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인사이드 100회 특별 대담을 보고
평소 자주 보는 ‘지식인사이드’ 채널에서 100회 기념 대담을 열었다.
김대식 교수님과 오건영 단장님, 채널에서 가장 높은 조회수를 기록한 두 분을 한자리에 초청한 영상이었다.
보는 내내 서늘했다. 평소에도 어렴풋이 느껴오던 위기감이 다시 한번, 좀 더 선명하게 올라왔다.
두 분은 AI가 이미 개발자와 전문가의 영역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에이전틱(Agentic) AI의 시대가 일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했다.
‘일해서 돈 버는 시대가 끝나간다’는 말은 막연한 두려움을 넘어, 내 삶의 경제적 기반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들었다.
노동 소득에만 기댈 수 없는 세상, 자본 소득의 무게가 훨씬 커지는 구조적 변화.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두 분의 입을 통해 듣고 나니 다가오는 파도의 무게가 다르게 느껴졌다.
그런데 전체 영상 중 나의 관심을 더 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후반부의 자녀 교육 이야기였다. 두 아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이 거대한 파도 속에 내 아이들을 어떻게 안내해야 할지는 늘 고민이면서도 막막한 주제다.
‘도대체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라는 질문에, 김대식 교수님은 미래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모든 걸 내팽개치라는 뜻은 아니었다. 내일 터미네이터가 등장해도 모레 수능을 봐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현실이니, 제도권 교육은 현명하게 따라가되 불안해서 남들 따라 보내는 미투(Me-too)식 학원은 과감히 끊으라는 말이 날카롭게 꽂혔다.
재능도 없는 피아노나 태권도 학원에 아이의 귀한 시간을 낭비하게 두지 말라는 조언은, 흡사 우리 집을 보고 하시는 말씀이 아닐까 뜨끔했다.
결국 AI 시대의 진짜 생존 무기는 따로 있다는 이야기였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 실패에서 빠르게 일어서는 회복탄력성, 그리고 어떤 분야든 깊이 파고들어 본 경험이 바로 그것이다.
국영수가 아니어도 좋다. 장난감이든 게임이든 축구 선수든, 미치도록 좋아하는 그 무언가에 깊이 몰입해 본 경험이 결국 그 아이만의 독보적인 무기가 된다는 말은 나의 교육관에 큰 깨달음을 주었다.
어설프게 남을 모방하는 자가 아니라, 어떤 분야에서든 상위 10%의 내공을 가진 자가 글로벌한 혜택을 누리는 '슈퍼스타 경제'가 온다는 말을 들으며, 우리 아이가 과연 무엇을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지 다시금 치열하게 고민하게 되었다.
경제 교육에 대한 조언도 울림이 컸다. 핵심은 기다림의 가치를 가르치라는 것이었다.
소액이라도 주식이나 자산을 사주고, 5년 10년 뒤 세상의 변화와 함께 어떻게 달라지는지 직접 지켜보게 하라는 말. 학원에서는 결코 배울 수 없는 진짜 생존 근육이 거기서 자란다는 이야기는, 지금 아이 통장에 묵히고만 있던 돈으로 당장 실천해 봐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만들었다.
영상을 다 보고 나서 거실에서 레고를 만지작거리며 뒹굴고 있는 두 아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좋은 대학에 가서 안정적인 직장을 얻는 것. 부모 세대가 맹신해 온 그 성공의 방정식이 모래성처럼 허물어지는 시대에, 나는 이 아이들의 손에 과연 무엇을 쥐여주어야 할까.
여전히 고민이 깊고, 솔직히 정답은 잘 모르겠다.
세상은 이미 시장 경제로 흘러가는데, 왜 가정 내 교육만은 부모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전체주의를 고집하냐는 영상 속 지적이 뼈아프게 맴돌았다.
어쩌면 내가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은, 내 안의 불안을 아이들에게 투사하지 않는 것일지도 모른다.
남들보다 뒤처질까 두려워 억지로 밀어 넣던 학원 뺑뺑이 대신, 아이가 무엇에 눈을 반짝이는지 조용히 관찰하고 기다려주는 것.
바닥에 흩어진 레고 블록들을 정해진 도면이 아니라 자기만의 엉뚱한 방식으로 조립해 나가는 그 반짝이는 시간 자체를 온전히 지켜봐 주는 것 말이다.
세상의 변화는 두렵고, 두 아들의 손을 쥐고 걸어가야 할 길은 여전히 막막하다.
하지만 이제는 낡은 정답을 억지로 떠먹여 주는 부모가 되지는 않으려 한다.
아이의 작은 실패를 다독이고, 사소하더라도 자신만의 소질과 엉뚱한 몰입의 즐거움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믿고 기다려주는 단단한 언덕. 다가올 예측 불가능한 시대에, 그것이 내가 두 아들에게 해줄 수 있는 가장 든든하고 유일한 조력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