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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산코끼리 Feb 13. 2019

무뢰한

메일은 벌써 3번이 넘게 왔다 갔다.


메일을 받으며 읽는 사람들은 대부분 나의 긴 설명에 지쳤을 것이며, 계속 다른 화두로 말꼬리를 잡아서 질문 형식의 답장을 보내는 그가 내 설명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느꼈을 것이다.


그가 나에게 그런 식으로 질문을 싸지를(?) 수 있는 이유는 단 하나이다.

그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직장 상사이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가 학생과 선생으로 만났다면 나는 아마 설명을 하다가 "이 자식아"라고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가 속한 직장 사회 속에서는 그럴 수 없다.

질문을 막 던지는 사람에게는 누구도 죄를 묻지 않는다. 그는 상급자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말도 안 되는 질문에 대답을 하다가 짜증을 내면 모두 내가 잘못했다고 생각한다.

나는 하급자이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의 자신의 결핍과 공허를 채우는 방법으로 나를 괴롭히는 것이다.

나에게 모멸감을 줌으로써 그는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결핍을 잊으려고 한다.

"너나 나나 어차피 부족한 인간인데 그거 좀 더 아는 게 무슨 소용이냐?" 이런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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