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 이름들
우리는
종종 잊는다.
어제 만난
사람의 얼굴,
어릴 적 즐겨 걷던
골목의 냄새,
그리고 한때는
세상의 전부였던
마음의 이름들까지.
잊혀진다는 건
사라지는 것과는 다르다.
그것들은 여전히
우리 안에 머물며
언제든 작은 틈새에서
불쑥 고개를 내민다.
낡은 노래의 멜로디 속에서,
낯선 바람이 스쳐 지나가는 순간 속에서,
나는 불현듯 오래전의 나를 마주한다.
잊고 살았던 이름들이
다시금 불려 나올 때,
그것은 과거가 아니라
또 다른 현재가 된다.
지나갔다고만
생각했던 순간들이
내 삶의 새로운 길을 비추는
등불처럼 다가오는 것이다.
어쩌면 잊혀진다는 건
사라짐이 아니라
잠시의 쉼표일지도 모른다.
기억은
우리가 준비되지 않았을 때는
숨어 있다가,
다시 마주할 용기가 생기면
살며시 돌아오는 것이 아닐까.
얼마 전,
놀면뭐하니 프로그램에서 열린
80년대 가요제를 보다가
해바라기의 〈사랑은 언제나 그 자리에〉
라는 곡을 들었다.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은 언제나 그 자리에.”
짧고 단순한 문장이었지만,
오래전 묻어둔
마음의 서랍을
열어젖히는 힘이 있었다.
우리는 흔히
많은 것을 잃었다고 말한다.
사람도,
시간도,
그리고 그때의 나 자신도.
하지만
그 노래는 말했다.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은
여전히 제 자리에
머물러 있다고.
잠시 바람에 흔들리듯
잊고 있었을 뿐,
결국 우리는
다시 그 마음 앞에
서게 된다고.
노래를 듣는 순간,
나는 깨달았다.
잊고 지낸 이름들도,
지나간 순간들도,
사실은 내 안에서
여전히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사라진 게 아니라,
내가 그곳을
떠나 있었을 뿐이라는 것을.
사랑은,
결국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그리고 나는
비로소 용기 내어
그 앞에 다시 서 보았다.
당신 마음속에,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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