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즈’라고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무엇인가요? 보통 아이돌 팬덤을 떠올립니다. 하지만 요즘은 아티스트나 개개인뿐 아니라 기업, 브랜드 차원에서 굿즈를 만드는 추세입니다. 넷마블, 제주항공, 팔도, 심지어 각 대학 굿즈까지. 2023년에 브랜드 굿즈를 선보인 기업만 해도 두 손에 꼽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요. 매년 완판 기록을 갱신하는 스타벅스 굿즈로부터 출발한 브랜드 굿즈는 이제 새로운 상식이 됐습니다.
브랜드는 왜 굿즈를 만들까요? 이유는 간단합니다. 브랜드가 고객을 팬으로 만드는 시대가 됐기 때문입니다. 매스미디어에서 개인화한 미디어 시대로 접어들면서 사람들은 자신이 마음을 줄 수 있는 브랜드에 반응합니다. 이때 굿즈는 브랜드 경험을 선사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편이 돼 줍니다. 물리적으로나 이미지로나 스토리텔링의 측면으로나 용이합니다.
그래서 요즘 기업에서는 다들 고민합니다. 우리도 굿즈 만들어볼까? 하지만 누구에게 무슨 굿즈를 왜 만들어 제공하는지 정하기란 쉽지 않은 작업입니다. 그래도 브랜드 굿즈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좋은 레퍼런스를 참고해보면 어떨까요? 이번 글에서는 언더독스가 브랜드 굿즈를 꾸준히 만들어온 배경을 살펴보고, 브랜드 굿즈를 시작할 때 중요한 3가지 포인트를 정리해봤습니다.
첫째, 우리 회사의 미션, 사업모델과 부합하는가
굿즈를 만들 때 보통 무엇을 만들어 제공할지부터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굿즈가 브랜드와 고객을 연결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시작 단계부터 고객의 손에 쥐어진 마지막 페이지를 떠올리기 십상입니다. 하지만 브랜드 굿즈를 만들 때 무엇보다도 회사의 미션, 그리고 실제 사업을 먼저 염두에 둬야 합니다. 굿즈가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더 가까이에서 경험하는 계기인 만큼 브랜드의 비전 및 비즈니스와 동떨어져선 안 되기 때문입니다.
언더독스는 창업교육 기업입니다. 브랜드 굿즈를 만드는 소비재 브랜드들과 다른 카테고리에 속해있죠. 하지만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굿즈를 통해 전달하기로 결정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친환경 스포츠양말, 씨앗키트, 소퓨어 필터샤워기 등 매해 독특한 굿즈를 선별했습니다. 그렇다면 저희의 굿즈를 받는 대상은 누구였을까요? 사업에 연결돼 있는 코치, 파트너사, 교육수강생 등이 언더독스 굿즈를 받았습니다.
교육 사업은 기본적으로 여러 이해관계자를 동반합니다. 수업을 듣는 수강생, 수업을 가르치는 코치, 수업을 여는 데 힘을 보태는 여러 파트너사들까지. 이들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때 큰 규모의 교육 사업이 가능합니다. 이들이 있기에 “창업가들을 통해 세상을 바꾼다”는 언더독스의 미션에 다가갈 수 있습니다. 브랜드 굿즈를 제작하는 배경에는 이처럼 고객뿐 아니라 브랜드 이해관계자 전반에 브랜드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의도가 포함될 수 있습니다.
교육수료자 혹은 파트너사와 손잡고 브랜드 굿즈를 만들면서 저희는 굿즈의 의미를 강화했습니다. 예컨대 2023년 브랜드 굿즈였던 씨앗키트는 그해 언더독스의 슬로건이었던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기획됐습니다. 해당 씨앗키트 굿즈는 언더독스 교육을 수료한 알럼나이 ‘하하호호그룹’이라는 크리에이티브 그룹이 함께 만들었습니다. 굿즈로 브랜드 메시지를 드러내는 동시에 기업의 미션, 사업과 적절히 조화를 이룬 케이스입니다.
둘째, 어떤 굿즈를 왜 만드는지 설명할 수 있는가
언행일치. 기업의 미션과 사업모델에 잘 어울리는 굿즈를 기획하는 데서 출발했다면 이제 어떤 굿즈를 왜 만드는지 기획해야 합니다. 이제는 브랜드 굿즈도 너무 많아졌기 때문에 ‘그냥 만든’ 굿즈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제대로 각인하기 어렵습니다. 눈에 띄는 특이점이 있어야 하고, 그 특이점이 브랜딩에 기여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눈길이 가는 선택을 하면서도 굿즈의 이유가 명확해야 합니다. 근거가 명확하지 않을 경우 튀는 데 그칠 우려가 있습니다.
