에 나갔을 때 신던 아식스 매직스피드를, 어제는 지난 대만 여행에서 품어온 메타스피드 엣지를 길들일 겸 꺼내 신었다.
이 두 번의 훈련이 내게 꽤 묵직한 두 가지를 생각하게 했다.
첫 번째는 레이싱화의 진화가 만들어내는 극적인 퍼포먼스 차이다.
처음 메타스피드를 신었을 때, 제로에 가까운 무게감과 발 전체를 부드럽게 감싸는 피팅감이 인상적이었다.
매직스피드가 포어풋 스트라이크 시 반발력을 끌어내기 위해 러너의 하체 근력을 꽤나 요구한다면, 메타스피드는 달랐다.
미드에서 포어풋으로 체중이 옮겨가는 찰나, 기분 좋은 탄성이 몸을 앞으로 강하게 튕겨내 주었다.
좁은 아웃솔 접지면 탓에 발목에 데미지가 쌓이지 않을까 걱정했지만, 기우였다. 어느새 수백 킬로미터를 함께 달린 신발처럼 이질감 없이 발에 감겨들었다.
’ 불과 1~2년 사이, 카본 기술과 미드솔 폼이 이만큼 달라졌구나.‘ 온몸으로 체감하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는 과연 내가 서브-4라는 벽을 넘어설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물음이다.
하프 거리 언저리까지는 설정 페이스대로 밀고 나갈 자신감이 조금은 있다.
문제는 그 이후다. 다리를 짓누르는 묵직한 피로를 안고 방금 달린 거리를 한 번 더 달려야 한다는 사실은, 상상만으로도 숨이 막힌다.
나는 전형적인 포지티브 스플릿 러너다.
후반의 필연적인 페이스 저하를 상쇄하기 위해 초반에 미리 시간을 벌어두어야 심리적으로 버텨낼 수 있다. 그러니 페이스 분배가 더더욱 쉽지 않다.
앞으로 남은 장거리 훈련은 24km와 28km, 단 두 번.
풀코스에 근접한 롱런을 소화하지 못한 채 출발선에 서야 한다는 사실이 불안의 몸집을 키우고 있다. 플코치(퍼플렉시티)는 대회를 앞두고 30km 이상의 훈련은 피로 누적과 부상 리스크를 초래하는 독이라고 했다.
머리로는 백 퍼센트 이해한다.
마의 30km 구간부터는 굳은 마인드셋으로 버텨내야 한다는 말도 맞다.
하지만 가보지 않은 거리를 당일 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원초적인 두려움은 쉽게 가시지 않는다.
핑계일지 모르지만, 일상의 무게에 치여 조금 더 일찍, 조금 더 꾸준히 마일리지를 쌓지 못한 지난날이 못내 아쉽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내게 주어진 삶의 궤적 안에서 나름대로 치열하게 버텨온 시간들인 것을.
가끔은 서브-4라는 목표를 잠시 내려놓고, 그저 완주라는 두 글자에 기대어 마음을 누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출발선에 서면 기어코 모든 에너지를 쏟아내고야 마는 내 성격은, 결국 적당한 타협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숨이 턱까지 차오르고 두 다리가 쇳덩이처럼 무거워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결승선을 향해 발을 내디뎌 볼 참이다.
이번 대회는 어쩌면,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가쁜 숨을 몰아쉬며 달려온 나의 러닝 여정에 찍히는 첫 번째 마침표이자 성적표일지도 모른다.
잡념이 꼬리를 물 때면, 다시 운동화 끈을 단단히 고쳐 매고 밖으로 나서야겠다.
걱정과 불안은 멈춰 있는 시간 속에서 자라나지만, 달리는 자의 귓가를 스치는 서늘한 바람은 그 모든 상념을 저 멀리 흩어버릴 테니까.
오늘도 나는 묵묵히, 길 위로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