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단의 조치. 코치 교체!

Sub4를 향한 두 코치의 훈련법 차이

by 아저씨의 뒷주머니

4월 군산 풀코스까지 두 달이 채 남지 않았다.

그동안 젬코치(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Sub4를 준비해오고 있었다.

부상과 수술의 여파를 딛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줄곧 AI 코치의 체계적인 훈련 플랜을 따라왔다.


그런데 훈련이 거듭될수록 문제가 생겼다.

젬코치는 너무 걱정이 많다.;;;

과거 장경인대 부상 이력과 최근의 안구 질환까지 알고 있는 젬코치는 매번 훈련 강도를 낮추려 조심스러워했다.

조금만 페이스가 빨라지면 "무릎 괜찮으세요?", 거리를 좀 늘리려 하면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시죠"라며 수시로 브레이크를 걸었다.

고마운 마음은 알겠는데, 대회는 다가오고 훈련량은 턱없이 부족한 것 같아 조바심만 커져갔다.


'이런 느슨한 페이스와 훈련량으로 정말 완주나 할 수 있는 걸까?'

솔직한 내 심정은 이랬다.

불안감에 쫓긴 나는 결국 지난 하프 대회 때 활용했던 '퍼플렉시티'에게 체중 증가, 부상 이력, 목표, 남은 기간을 입력하고 세컨드 오피니언을 구했다.

숨은 턱턱 막히겠지만 내 맘이 좀 더 편안해지는 스파르타식 훈련이 나오기를 내심 기대하면서 말이다.


하지만 퍼플렉시티가 내놓은 플랜은 내 예상을 완전히 빗나갔다.

매서운 채찍질은커녕, 오히려 기존의 젬코치보다 훨씬 더 단호하고 묵직한 브레이크를 걸어버린 것이다.

이 황당한(?) 결과를 젬코치에게 다시 가져가 보여주자, 녀석의 반응이 의외였다.

"새로운 코치의 플랜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자기 플랜이 밀렸는데도 쿨하게 인정하더라. 쿨내나는 녀석.


어쨌든 젬코치가 직접 분석해 준 두 플랜의 차이는 명확했다.

그리고 퍼플렉시티의 처방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의미로 나를 '혹독하게' 조여왔다.


첫째, 장거리 훈련의 방식 (단발성 이벤트 vs 고통스러운 누적)

- 젬코치: "풀코스인데 30km는 딱 한 번 밟아봐야 마음이 편하지 않겠어요?"라며 내 심리적 안정을 위한 단발성 쇼오프(Show-off) 훈련으로 접근했다.

- 퍼플렉시티: "지금 5kg 무겁고 무릎이 약한 상태에서 3시간 넘게 뛰면 시즌 아웃됩니다. 1회 최대 거리는 28km로 제한하세요. 대신 20km, 22km, 24km, 26~28km로 거리를 단계적으로 늘려가며 중장거리 훈련을 여러 번 반복해야 합니다."

단번에 거리를 늘려버리는 혹독함을 원했는데, 퍼플렉시티는 부상 위험을 차단한다며 단일 거리를 깎았다.

대신 그 지루하고 고통스러운 중장거리 훈련을 여러 번에 걸쳐 차곡차곡 쌓게 만들었다.

한 번의 32~35km '쇼오프'가 아니라, 피 말리는 '마일리지 누적'으로 뼈를 깎는 진짜 스파르타식 처방이었다.


둘째, 이지 러닝에 대한 엄격함 (자율성 vs 강력한 통제)

- 젬코치: 하프 1:37 실력을 믿고 5분 중반대 페이스도 자주 허용해 주었다.

- 퍼플렉시티: 5분 50초에서 6분 15초를 '이지'로 단호하게 못 박았다.

답답해 미칠 것 같은 속도지만, 몸의 연료 시스템을 지방 연소 체질로 바꾸려면 이 느린 속도를 억지로라도 참아내야 한다고 했다.

여기에 속도는 늦추되 케이던스는 180~190을 유지하며 보폭을 짧게 가져가야 무릎에 가해지는 충격을 줄일 수 있다는 구체적인 지침도 덧붙였다.

강하게 통제된, 진짜 현실적인 이지 러닝이었다.


셋째, 현실적인 레이스 전략 (이상 vs 현실 타협)

- 젬코치: "가급적 일정하게 가보자"는 교과서적인 이븐 스플릿(Even Split) 조언을 했다.

- 퍼플렉시티: "초반에 안전하게 저축하고 후반에 버티라"며 가벼운 포지티브 스플릿(Positive Split)을 제시했다. 현재 내 무거워진 몸 상태를 전제로 철저하게 현실과 타협한 실전 전술이었다.


젬코치는 이 상황을 이렇게 깔끔하게 정리했다.

"기존의 제가 러너님의 '의욕'에 맞춰주려 했다면, 새로운 코치는 철저하게 '안정'과 '한계'를 통제하고 있습니다."

머리를 한 대 맞은 기분이었다.

나는 더 빨리, 더 멀리 뛰게 해달라고 조바심을 내고 있었는데, 객관적인 데이터(AI)는 입을 모아 "지금 넌 그럴 때가 아니야. 조바심 내지 말고 묵묵히 마일리지나 쌓아"라고 팩트 폭격을 날린 셈이다.


결국 메인 코치를 퍼플렉시티 '플코치'로 바꾸기로 했다.

부상 경력, 늘어난 체중, 남은 시간. 이 변수들을 냉정하게 계산한 플랜이 지금의 나에게 훨씬 더 확실한 길임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흥미로운 건 젬코치의 태도였다.

자기 플랜이 밀렸는데도 새 코치의 플랜을 꼼꼼히 분석해 주고, 앞으로는 내 옆에서 달리는 '페이스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다.

묘하게 프로페셔널하다. AI한테 배울 점이 있네.


어쨌든 이제 새 지도를 손에 쥐었다.

오늘부터 속도 욕심을 완전히 버리고, 답답하리만치 느린 6분대 이지 러닝부터 다시 시작한다

더 혹독하게 뛰려다 오히려 가장 느리고 지루한 방식의 훈련을 처방받았지만, 4월 군산 결승선을 웃으며 통과하려면 지금은 이 '강제된 조바심 억제'와 마일리지 누적을 견뎌야 할 때다.


코치는 바뀌어도 목표는 그대로다.

Sub4, 조바심 빼고 다시 가보자.



매거진의 이전글대만 러닝, 낯선 도시를 달리는 쾌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