언더독스가 2023년 추석 굿즈로 필터샤워기를 선보였을 때 물음표를 자아낼 만했습니다. 왜 필터샤워기일까? 브랜드 굿즈로써 굿즈를 건네받은 사람들이 ‘왜?’라는 궁금증을 갖게 하는 건 꽤나 효과적인 스킬입니다. 이때 그 호기심에 답할 준비가 돼 있는 브랜드라야 굿즈의 순기능을 온전히 누릴 수 있습니다. 언더독스가 필터샤워기라는, 이전에는 하지 않았던 시도를 했던 데에는 크게 2가지 이유가 있었습니다.
일단 언더독스는 ‘항상 새로움을 추구해 시장을 혁신한다’는 의외성을 강조합니다. 브랜드 굿즈에도 이를 적용했습니다. 창업교육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든다는 취지를 살려야 했죠. 그래서 보통 기업에서 제공하는 굿즈라 했을 때 받는, 예상 가능한 품목에서 벗어나는 차원에서 필터샤워기를 선정했습니다. 사소한 굿즈를 고르는 과정에서도 브랜드 메시지, 기업의 미션과 얼라인 하려는 의식적인 시도라 할 수 있습니다.
‘왜?’에 대한 답변도 가능합니다. 파트너사들과 지속해서 일하다 보니 발견한 한 가지. 최근 여행 갈 때 필터샤워기를 챙기는 사람들이 늘었습니다. 그래서 파트너사에 필터샤워기를 선물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왔습니다. 비즈니스 출장에 쓸 수 있는 데다가 필터샤워기를 쓰면서 매번 언더독스 로고를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니까요. 비즈니스 관계에서 브랜드 굿즈로 필터샤워기를 받는 것 또한 신선한, 기억에 남는 경험이 되리라 내다봤습니다.
셋째, 굿즈는 사은품이 아니다. 잘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왕 굿즈를 제작한다면 제대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해봅니다. 굿즈는 브랜드를 만나는 경험재입니다. 덤으로 받는 사은품이 아니라 브랜드를 대표하는 얼굴이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자체 퀄리티가 좋지 않다면 굿즈의 메시지도, 배경 설명도 무의미해질 수 있습니다. 그러니 잘 만들어야 합니다. 저희는 브랜드 굿즈가 기업의 미션, 사업 모델을 담은 신선한 시도이면서 제품으로써도 퀄리티를 챙겨 경쟁력을 얻고자 했습니다.
씨앗키트 굿즈를 함께 만든 하하호호그룹은 텀블벅에서 ‘씨앗부터 수확까지, 힙하고 유쾌한 FITZZA BOX’라는 제품으로 펀딩 317%를 달성한 팀입니다. 종이 패키징은 크기나 디자인 측면에서 따로 판매하는 제품이라 봐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 안에는 바질, 양파, 토마토, 피망 씨앗이 들어있습니다. 피자 재료라는 컨셉이 재밌죠. 실제로 씨앗을 심어 싹이 트는 경험은 언더독스라는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능성’이라는 메시지를 제대로 담고 있습니다.
언더독스와 함께 필터샤워기 굿즈를 만든 브랜드 소퓨어는 2012년부터 기능성 샤워기를 만든 탄탄한 내공을 가진 팀에서 제작했습니다. SBS <미운 우리 새끼>에 출연한 영화평론가 허지웅 씨가 “수압이 쎈 샤워기”라며 썼던 제품에서 출발했다고 해요. 안전성이 인증된 소재로 국내에서 생산되는 기능성 샤워기 제품이 언더독스 굿즈로 깜짝 변신을 한 케이스입니다. 물 사용량을 30% 가까이 줄이는 특허 기술은 소셜 임팩트라는 결에서 언더독스와 어울립니다.
브랜드 굿즈는 ‘덤’이 아니라 ‘더’일 때, 부가가치를 창출할 때 빛을 발합니다. 퀄리티까지 챙긴 굿즈라야 브랜드의 이름과 아이덴티티를 널리 알리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기업의 얼굴로서 회사의 미션과 사업전략과 일치하는 굿즈, 제품을 받은 상대방이 브랜드의 메시지를 경험할 수 있을 굿즈는 브랜드가 영향력을 펼치는 데에 큰 힘이 될 겁니다. 저희 굿즈의 사례가 브랜드 굿즈를 고민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