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이 지나고 다시 맞는 월요일은 특히나 몸이 천근만근이다.
그렇게 하루 치의 에너지를 몽땅 쏟아내고 올라탄 퇴근길 지하철 5호선. 열차 안은 나와 같이 저마다의 피로를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로 가득한 듯 했다.
다들 무표정한 얼굴로 스마트폰만 들여다보거나 지친 눈을 감고 있었다. 나 역시 구석 어딘가에 자리를 잡고 멍하니 흔들리며 집으로 향하던 참이었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오기 전까지는, 그저 여느 때와 다를 바 없는 건조하고 피곤한 퇴근길 풍경이었다.
"봄 같은 하루, 주말 뒤 출근이라 힘드셨을 텐데 고생 많으셨습니다. 설레는 퇴근길, 오늘도 행복하세요."
기계적인 하차 안내 멘트 대신,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온 기관사 아저씨의 다정한 목소리. 그 짧은 몇 마디에 순간 열차 안의 공기가 미세하게 달라지는 것을 느꼈다.
화면만 뚫어져라 보던 고개들이 슬쩍 들리고, 굳어 있던 누군가의 입가에는 옅은 미소가 번지는 듯했다.
나도 모르게 닫혀 있던 마음 한구석이 몽글몽글해지며, 오늘 하루의 고단함이 그 작은 위로에 스르르 녹아내리는 기분이었다.
보이지 않는 가장 앞 칸에서 묵묵히 어둠 속을 달리는 한 사람.
그의 따뜻한 인사 한마디가, 덜컹이는 쇳덩이 안에 몸을 싣고 있던 수백 명의 지친 마음을 동시에 어루만져 주었다.
얼굴도, 이름도 모르는 타인에게서 불쑥 전달받은 이 다정한 온기는 생각보다 훨씬 힘이 셌다.
월요일의 무거운 피로를 단숨에 ‘설레는 퇴근길’의 낭만으로 바꿔놓았으니 말이다.
세상이 참 각박하고 차갑다고들 하지만, 결국 사람을 살게 하고 숨통을 트이게 하는 건 이런 작고 다정한 진심들인가 보다.
오늘 5호선 열차에 함께 타고 있던 수백 명의 사람들은 분명 나처럼, 이름 모를 낭만 기관사 아저씨의 목소리에 작게나마 위로를 받고 조금 더 가벼워진 발걸음으로 집을 향했을 것이다.
나를 무장해제 시킨 그 다정한 인사를 마음속 뒷주머니에 조용히 챙겨 넣으며 생각한다.
나 역시 누군가에게, 팍팍한 일상 속 작은 온기가 되는 말 한마디쯤 먼저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오늘 하루 수많은 이들의 퇴근길을 다독여준 그 마음씨 좋은 기관사 아저씨의 저녁도, 부디 그가 건넨 인사처럼 따뜻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