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바람의 사이에서
오늘은 묘하게
낯선 하루였다.
창밖의 하늘은
잿빛으로 흐렸지만,
방 안의 불빛은
어제보다 조금 더
따뜻하게 느껴졌다.
손끝이 닿는 곳마다
미세한 먼지가 떠올랐다.
마치
하루의 남은 감정들이
공기 속에
흩어지는 듯했다.
나는 그걸
가만히 바라보다가
불빛이 만든
그림자에 시선을
빼앗겼다.
어쩌면
마음이라는 건
늘 그런 식으로
흔들리는 게 아닐까.
빛이 닿을 때만
모양이 생기고,
어둠 속에선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는.
오늘
내 마음도 그랬다.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일렁이다가
또 금세
고요로 가라앉는.
그 사이에서
나는 나를 붙잡으려 애썼다.
불빛이
천천히 바람에
흔들렸다.
그 미세한 떨림이
꼭 내 마음 같았다.
쉽게
꺼지지 않으려
애쓰면서도,
완벽히
고요해지지도
못한 채,
그저
존재하고 있는
어떤 상태.
그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모든 하루는 결국
‘빛’과 ‘바람’ 사이에
있는 것 같다.
너무 뜨거워지면
타버리고,
너무 식어버리면
멀어지는.
그래서 나는 오늘,
그 사이를
걷기로 했다.
불빛이
닿는 만큼만
따뜻해지고,
바람이
스치는 만큼만
흔들리기로.
그게 어쩌면,
하루를 견디는
가장 조용한 방법일지도
모르겠다.